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결혼생활자, 둘 : 이대로 할머니가 되어도 좋아 - 《어쿠스틱 라이프》의 만화가 난다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도서 이미지 제공 | 애니북스

 

일과 사랑과 삶의 공존은 가능하다, 두 사람이 노력한다면! 우리는 결혼에 관한 네온비 작가님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부럽다, 훈훈하다, 좋은 염장이다…… 긍정적인 반응이 마구 터져 나온 인터뷰였죠. 하지만, 의심 많은 우리 천만(?) 독거생활자들이 팔짱을 딱 끼고 삐딱하게 앉아 묻네요. 결국 자기 삶의 일부분을 서로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거잖아. 그게 정말 행복해? 이것은 결혼생활자에게도 찾아드는 의문일 것입니다. 남편, 아이, 시댁 혹은 친정 어른들을 비롯하여 결혼 이후 지지고 볶는 타인들 사이에서 내 삶은 가능한가. 문득 아예 다른 삶, 결혼 이전의 내가 그리워지기도 하겠죠. 그런데요. 난다 작가님은 도리어 이 결혼생활의 미래를 꿈꾼다고 합니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되는 것을요. 그런 행복을요. 행복의 모양새란 완전하기보다는 조금 삐뚤빼뚤하고 못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속에서 나름의 만족을 얻는다면, 《어쿠스틱 라이프》는 우리와도 그리 멀지 않은 삶이겠죠?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는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할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만화입니다. 2010년에 시작하여 현재는 시즌7로 완결된 상태고, 단행본으로는 4권까지 출간되었는데요. 개인 블로그에서 시작한 만화는 이제 책이 되어 한 권씩 쌓여 가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난다 | 1권을 출판하면서 2권도 낼 수 있을까 불안해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권까지 나오고, 지금은 5권을 준비중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하나밖에 없어서 여전히 신인 같은 기분이에요.

 

반디 | 이 만화로 이름을 알리셨지만, 사실 작가님께서 만화를 그리신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남편 분이신 ‘한군’과의 인연이 고등학교 시절 만화 동아리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어쿠스틱 라이프》의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평생의 짝과 일, 두 가지를 만나게 한 것이 만화였던 셈인데요. 이 만화와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어쿠스틱 라이프》를 처음 그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난다 | 원래 하고 싶은 만화는 판타지 장르였는데 당시 동아리 사람들이 '너는 니얘기가 제일 재밌다'고 종종 말해주곤 했었어요. 사실 판타지물을 꼭 좋아했다기보다 90년대에 워낙 대유행이어서 휩쓸렸던 거지만요. 아무튼 계속 공모전을 통해 만화가 데뷔를 노리다가 취업 시점이 되면서, 생업(게임회사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을 유지하면서도 그릴 수 있는 형식의 가벼운 생활만화를 그려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반디 | ‘한군’과의 결혼생활을 소재로 다루면서 웹툰계의 대표 결혼장려만화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만, 《어쿠스틱 라이프》는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한 여자의 일상사와 인생관이 담겨 있는 생활만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결혼만화라고 의식해본 적은 없다고 최근 연재분 후기에서 밝혀주셨는데요. 이런저런 타이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부연해주신다면요?

 

난다 | 생활만화다보니 제가 처한 일상이 타이틀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아무래도 만화가로서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서 결혼만화로 국한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결혼하면 이렇게 행복하단다. 너네도 이렇게 해봐.'처럼 들릴까봐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물론 행복한 건 맞지만) 결혼도 육아도 삶의 한 가지 선택일 뿐이라는 것, 그런 프레임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요.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의 이야기는 작가님의 임신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쌀이’를 순산하셨고요. (축하드립니다!) 아기가 생기기 이전과 이후의 생활에 다종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난다 |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정말 변화가 많아요. 생활패턴부터 생각하는 방식까지. 다행히 아기가 잠을 잘 자주는데다, 시터의 도움으로 내 시간을 확보 받고 있어서 금방 적응한 것 같아요. 남편도 육아분담을 잘 해주고 있고요. 더 많은 이야기는 6월부터 시작될 어쿠스틱 라이프 8시즌에서 풀어볼까 합니다.

