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사람을 남기는, 그 사람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의 여행작가 변종모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사진 제공 | 허밍버드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런데도 혼자 다닌 적은 없습니다. 매번 일행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여행길에는 익숙한 지인들과의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이야기지요. 수차례의 여행을 홀로 해 왔던 사람이라면 좀 다를까요? 궁금증을 풀어준 책이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입니다. 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여행서인데요. 흔히 말해지는 ‘관광’이나 ‘추억 만들기’에 할애한 지면이 거의 없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요.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는 점에서,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점에서 변종모 작가님의 여행은 우리 삶과도 닮았습니다. 여행이든 삶이든 최종적으로 우리가 남기게 될 것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는 식의 연대기가 아닐 겁니다. 그보다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런 사람이었다는 이야기일 테죠. 변종모 작가님의 여행담에 의하면 말이에요.

 

* 프로필(ⓒ엄삼철)을 제외한 나머지 사진은 변종모 작가님이 여행 중 찍은 것으로,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에 수록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반디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이후 일 년 만의 새 책인데요. 책 소개와 함께 이전의 글보다 중점을 두었던 부분-식탁에 관한 기억이라든가-을 설명해주신다면요?

 

변종모 | 그간 3년 또는 2년에 한 권씩 발표를 하다가 이번에는 꼭 1년 만에 새 책을 소개하게 되었네요. 신간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지금까지와 조금은 다른 형식의 내용입니다. 물론 여행지에서 경험한 일임에는 변함없지만, 이번 책은 장소와 상관없이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람과 저 사이에 놓였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그들에게서 받은 그 무수한 마음들을 제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키워오다가, 즉 그 힘으로 살아오면서, 이것을 언젠가 한 번은 꼭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이 몰라도 되는 일이지만 제 마음의 온도가 너무나 높아서, 반드시 다른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여행자 중 한 사람일 뿐이었음에도 낯선 그들은 제게 잠시 가족 같았다가 친한 친구 같기도 했고, 스승이기도 했다가, 오래 소식이 끊겼다 만나게 된 후배 같기도 했지요. 산다는 것은 이런 일들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호의가 느껴질 때, 반쯤은 접혀 있던 나의 마음이 다시 펴지는 기분. 살면서 저는 누구나 이런 기분을 자주 경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달콤한 부분이 있으므로.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반디 | 지난 번 책도 그렇고 의미심장한 제목이에요.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여운을 남깁니다. 결국 달고 쓴 맛은 하나의 삶 안에 뒤섞여 있다고 받아들여도 될는지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라는 제목에 숨은 뜻을 부연해 주세요.

 

변종모 | 저의 첫 책 제목이 《짝사랑도 병이다》였어요. 그리고 두 번째 책의 제목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였고요. 그때 친한 후배가 전화를 걸어 왔어요. “형! 이번에도 의학 서적 낸 거야?” 하고요. 그 당시 모든 것은 제게 병적이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그때는 처절하다 생각했었나 봅니다. 그 이후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은 순전히 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성문’의 의미가 강했어요. ‘결국 그리움의 대상은 내 안에 있기 때문에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그런 제 마음의 반성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책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처음 보는 대상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대접을 받곤 할 때면 그것이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저의 불안을 재울 수 있었고, 저는 나누지 않았는데 그들이 먼저 주었던 마음들은 제게 너무나 달콤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익숙하지 않아 감당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었을지라도 그 이면에는 분명 따뜻함이 있었고, 그렇기에 결국 그것은 제가 오래도록 건강한 마음이 될 수 있게 했지요. 그것을 생각하면 저는 자주 그날들을 떠올리므로, 지나간 모든 인연의 마음들이 ‘달다’고 생각해봅니다.

 

반디 | 작가님의 여행기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다는 식의 육하원칙적인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도드라진 기억을 밀도 있게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시기나 장소가 혼재되어 있는데요. 언제 이 많은 여행을 다녀오셨는지 궁금해하는 독자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그루지야 등 10여 년간 다녀오신 나라라고 들었는데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보태주신다면요?

 

변종모 | 맞습니다. 저의 글에는 어떠한 여행지나 풍경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지요. 정보 역시 없어서 제 책은 절대로 여행 지침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것은 인터넷이 훨씬 더 정확하고 발 빠르게 전달한다고 믿고, 제가 정보에 그다지 밝지 못하기도 하고요. 저는 여행을 갈 때 정확한 기간이나 일정을 계획하고 떠나는 편이 아닙니다. 가령, 파키스탄의 훈자에 머물 때는 비자가 끝날 때까지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계속 지내다가 인도로 옮겼어요. 좋으면 그저 싫어질 때까지, 아니 옮길 만한 이유를 찾을 때까지 무작정 있는 편이거든요.

