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최영재,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최영재 |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알마 | 2013

 

지금도, 값비싼 등록금을 '땡겨' 쓴 대졸자들이 '직장인' 되기를 갈망하며 고군분투 중입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이미 '이 정도면 되겠지' 정도의 스펙을 장착한 이들로서, 금쪽같은 젊은 날의 8할쯤은 그 정도가 되기 위해 투자한 청춘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간의 투자를 보상받을 만한 사회적 지위와 수입일 텐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그들에게 주어진 현실이란 고작 '취업준비생' 혹은 '백수'라는 신분 그리고 그에 따르는 주위 사람들의 염려와 재촉, 스스로가 느끼는 불안, 초조, 자책, 자괴 따위의 감정이 전부인 상황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한 30년 전에 직장인이 된 어르신이 말씀 하십니다.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어", "중요한 건 스펙이 아니라고." 그러면 화딱지 난 요즘 애들은 꼰대들에의 원망을 가득 담아 대꾸하고요. "스펙 없이는 취업할 수도 없게 만든 게 누구냐." 이 간극을 어쩔까요. '취업'과 '사회생활'을 바라보는 이토록 상이한 관점이라니. 그것도 한편은 뽑는 입장으로 다른 한편은 뽑히는 입장으로 만나야 하는 사이가 아닙니까. 그리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바로 이 '사이'에 주목합니다. 요즘 애들로선 도저히 알 도리가 없는 기성세대의 사고와 그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의 생리를 그들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정의와 용례를 통해" 핵심만 집어 알려준다는 것이죠. 이를 테면 대리 위에 군림하는 직원, '과장'을 대할 때 신입사원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힘들지?": 상당수 과장들은 신입사원에게 딱히 할 말이 없으면 "누구 씨 요새 힘들지?"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분석하려고 고민하지도 말고, 그 과장이 나를 위한다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건 '얄리얄리얄랑셩' 같은 그냥 나오는 말이다. 저 말에 "네, 사실은 이런 게 좀…"이라고 하면 그 과장 입장에서는 "안녕?"이라고 했는데 상대방이 그간의 불만을 얘기하는 황당한 상황이 된다. 문제는 "아니오, 요즘 행복합니다"라고 해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라는 사실. 모범 답안은 "회의 가세요?" 정도 되겠다.

 

? "바쁜가?": 상당수의 과장들은 신입사원에게 일을 시키기 전에 "누구 씨 바쁜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도 실제로 바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사실을 대답할 필요는 없다. 바쁘지 않다고 하면 할 일이 없어 보이고, 바쁘다고 하면 일을 시키지 말라는 것처럼 보이므로 좋지 않다. 마치 이름을 불린 것처럼 "네, 과장님 부르셨어요?" 정도로 응하면 일을 시킬 것이다. 여기서 만약에 과장이 "아니, 바쁘냐고 안 바쁘냐고?"라고 되묻는다면 분명히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거나, 자기가 해야 하는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때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 외에는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걸 시킬지 안 시킬지 알아서 결정한다. (131-132쪽)

 

'얄리얄리얄랑셩'이든 '얄라리얄라'든 과장이 입으로 뀌는 방귀에 의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합격해 일단 신입사원이 되고 봐야 할 게 아니냐구요? 물론입니다. 그 팁도 역시 이 안에, 빠방하게 들어차있고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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