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n Timberlake: The 20/20 Experience [Deluxe]] - let me show you a few things

 

 

저스틴 팀버레이크 | [Justin Timberlake: The 20/20 Experience [Deluxe]] | Sony Music | 2013

 

 

 

verse1:

 

그가 돌아왔다. 1993년, 미국판 <뽀뽀뽀>인 <미키마우스 클럽(The Mickey Mouse Club)>으로 데뷔해 미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과 솔로 뮤지션, 영화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은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헐리웃 섹시남 순위에 빠지지 않는 최고의 셀리브리티 & 트렌드 가이. 과거 팀 멤버들은 물론 90년대 말~2000년대 초 함께 시대를 풍미한 다른 아이돌들은 모두 관심 속에서 멀어져 갔지만, 여전히 홀로 살아남아 더욱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최후 승자. 그렇다. 바로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이하 'JT') 얘기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FutureSex/LoveSound('06)』 이후 신작 『The 20/20 Experience』가 나오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다수의 영화에 비중 있는 역할로 얼굴을 비쳤고, 마돈나(Madonna), 티아이(T.I.), 50센트(50 Cent)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곡에 참여하며 음악 작업에도 손을 놓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보 공개 후의 반향은 생각보다 더 거대했다. 단순히 보면 큰 성공을 거둔 전작에 이은 오랜만의 신작이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보면 최근 수 년 간 아메리칸 팝 씬에서 불거졌던 제대로 된 '아이콘(Icon)'의 부재를 해갈시켜 줄 적임자로서 그의 존재를 갈망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아이콘은 기본적으로 종교, 사상, 시대 등의 관념체계 내에서 어떤 특정한 의미를 상징하는 인물이나 형상을 나타내는 '도상(圖像)'을 뜻하며, 이는 곧 '우상(偶像, Idol)'과도 결부된다. 현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아이콘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상업적 성공 횟수나 규모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범사회적 성공과 인지도를 수반하는 것은 기본이고, 해당 인물이 가진 뚜렷한 유니크함을 바탕으로 그의 스타일, 패션, 성향, 어투, 제스쳐 등 모든 것이 특정 체계에 대한 대표성을 띤 도상으로서 대중에 트렌드로 제시되고, 유행을 만들어내며,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들을 충족하는 기존 미국 팝 시장의 아이콘에는 누가 있었던가. 당연스레 가장 먼저 고인이 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이하 'MJ')의 존재가 떠오른다. 앨범부터 패션, 춤, 보컬 스타일, 외모까지 모두 독보적인 유니크함을 자랑했던 그는 분명 8-90년대 미국 팝 시장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그럼 2000년대는? MJ의 아성만큼은 아니라도 에미넴, 어셔(Usher), 비욘세(Beyonce),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등과 함께 이 남자, JT 정도는 어렵?게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듯 JT가 팝계의 아이콘 반열에 오른 데에는 『FutureSex/LoveSound』의 공이 컸다. 사실 데뷔반인 『Justified('02)』만으로도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로서는 충분한 성공이었다. 그러나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웰메이드 어번 팝 앨범이었던 해당 앨범은 시대를 대표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었고, JT 역시 이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던지, 2집 『FutureSex/LoveSound』에서는 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트렌드를 앞서나가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팀바랜드(Timbaland)와의 협업이 확고한 시너지로 나타난 것도 이때부터. 어셔(Usher)의 「Yeah!」를 필두로 한 신나면서도 투박한 '크렁크(Crunk)' 사운드가 빛을 잃어갈 즈음 등장한 세련되면서도 미래적 몽환성을 수반한 본작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몸에 쫙 붙는 수트에 타이와 스니커즈를 매치한 섹시한 패션과 함께 그 자체로 하나의 도상이 되어 전 세계를 매혹시켰고, 『FutureSex/LoveSound』는 천만 장 넘게 팔려나갔다. 