 

저를 그렇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장소를 찾았다가 자연스레 짐을 풀고 하루 이틀 지내다 보면, 그곳의 사람들이 점점 친근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낯선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떠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일들. 처음에는 물론 그곳의 풍경에 이끌렸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여행 사진 대부분에 사람이 등장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반디 | 앞서 말했다시피 여행의 기억을 글로 써 나가고 계십니다. 아무리 본인이 겪고 느낀 것들의 기록이라고 해도, 혹은 그래서 더더욱 술술 써지기보단 막힐 때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책 한 권이 되기까지 글쓰기의 괴로움을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변종모 | 저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글에 대해서 능통한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일기를 써왔어요. 제가 글쓰기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은 그 부분 때문인 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괴로움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고민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여행을 떠난 곳에서 기분과 느낌을 기록할 수도 있지만,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나의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앞서 말했듯 자신의 마음을 보는 일, 자신의 진심을 가장 진심에 가깝게 써내는 일이 중요하지요. 일기장을 토대로 하거나 메모지를 근거로 하지 않아도, 진심이란 바뀌지 않는 것이니까요. 달라진다면 진심이 아닌 거니까요. 저는 소설 쓰는 사람이 아니므로 사실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면 될 뿐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때로 제 마음이 나 자신에게 너무나 밀착되어 상대방의 느낌이나 생각을 왜곡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괴로움이라면 괴로움이지요.

 

반디 | 한편, 작가님께서 글쓰기만큼이나 애용하는 기록 방법은 사진일 것 같은데요. 글과 사진은 어떤 면에서 같거나 다를 겁니다. 경험을 들어 그 같고 다름을 설명해 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시는지도 궁금하고요.

 

변종모 | 저는 대부분 혼자 여행을 다니므로 자연스레 사진을 찍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의 일환입니다. 한번 떠나면 길게는 1년 6개월씩 다니다 보니 저만의 시간을 소비하는 한 방식이 된 것 같아요.

 

글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그대로 찍어내는 일이며 사진은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내 마음으로 옮겨 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는 글을 쓰는 일에는 제 감정을 최대한 공평하게 반영하고 사진을 찍을 때는 대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제가 아직 상업 사진가의 영역을 넘볼 수는 없을 겁니다. 사진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대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이게 할지 또는 빛의 조건을 가장 훌륭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등을 잘 알지 못합니다. 저는 그저 제가 바라보는 느낌 그대로 촬영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사진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가장 결정적이고 인상적인 사진을 남기는 법 또한 연구해보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지금의 방식이 여행에서 훨씬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글과 사진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두 가지 모두가 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어떤 때는 글이 더 편하고 어떤 때는 사진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니까요.

 

반디 | “돌아왔다는 것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에필로그의 한 구절이 인상적입니다. 살아가면서도 돌아오기 이전의 일들에 분명 영향을 받을 텐데요. 다시 살아가며 가장 자주 떠오르는 여행의 기억, 그리운 식탁의 풍경이 있다면요?

 

변종모 | 아, 너무나 많네요! 제가 길 위를 나서면서 가졌던 마음들, 그리고 그곳에서 돌아왔을 때 조금 나아지거나 좋아졌던 마음들은 분명 길 위에서 느낀 것들이나 그 시간들의 추억 때문일 겁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요. 딱히 어떤 추억 때문에 살아간다기보다, 어떤 기분이나 느낌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네요. 수많은 추억을 일일이 떠올리며 산다기보다 그때의 좋았던 기분으로 오래오래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한 가지를 꼽으라면 스리랑카에서 만난 청년이 자주 떠오릅니다. 이번 책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인데요. 그가 처한 생활환경과 불투명한 미래, 반면에 그런 그의 가족에게서 받았던 감사의 마음이 기억납니다. 당시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가기 위해 한글을 배우던 중이었는데, 제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함께 한글 공부를 했어요. 청년의 할아버지는 제가 그를 방문할 때마다 아득한 높이의 야자나무에 올라가 야자열매 한 통을 따서 내밀곤 하셨습니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도 가난한 여행자였고, 그래서 도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자꾸 저에게 주려고만 했습니다. 참으로 선량한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결국 한국에 오지 못했을 그 청년이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지 너무나 궁금합니다.

 


반디 | 오랫동안 여행자로 살아오고 계십니다. 그만큼 쌓여 있는 기억이 있을 테고, 이 책에도 못다 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이런 상상을 해보고 싶습니다. 지면이 무한하게 주어졌다면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어떤 책이 되었을까요?

 

변종모 | 아……. “지면이 무한하게 주어졌다면”이란 말이 좀 무섭군요. 하하하. 책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들을 계속 이어나갔을 겁니다. 세상은 점점 화려하고 거대한 것에만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제가 받은 많은 소박한 마음들이 결코 그 거대하고 화려한 것들에 비해 부족하거나 초라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봐야 잘 보이는 그 마음들에 대해서만큼은 꼭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달콤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하루하루 길 위를 걸으며 배웠던 것을 베풀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유에서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의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분량이 너무 늘어나 독자 분들이 지겨워했을지도 모르겠군요.

