[요즘 뭐 읽니?]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마을의 귀환》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 《마을의 귀환》 | 오마이북 | 2013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있는 큰집으로 가면”으로 시작하여 “밤이 깊어 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 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 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게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 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육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 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로 끝나는 시 ‘여우난 곬족’을 아시나요? 백석이 그린 이 풍경은 요즘 명절날에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되었죠. 저마다의 일상을 먼저 챙기는 데다, 가족을 다 합한다고 해도 몇 안 되는 터라 백석의 시절만큼 북적거리지는 않을 겁니다.

 

가족 단위가 이러하니, 그들이 모여 사는 ‘마을’도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 삶의 모습은 ‘마을’보다 아파트를 구획하는 ‘단지’ 개념에 더 익숙할 정도로 변화했어요. 이 변화가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좋다고도 할 수 없어!’라며 ‘단지’와 ‘마을’ 사이를 잇는 공동체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을의 귀환》은 그들을 취재한 기록입니다.

 

서울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윗집, 아랫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집’은 ‘잠자는 곳’과 동의어, ‘이웃’은 의미 없는 2음절의 단어가 되었다. 이런 곳에서 과연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가능할까? (5쪽)

 

이 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사례를 1부와 2부에 걸쳐 이야기합니다. 1부의 취재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도시인 서울인데요. “2012년 8월 당시 취재팀이 집계한 주민중심·민관협력 마을공동체는 92개”에 이르렀다고 해요. 종류도 다양합니다.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나 관악구 임대아파트 공동체 같은 주거 중심 종합형이 주를 이루는가 하면, 용산구 용산생활협동조합 같은 상업·협동조합형과 성북구 정릉생명평화마을 같은 문화·예술형 공동체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막 발동한 이들은 2부에서 소개하는 영국의 성공 사례를 훗날의 청사진으로 삼을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포용력 있는 운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고요. ‘마을의 귀환’이 필요한 데가 어디 서울뿐이겠어요? 전국에서 21세기 판 ‘여우난 곬족’을 마주하는 것도 그리 먼 일은 아닐 겁니다. 이들 사례가 서울 밖으로 흩어져 또 다른 마을공동체의 씨앗이 된다면요. 그리고 우리가 움직인다면요.

 

차에 치일 위기에 처한 아이를 위해 내 한 몸 던지는 일은 분명 자애로운 행동이지만 지속가능하지는 않잖아요. ‘이타심(Selflessness)’이 한쪽에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이기심(Selfishness)’이 있어요. 그리고 그 중간에 ‘자신의 관심(Self-interest)’이 있고요. 자기 스스로 관심이 가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직접 해보는 거예요. 마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떻게 개인의 욕구를 사회적 욕구로 만들 것인가’라고 생각해요. (332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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