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넘는다, 자유를 그리다 - <울지 말아요, 티베트>

 

정미자, <울지 말아요, 티베트>, 책먹는아이, 2009


산을 오르면 마음 깊은 곳까지 상쾌해집니다. 가쁜 숨을 내쉬면, 나쁜 기운이 빠져나와 폐 속 가득 맑은 공기로 차고, 연신 얼굴을 흐르는 땀은 몸을 가볍게 합니다. 또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마음 속 고민들 또한 작게 느껴져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도 다람살라를 향해 히말라야를 넘는 티베트 망명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험준한 산세와 혹독한 추위는 고난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총을 든 중국 공안들의 감시와 수시로 마주해야하는 죽음의 공포는 발걸음은 물론 마음마저 무겁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산을 넘습니다.

13살 한국 소년 보건이와 다큐멘터리 감독인 보건이 아빠는 10명의 티베트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를 넘습니다. 상해임시정부 청사를 촬영하던 보건이 아빠는 히말라야를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평소 그들의 삶에 관심이 있던 터라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 것이지요. 이들과 동행한 티베트인들은 다양합니다. 달라이 라마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 롭상 아저씨, 중국공안에 잡혀 감옥살이를 한 상게스님, 티베트의 문화와 역사, 종교를 익히기 위해 다람살라로 가는 13세 소년 잠양,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산을 넘는 까르마 아저씨 등. 이들은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꿈꾸는 것은 같습니다. 자유입니다.

“그래요. 중국이 티베트 문화를 말살하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부터예요. 이미 티베트를 장악하고 있던 중국은 1959년에 본격적으로 티베트를 점령하고 달라이라마님을 없애려고 했지요. (…) 달라이라마님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한 건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몰라요. 그 곳에서 망명정부를 세운 뒤 티베트의 문화와 종교, 역사, 교육을 전승하고 있잖아요. 중국이 티베트 본토의 모든 역사와 언어를 빼앗아가서 점점 티베트의 정신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죠.” (p. 68, 초펠가이드의 말)

티베트의 역사처럼 이들의 여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눈 쌓인 히말라야를 며칠 동안 걷지만, 그들의 주린 배를 달래 줄 식량은 많이 부족합니다. 또 몸이 아파 휴식이 필요한데도, 중국 공안의 감시 때문에 어디 하나 마음 놓고 쉴 곳도 없습니다. 어느 날 어린 잠양은 기침을 심하게 합니다. 하지만 근처에 중국 공안이 있어 어른들은 그의 입을 온 몸으로 막습니다. 기침을 하지 못한 소년은 사색이 되어 가고, 어른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봅니다. 낮은 기침이 죽음을 부를 수 있는 절박한 상황, 쉽게 상상할 수 없지만, 이것이 이들의 현실입니다.

바람된 소녀, 텐진

12세 소녀 텐진의 이야기는 더욱 안타깝습니다. 텐진의 아빠는 술만 먹으면 중국인들과 싸워 수차례 감옥에 잡혀가고, 그 탓에 텐진의 가족은 감시의 대상이 됩니다. 결국 엄마는 어린 텐진을 다람살라로 보내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돌아올 것을 부탁합니다. 텐진도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길을 떠납니다. 하지만 12세 소녀가 겪기에 현실의 무게는 너무 무겁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에 가족사진을 꺼내 보지만, 그리운 마음은 쉬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보고픈 마음이 너무 커졌던 탓일까요? 돌풍이 부는 어느 날 텐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소녀가 따뜻한 하늘나라로 갔는지, 그토록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지금보다 나은 어딘가에 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보건이는 텐진과 잠양을 보며 마음이 아픕니다. 보건이는 곁에 아빠도 있고, 돌아갈 나라도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아이답게’ 뛰어놀아도 되는 땅과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티베트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말도, 땅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보건이는 일본에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시기를 떠올립니다. 그때는 우리도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유를 찾아 압록강을 건넜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수 세대 전 엄마, 아빠들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 마음만큼은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보건이는 그 시대를 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고통을 견디는 그들에게 전합니다. ‘울지 말아요, 티베트.’ 반디(ak2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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