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블로그] 9와 숫자들 * 높은 마음

 

높은 마음

 

엽서 위에 새겨진 예쁜 그림 같은
그럴듯한 그 하루 속에
정말 행복이 있었는지

 

몸부림을 쳐봐도 이게 다일지도 몰라
아무도 찾지 않는 연극
그 속에서도 조연인 내 얘긴

 

그래도 조금은 나 특별하고 싶은데
지금 그대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 앞에선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 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밝은 눈으로 바라볼게
어둠이 더 짙어질수록
인정할 수 없는 모든 게
사실은 세상의 이치라면

 

품어온 옛 꿈들은
베개맡에 머릴 묻은 채
잊혀지고 말겠지만

 

높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낮은 몸에 갇혀 있대도
평범함에 짓눌린 일상이
사실은 나의 일생이라면

 

활짝 두 귀를 열어둘게
침묵이 더 깊어질수록
대답할 수 없는 모든 게
아직은 너의 비밀이라면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택할 수 있다면, 오늘은 ‘높은 마음’의 노랫말을 쓴 사람에게요. 지금 막 노래를 듣고 있는데요. 누군가(사랑하는 사람)를 위하는 좋은 태도가 느껴지는 노래거든요. 좋은 태도? 사랑에서 그런 게 가능해? 이런 의심이 들기도 할 겁니다. 지난 사랑이 어딘지 고장 나 있었고, 결국 수리 불능에 이르러 끝나고 말았다면 더욱요. 사실 사랑의 본질이란 그렇게 초라할 것일지도 모르죠.

 

이 노래를 부르는 ‘9와 숫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밝은 웃음만 그대 주고 싶지만”(눈물바람) 어둑한 세상에서 그건 쉽지 않았고, 그리하여 “시든 것은 너인데 비참한 것은 오히려 나”(플라타너스)였던 사랑도 겪어 봤고, 때론 “이것이 사랑이라면 난 하지 않겠”(이것이 사랑이라면)다는 다짐도 했으니까요. 헌데요. “활짝 두 귀를 열어”두겠다며 “그대”를 기다려주는 이 태도는 고장 난 사랑들을 지나왔기 때문에 높아진 마음이 아닐까요. ‘9와 숫자들’의 곡 중에는 이별 노래가 허다합니다. 많이 아파본 그 노래를 듣고 ‘그 친구,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건 그들의 사랑이 결코 헛짓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 자신에 대해서도 그런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낮은 몸에 갇혀 있대도” 마음만은 조금씩은 높아지고 있으리라고……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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