 

반디 | 드라마와 시트콤을 오가며 인생을 꿰뚫어 보는 시선(저는 관통미라고 부르고 싶어요.^^;)이 《어쿠스틱 라이프》의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만화 속에서 인생을 관통하는 테마로 ‘병풍’을 언급한 적도 있으신데요. 요즘 새롭게 발견하신 인생의 테마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난다 | 병풍테마도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겨우 발견한거라……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는 독자 분들 앞에 지금까지 총 4권을 선보였는데요. 웹상에서 연재하던 만화를 단행본으로 엮는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연재 순으로 구성해 나가시겠지만, 그 외에도 어떤 기준이나 콘셉트를 가지고 만들고 계시는지요. 앞으로 몇 권이 더 남았는지 책을 사 모으는 팬으로서도 미리 알고 싶어요.

 

난다 | 웹상에 공개된 만화이기 때문에, 책으로 봤을 때 새로운 재미를 얻을 수 있도록 부록원고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생활정보만화(?)인 리빙포인트를 비롯해, 데뷔 전에 그렸었던 미공개 오리지널 에피소드들도 다시 그려서 싣고요. 4권부터는 미공개 분량이 다 소진되어서 리빙포인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처음엔 웃자고 시작한 리빙포인트가 권을 거듭하며 매우 진지해지고 있어요.

 

또 웹툰이 책으로 옮겨졌을 때 호흡이 달라지지 않도록-디자이너님과 편집자님이-많이 신경써주고 계십니다. 사실 단행본에 관해서는 애니북스 김지아 편집자님의 노련함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주시고요. '이런 이런 건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물으시는데 '전문편집자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라고 거의 수긍하는 편이예요. 그렇게 받은 과제 안에서 최대한 재밌게 표현하려고 애쓰는 게 제 몫이고요. 단행본은 일단 지금 연재된 분량까지는 다 출판될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반디 |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자학의 시》를 오마주하는 장면을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한편, 작가님께서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추천평을 쓰시기도 했는데요. 이런 경우를 보면 작가님도 독자로서 꽤 많은 만화를 애정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만화 인생에 영향을 끼친 거장들을 소개해주신다면요?

 

 

난다 | 좋아하고 닮고 싶다는 작가들은 많지만, '인생에 영향 레벨'까지 오른 작가는 드문 것 같아요. 자학의 시를 보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 고 생각한 게 가장 기억나는 영향인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의 자세는 조석 작가님을 목표로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디 | 작가님께서는 만화뿐만 아니라 여러 책을 꾸준히 읽어 나가시는 독서가입니다. 저는 작가님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는 책을 접하고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이처럼 최근에는 육아와 관련해서 갖가지 책을 섭렵하셨을 것 같은데요. 아기와 만나기를 기다리는 독자 분들에게 몇 권 추천해주시면 좋겠어요.

 

 

난다 |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에세이집을 좋아해요. 딸 윤미가 태어나 시집갈 때까지의 모습들을 아버지인 전몽각 선생이 사진으로 남겨 엮은 책인데요. 평범한 가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가 마무리 되고, 다시 자식이 같은 역사를 만드는 모습을 아버지가 지켜보는 거죠. 마지막 장을 덮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제 딸이 태어난 후 《윤미네 집》을 다시 보니 전에는 못 봤던 '육아'라는 부분도 새로이 보여서 재밌는 데다, 나도 이렇게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고 있구나 싶어서 펼칠 때마다 기분 좋아져요.

 

반디 | 육아로 바쁘시겠지만 작업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요즘에는 작가님께서 참여하시는 ‘창작집단8’의 활동이 무척 활발해 보입니다. 작가님을 비롯하여 다음과 네이버 등 여러 포털에서 연재 중이신 작가 분들을 접할 수도 있고요. 함께하는 분들, 활동 취지, 앞으로의 계획을 난다 작가님께서 ‘창작집단8’을 대표하여 소개해주세요.