 

 

반디 | 책은 아마 여행을 대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체일 겁니다. 많은 독자 분들이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듯이 말이죠. 그런 책이 여행 이전의 작가님에게도 있었는지요. 꼭 여행도서가 아니라도 책 몇 권을 소개해 주세요.

 

변종모 | 모든 것은 길 위에서 배웠다고 저는 주장하지만, 그런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 책들과 길 위에서 오래도록 곱씹게 했던 마음의 한 줄들이 있습니다.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어느 날 다시 돌아왔을 때, 큰형처럼 또는 부모나 친구처럼 따뜻한 힘이 된 책들 또한 있지요. 그러다 다시 먼 곳이 그리워질 때 그곳을 떠올리게 한 책들 역시 있습니다.

 


말로 모건의 《무탄트 메시지》를 읽었을 때, 제가 길 위에서 자주 삶에 대해 느끼던 것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는 우리는 결코 떠나지 않고서도 무한히 여행처럼 살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최갑수의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을 펼쳐놓고는 같은 여행자로서 그의 시선이나 마음이 살짝 궁금해지거나 부럽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결국 여행하지 않고서도 여행할 수 있고, 여행하면서도 여전히 떠나지 않은 것처럼 지금의 자리를 소중히 돌보게 하는 마음의 글들을 항상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늘 저의 많은 부분을 흔들어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반디 | 작가님께 또 소개 받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행지인데요. 이제 4월을 지나 5월이고, 완연한 봄입니다. 이 계절에 가기 좋은 곳, 바꿔 말하면 어느 곳에서의 봄을 가장 좋게 기억하시는지요? 그 이야기를 독자 분들에게 들려주세요.

 

변종모 |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그곳의 4월은 정말이지 제정신이 아니지요. 식민지 시절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주변의 소박한 자연과 잘 어우러지고, 불교 국가 특유의 정서가 종교와 관계없이 사람을 고요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밤의 루앙프라방은 또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서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딱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하고 있는 기분이고, 특별히 뭔가를 보지 않아도 늘 새로운 것이 보이는 곳이지요. 부겐베리아가 지천으로 핀 사원의 마당을 걷거나 말 없는 메콩 강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일, 골목의 낡은 카페에서 맥주 한 병 끼고 하늘의 별을 보는 일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곳. 바로 루앙프라방이지요. 아직도 저는 그곳의 봄을 잊지 못합니다.

 

 

반디 | 누구나 여행의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여행을 주저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계획하며 들떠 있는 사람도 있고, 한창 여행 중인 사람도 있고, 이미 여행을 다녀와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들 중 어떤 분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변종모 | 욕심 같아서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지만 이미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제 글에 좀 더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저의 지난 많은 여행들 중에서도 장소나 계절에 관계없이 오로지 그들과 제 삶에 잠시 스쳤던 커다란 마음들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여행을 다녀온 후라면 더 크게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행을 앞둔 분들 역시 제 이야기에서처럼 좋은 인연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런 인연에는 자기식의 존중과 정성이 필요하리란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반디 | 작가님의 다음 여정이 궁금합니다. 또 다른 여행을 떠나실지, 아니면 여행의 기록을 정리해 나가실지,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실지요.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이후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변종모 | 글쎄요. 저는 미래에 대해서 발설하기를 좀 꺼리는 편이긴 한데, 가능하다면 다시 여행을 떠나도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 시기는 이곳 한국에서 저를 딱히 필요로 하지 않을 때라면 좋겠어요. 떠나게 된다면 다시 파키스탄에서 보내는 1년을 상상해봅니다. 제가 만났던 인연들, 다 알지 못하는 그곳의 계절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겠지요. 그 글들이 세상에 나오게 될지 그러지 못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늘 하던 일을 하고 늘 상상하던 일을 상상할 것입니다. 별일 없다면 별일 없이 지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많은 것을 계획하지 않는 일이 저의 계획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여행은 혀의 기억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덜 갖춰진 식재료로 요리를 해 먹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어도 공감 가는 부분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맛을 내며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이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작가님 자신의 삶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어떤 요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변종모 | 음……. 제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먹는 일은 아주 소중하지요. 허기진 마음을 잠시나마 그렇게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데, 저는 쌀밥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한 가지로는 별로 의미 없는 것. 다른 반찬과 꼭 곁들여야 하는 그런 쌀밥 같은 사람 말이에요. 사람이 혼자 행복하다면 그것이 행복이겠습니까.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이라면, 그것은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생각해보니 그러려면 제가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군요. 부담스러워라.

 

 

 

변종모

 

한때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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