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즐기는 법, 느끼는 법, 사는 법 - <런던 프로젝트>

 

박세라, <런던 프로젝트>, MEDIA2.0, 2009

 

여행에 관한 도서치고는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타 작가들과 같이 문장과 문체가 발랄한 느낌이 드는 마치 인터넷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학 특기자로 대학(국문학)에 입학하고 졸업도 하기 전에 기자 생활을, 그리고 <보그걸>의 피처 에디터, <페이퍼>의 객원 기자와 런던 통신원 출신답게 글재주가 뛰어나다.

 


<런던 프로젝트>는 영국 런던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런던 기행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이다. 지독하게 일에 열중한 나머지 건강에 무리가 오면서 그녀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심, 즉 런던 여행에 20대 청춘을 ‘올인’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20대 때는 과연 무엇을 하며 지냈고 젊음을 어떻게 소비했는가 하는 물음의 커다란 벽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앞을 가로막는다.

배낭여행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대학 시절, 모든 여행 계획과 자금 계획, 여행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 현지 지인들의 연락처 등을 3개월에 걸쳐 친구와 준비했지만, 막상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여행이 코앞에 닥치자 막연한 두려움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 것을…. 결국 배를 타고 일본으로 출발했고 교수님의 친구 분인 ‘안도’ 교수님의 환대와 지극 정성으로 젊은 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비행기표를 사고 남은 퇴직금 전재산과 23kg짜리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난 그녀의 런던 여정 길은 그렇게 시작된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느낌으로 여행지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특히 같은 동양권 나라의 여행지는 익숙한 분위기를, 유럽과 같은 서양권의 여행지에선 낯설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이기에 그녀 역시 런던의 이국적인 매력 속에 푹 빠지지 않았나 싶다.

<러브 액추얼리>에서 나왔던 히드로 국제공항의 기대를 멋대가리 없고 늙수그레한 스타일에, 상냥하길 하나, 세련되길 하나 라고 표현한다. 런던 중심지 중 한 곳인 옥스퍼드 서커스에서 볼거리와 템즈강의 남성적이며 시원한 분위기가 살아있는 변모된 ‘서더크’(Southwark)와 엘리자베스 왕조 시대에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극장인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Shakespeare’s Globe Theater)의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서점을 따라 런던을 걷다

아무래도 눈길을 끄는 것은 서점 답사. 세계에서 가장 서점이 발달한 도시가 런던이며 이곳의 서점들은 단순히 수적 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며 책의 성격 역시 특별하다고 한다. 사진을 통한 서점의 모습에서 해리 포터를 연상케 하는 고시대의 서점부터 대형 매장의 공세 속에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전문서적으로 승부하는 전통 있는 서점까지 한숨에 내딛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밖에 다양한 문화와 풍경, 인터뷰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 주의 낭비 결산’이라는 코너를 통해 그녀가 사들인 잡다하고 소소한 물건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젊을 때 무모하다 싶은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패하면 새롭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 패기와 용기는 젊음의 상징으로 이 시기의 여행은 적극 권장할 만하다. 여행을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사람과 어깨를 부대끼며 정체성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사이 어느덧 젊음의 성장판은 활짝 열릴 것이다. 젊을 때 떠나자!!

오늘의 책을 리뷰한
‘트레제게’님은?

중국에서 건축 설계사무실을 운영하다 작년에 일시 귀국. 건축 도면을 납품하고 계약금조차 받지 못해 현재 중국 법원에 고소한 상태. 귀국 당시 몸과 마음의 피폐함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던 중, 의사의 권유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 그것 정말 가능한 이야기죠. 이제는 매일 글을 쓰고 읽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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