 

 

난다 | 창작집단8은 저를 비롯해, 10명의 만화가들이 '손에 잡히는 단편만화집'을 만들어보자는 투지에서 시작한 모임입니다. 각자의 개인적인 활동취지는 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기존의 어쿠스틱라이프 외에 작품영역을 더 넓혀보고 싶은 마음, 학생시절 이후로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줄 알았던 단체 활동에 대한 환상 등등이고요. 텀블벅이라는 창작후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독자들로부터 선후원을 받은 원고료로 첫 번째 책을 제작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첫 번째 단편집의 주제는 '여행'으로, 10명의 작가들이 같은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 책으로 엮습니다. 실물 단편집은 후원해 주신 분들만 보실 수 있고요, 만화는 창작집단8 블로그*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 창작집단8 공식 블로그 (바로가기▶)

 

반디 | 차기작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즌7의 후기를 통해 시즌8 혹은 생활만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예고해 주셨죠. 둘 다 기대가 되는 작업인데요. 특히 생활만화가 아닌 다른 이야기라면 어떤 만화가 될지 궁금합니다. 조금 더 세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난다 | 사정상 준비하던 차기작은 보류되고 어쿠스틱라이프8시즌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막상 결정되니 마음이 편안하네요. 연재를 반년 이상 쉬니 할 이야기가 많이 쌓였었거든요, 풀 수 있어 다행이에요.

 

반디 | 프로필에서 “낮에는 생활인, 밤에는 만화가”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이제 만화가는 작가님 인생의 반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요. 그런 만화가로서 작가님의 포부나 소망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난다 | 노후를 자주 생각하는데요. 가족을 이룬 자식들이 주말에 찾아오면, 다 같이 둘러앉아서 어묵탕에 맥주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고, 적금은 들고있니, 건강이 최고다, 부모의 잔소리도 좀 해주고…… 그러다 다음 날이면 ‘엄마 이제 마감해야 하니 다들 집으로 돌아가거라.’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좀 더 가까운 소망이라면 내년에도 출판사로부터 명절선물을 받고 싶어요.

 

반디 |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5월 덕담 한 마디 부탁드려요!

 

난다 | 건강이 최고입니다.

 

 

 

난다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만화가 주목을 받으면서 2010년 혜성같이 등장했다. 어눌하지만 섬세한 작화, 차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감성과 독특한 상황 속에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능력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디어다음 ‘만화 속 세상’에 《어쿠스틱 라이프》를 연재했다.

 




Trackback 1 Comment 7
  1. 애독자 2013.05.21 09:44 address edit & del reply

    어쿠스틱라이프를 정주행, 역주행으로 몇 번이나 돌려보고 단행본도 다 산 애독자에요~ 시즌 시작 전에 이렇게 인터뷰로 보니 정말 반가워요ㅜㅜㅜㅜㅜ 새 시즌 시작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고 단기적인 소망, 소박하면서도 엄청 구체적이시네요ㅋㅋㅋ 꼭 명절 선물 받으시길!

    • 반디앤루니스 2013.05.22 10:02 신고 address edit & del

      후후. 우리 애독자들의 소망은 새 시즌 시작이죠?
      얼마 후면 6월입니다!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 보자고요.^^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2. fiaa 2013.05.21 14:16 address edit & del reply

    아! 드디어 연재가 시작된다 :)

    • 반디앤루니스 2013.05.22 10:05 신고 address edit & del

      정주행, 역주행, 단행본 정독까지!
      연재 시작 전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3. 난다팬 2013.05.28 11:53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난다님의 소식을 접하니 정말정말 기쁘네요!
    게다가 곧 돌아오신다니... ㅠㅡㅠ/
    단행본 5권까지 소식까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인터뷰였습니다.

  4. 난다팬 2013.05.28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에 난다님의 소식을 접하니 정말정말 기쁘네요!
    게다가 곧 돌아오신다니... ㅠㅡㅠ/
    단행본 5권까지 소식까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인터뷰였습니다.

    • 반디앤루니스 2013.05.29 13:08 신고 address edit & del

      하하하. 그리 기쁘게 읽으셨다니 저희도 기뻐요.^^
      앞으로도 난다님 활동에 꾸준한 관심 보내주시기를!

      - 반디앤루니스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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