 

 verse2:

 

신작 『The 20/20 Experience('13)』은 이렇듯 거대한 성공을 거두며 팝계의 아이콘이 된 '전작의 자신'으로부터 보다 진일보한 완숙미를 선보이며 '자기갱신'을 꾀하는 앨범이다. 전체적 느낌은 전작처럼 직선적이기보다 한층 부드럽다. 우선 JT의 외양부터 그러한데, 전작이 실크 계열 수트에 짧은 머리, 까끌한 수염, 스니커즈를 함께 매치하며 '더티 섹시'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였던 반면, 이번엔 수트가 가진 클래식한 미에 보다 집중해 포멀하고 댄디한 섹시함을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건 JT가 제시한 수트 패션의 트렌드가 그 자체로 JT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두 비주얼 스타일 모두 도상적 성향을 강하게 내포한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아이콘으로서 그의 영민함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제 음악 얘기를 해보자. 여전히 팀바랜드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사운드는 외양만큼 세련되고 유려한 고전미를 강조하는 JT의 보컬 라인과의 조화를 어느 때보다 중시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바로 이 조화의 '방향성'이 본 앨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팀바랜드가 제시한 답안은 JT의 보컬라인에 쉽게 어울릴법한 컨템포러리 R&B나 팝 사운드를 통한 '쉬운 답'에 있지 않다. 오히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을 아우르는 사운드 소스와 그것들을 조합한 시퀀싱의 규모는 팀보의 이전 어떤 작업물보다 복잡하며, 구조적이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곡들은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의 도입부로 시작되어, 중간 부분의 가교를 거쳐 후반부에는 오토튠과 전자음, 효과음 등 정성스럽게 배치된 다양한 디지털 텍스쳐들이 녹아들며 마무리되는 독특한 전개방식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레 곡들은 대곡지향적이 되었다.

 

첫 싱글로 발매된 「Suit & Tie」는 이러한 명제에 대한 짧고 파퓰러하게 정리된 '맛뵈기'다. “수트와 타이를 멘 나 JT가 뭔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인트로로 시작되어 브라스와 함께한 상큼한 도입부로 청자를 매혹시키던 곡은 후반부 제이지(Jay-Z)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둔중한 일렉트로닉 비트로 방향을 전환하고, 종국에는 JT의 초반 보컬라인과 후반의 실험적 비트가 하나로 엮이는 과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구성은 앨범 내의 다른 곡들에서 보다 확실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고풍스러운 스트링 연주와 가스펠 코러스를 대동한 앨범의 첫 곡 「Pusha Love Girl」이나 곡 말미의 겹겹이 쌓인 사운드 레이어의 입체감에서 앰비언트적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는 「Tunnel Vision」, 그리고 유려한 멜로디와 JT의 미성이 너무나 감미롭게 조화를 이룬 두 번째 싱글 「Mirrors」 등이 대표적이다. '가교' 부분을 최소화하고 아예 전혀 다른 느낌의 두 곡을 합쳐 놓은 모양새의 「Strawberry Bubblegum」과 전작의 「Untill The End of Time」을 잇는 섹슈얼 메타포로 가득 찬 끈적한 R&B 러브송 「Spaceship Coupe」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유사한 노선이다.

 

[Justin Timberlake - Suit & Tie (Official) ft. JAY Z]

 

이러한 곡들은 일반적으로 팝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흥의 본위와 조금 다른, (JT 본인의 언급대로) 청자에게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같은 7-80년대 아트/프로그레시브 록밴드들의 음악을 감상할 때와 유사한 마음가짐 & 감흥을 전달한다. 기실 아날로그(감성)와 디지털(실험)을 단순한 소스로서가 아니라 미학적 관점에서 합치시켜가는 '과정'을 작품으로서 담아낸 이 시도는 그러한 전설적 밴드들의 작가주의적 마인드와 비교해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이 앨범이 보여준 '조화를 위한 혁신'은 JT가 대중의 관념체계 속에 각인된 자기 자신의 도상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씌우며, 기존의 파퓰러한 지지층 외에도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다양한 계층의 대중들에까지 어필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춤으로써 그가 보다 진정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구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verse3:

 

이쯤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재미있는 지점은 각자의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의 MJ와 JT, 두 사람의 상관관계다. 이번 앨범에서도 JT는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으로서 MJ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음악적 영향력들을 부인하지 않는다. 「Don't Hold The Wall」의 오리엔털한 감성은 「Liberian Girl」을 떠올리게 만들고, 「Let The Groove Get In」의 아프로 아메리칸 리듬은 「Wanna Be Startin' Somethin'」을 자연스레 상기시킨다. 그 뿐인가. 싱글 「Mirrors」는 제목과 뮤비 속 거울로 가득한 방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는 장면 등에서 『Bad('87)』의 대히트 싱글 「Man In The Mirror」를 생각나게 하며, 「Suit & Tie」의 감각적인 프로모션 비디오를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가 디렉팅 했다는 사실까지도 그가 20년 전 MJ의 「Who Is It」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인연을 떠오르게 하며 새삼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두 사람의 행보 역시 묘하게 닮아있다. 어린 나이에 당대 최고 인기 그룹의 막내로서 팀 내 가장 큰 인기를 얻었고(The Jackson 5 vs N'Sync), 성인이 된 후 최고의 조력자와 함께 음악적 진화를 통해 당당히 홀로서기에 성공했다(퀸시 존스 vs 팀바랜드). 솔로로서의 첫 작품은 당대 흑인음악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 웰메이드 앨범으로서 큰 가능성을 선보였으며(『Off The Wall('79)』 vs 『Justified』), 소포모어 앨범에서는 최첨단의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보다 강렬한 스타일을 통해 음악산업의 유행을 선도하며 쇼 비즈니스계의 전세계적 명사가 된다(『Thriller('82)』 vs 『FutureSex/LoveSound』). 그리고 상당히 긴 공백 끝에 돌아온 세 번째 앨범에서는 전작이 제시한 기준에서 보다 진보된 스타일을 선보이며, 이미 경쟁상대가 없는 헐리웃 뮤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적인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욕심을 드러낸다(『Bad』 vs 『The 20/20 Experience』). 이상의 항목들은 MJ의 성공전례에 대한 JT의 존경심을 듬뿍 담은 벤치마킹 사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MJ를 잇는 아이콘으로서 이제 JT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다. 『Bad』 이후의 MJ를 기억해보자. 어느새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가 된 그는 더 이상 우리와 동일한 인류로는 여겨질 수 없어보였다. 『Dangerous('91)』와 『History('95)』는 절대자나 우주인과 같은 초월적 존재에 오른 이 황제의 스케일과 자신감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거대해진 입지와 이를 통한 부담감은 결국 그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음악 역시 이런 심리를 반영하듯 다소 방만해져 갔다. 영민하고 자기 관리에 능한 JT이지만, 그 역시 새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이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사실 그의 다음번 음악적 행보가 과연 어떤 식으로 이어지게 될 지를 궁금해 하는 기대감의 이면에 다름 아닐 것이다.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 JT 버전의 새로운 『Dangerous』와 『History』」가 MJ와는 또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음악계에 새 역사를 써내려가게 될 지 음악팬의 한사람으로서 사뭇 기대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딕텔'님은?
문화콘텐츠학 석사 과정 진학을 준비 중인 20대 중반의 청년.  AB형에, 왼손잡이에, 물병자리까지 완벽한 '4차원'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는 의외로 섬세하고 사려깊은 남자라고 자부함.  학창시절엔 만화가를 꿈꾸었고, 대학에선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밴드 동아리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군대에서는 컴퓨터 시스템 분야에 복무하는 등'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력을 지녔지만, 사실 그것들 중 뭐하나도 제대로 한 것은 없었다고 전해짐. 제대 후 음악취향 Y 에서 우연찮게 필자로 활동할 기회를 얻어 현재에 이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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