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놓은 구절들] 샤를 단치, 《왜 책을 읽는가》

 

샤를 단치 | 《왜 책을 읽는가》 | 이루 | 2013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 있다. 그 생김새와 냄새는 물론이고, 그것이 전해 준 약속까지 모두 다 사랑한다. 때로 그 책들은 너무나 흉측하게 변해 있기도 하고, 역겹고 실망스러운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그래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참 신기한 것은, 흰색 바탕 위에 검은 글씨가 빼곡이 박혀 있는 그 평범한 물건들에서 매번 하나의 신세계가 솟아나온다는 사실이다. 책은 결코 삶과 대립하지 않는다. 책은 인생이다. 진지하고 난폭하지 않은 삶, 경박하지 않고 견고한 삶, 자긍심은 있되 자만하지 않는 삶, 최소한의 긍지와 소심함과 침묵과 후퇴로 어우러진 그런 삶이다. 그리고 책은 실용주의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초연히 사유의 편에 선다. (257쪽)

 

얼마 전, 모 출판사의 '책 사재기'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작가와 독자를 화나게 한 것은 "초연히 사유의 편"에 있어야 마땅한 책을 실용주의의 제물로 삼았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책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다시금 질문해 봅니다. 내 삶의 지향과 무관하게 남들 다 읽는다니까 사 보는 책, 그런 베스트셀러만을 책으로 여겨 온 것은 아닐는지, '책 사재기'에 독자인 내가 꾸준히 동조해 온 것은 아닐는지, 책을 처음 사랑한 때로부터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아닐는지요. 오늘은 "책은 결코 삶과 대립하지 않는다. 책은 인생이다."라는 구절을 접어놓습니다. 그 의미를 되찾을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짧지 않은 연휴, 사랑하는 책들과 함께하시길 바라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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