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최우용, 《다시, 관계의 집으로》

 

 

최우용 | 《다시, 관계의 집으로》 | 궁리 | 2013

 

건축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 되었나요. 그렇다면 바꿔 말해 보겠습니다. 건축(물)에 관한 첫 번째 기억이 있다면? 제 경우에는 두꺼비집입니다. 왜, 있잖아요. 두꺼비를 부르며 헌집과 새집을 바꾸자고 조르는 그 놀이요. 손 위에 모래를 쌓아 올리고 무너뜨리길 얼마나 많이 반복했는지요. 그만큼 만만한 대상이 집이었던 걸까요. 글쎄요. 이번에도 바꿔 말해야겠습니다. 그만큼 친숙한 것이 집이었다고요. 사람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죽는 옛사람만큼은 아니라도 집은 여전히 삶의 기본이죠. 저는 건축의 기본도 거기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시작이라고 불러도 좋겠고요.

 

관계의 집. 까마득히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라 불릴 만한 인류가 드디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얻게 된 것은 두 손의 자유였다. 이때부터 인류는 자유로워진 두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들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컴컴한 동굴을 나와 그 갸륵한 연장을 동원하여 살 집을 스스로 짓기 시작했다. 집 짓는 사람들, 호모 아키텍투스Homo Architectus의 출현이라 할 만하다. 집짓기의 역사, 건축사의 시작이다. (13쪽)

 

《다시, 관계의 집으로》는 그렇게 문을 엽니다. “건축을 학學으로 이야기할 능력이 부족하며, 다만 잊혀져가거나 사라져가거나 변해가거나 또는 구석과 변방에 놓인 건축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이야기할 수 있을 뿐”(16쪽)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저자 최우용은 몽상가의 눈으로, 관찰자의 눈으로, 소설가의 눈으로, 여행객의 눈으로, 건축가의 눈으로 “관계의 집”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 궤적을 따르다 보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집 한 채도 만날 수 있어요. 바로 아파트입니다. 저자는 아파트에서 훈육되는 우리네 삶을 아쉬워합니다. “아파트 문제에 대한 해결을 개인들에게만 희망을 거는 것은 부당”(169쪽)하지만, “내 삶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은 다른 아무도 아닌 바로 ‘나’라는 것을 오만한 아파트 장사꾼들에게 이야기”(170쪽)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우리 자신들이라는 거죠. 그렇게 ‘다시, 관계의 집으로’ 향하는 물꼬를 트는 데 이 책은 꽤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존재의 안으로만 파고들었던 건축이 고개를 들어 옆을 봐야 할 시간이다. 그러면 그동안 소홀했던 관계의 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 맺기를 회복할 때 우리 삶의 터전은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 맺기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133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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