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음악: 음악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전제덕, <Another Story>, Universal, 2008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이야기 No.1' - 빛의 음악: 음악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한국사람」

나의 어머니 눈물 푸르른 강물이 되어
마른 대지 위를 적셔 흐를 때
푸른 들판에 내 몸 뉘어 쉬겠네
나는 이 땅에 살겠네

나의 아버지 웃음 저 바다 파도가 되어
하얀 갈매기와 춤추며 갈 때
나도 따라서 춤을 추며 가겠네
나는 이 바다에 살겠네

나의 모든 추억이 노을처럼 저물어가도
나 후회 없이 그대와 사랑을 하리
아름다운 날들이 가뭇없이 사라져도
저 산 저 바다는 영원히

아이 웃음소리가 빈 뜰에 너울져 가고
나의 서러움이 눈물로 져서
빈 뜰 가득히 꽃들 만발할 때에
우리 영원토록 사랑해

*Album from 전제덕 『Another Story』, 「한국사람」 (김현식 작곡, 이주엽 작사)

얼마 전 전제덕이 발표한 『Another Story: 한국사람』은 가요를 리메이크 한 앨범이다. 수록된 곡들이 워낙 유명해서 별 다른 설명은 필요 없지만 「우울한 편지」 「광화문연가」「행진」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을 한 데 묶어놓으니 마음이 짠해진다. 게다가 이전 두 앨범에서 훵키하고 그루브한 하모니카 연주를 선보였던 전제덕은 이번 앨범에서 깊어진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Thanks To’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제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인 예쁜 아들을 안겨준 아내 양선희와 나의 분신 전윤표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아내와 아들이 있어 이번 작업은 어느 때보다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평생 고생만 하다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엄마의 영전에 이 음반을 바칩니다. 엄마, 안녕히 가세요. 거기서 저를 위한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놓으세요. 나중에 다시 만나면 세상에서의 모든 일을 다 잊고 즐겁게 지내요. 작년 당신이 가시던 그 날, 11월에 내리던 첫 눈을 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엄마,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했습니다.”

할 얘기가 많은 사람들의 노래

언젠가 전제덕과 악수를 한 적이 있다. 두툼하고 단단한 손이었다. 때로 음악가들은 얼굴보다 손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단단한 그의 손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손을 만든 사람은 본인이지만 그 손을 지켜준 사람은 어머니였다. 앞서 얘기했듯 이번 앨범은 이야기가 많은 앨범이다. 그렇지만 그는 연주로 마음을 표현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의 말을 전해준다. 우선, 말로의 『벚꽃지다』를 함께 했던 이주엽이 「한국사람」에 노래를 붙였다. 오랜 시간 전제덕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했던 사람이기에 전제덕만을 위한 「한국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정말 전제덕을 위한 가사다. 그리고 여기에 김현식의 아들, 김완제가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한국사람」은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음악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전제덕의 음악을 듣다가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을 떠올렸다. <개인적 체험>은 아들이 뇌류(뇌 탈장)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한쪽 뇌를 제거하는 수술을 결정하는 아버지의 고민을 담은, 오에 겐자부로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오래 전 읽은 글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문득 기억이 나 검색을 해보니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 오에 히카루는 작곡가가 되었고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를 부제로 단 <빛의 음악>이 출간되어 있었다. 란즐리 캐머런이라는 언론인이 글을 쓴 것이었다.   

빛의 음악

먼저 책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앞부분은 진행이 매끄럽지 않고 산만한 게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느낌이랄까, 중간 이후 다른 사람들의 말을 옮기는 데에서야 저널리스트 특유의 간결한 느낌이 살아난다. (저자나 역자 모두 중반 이후 탄력을 받아서 일수도 있다.) 그리고 저자는 오에 히카루에 대해 ‘장애를 이겨낸 천재백치’라는 점을 너무 강조하고 논증하려는 경향이 심하다. ‘영혼의 목소리’ 챕터에서는 히카리 음반에 대한 리뷰에 가깝고 ‘천재백치’ ‘세상에서 하나뿐인 바보’ 챕터에서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고 천재백치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히카리의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고증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음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고, 그의 음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는 일부 시각을 보여주지만 그것마저도 상쇄할 만큼 그가 천재적이라는 것에 몰입되어 있다. “사카모토의 비난이 발표됐을 때 일본에서는 히카리의 시디를 2백 가구당 한 장씩 가지고 있었다. 당시 일본 인구의 절반만이 시디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p. 170) “다시 말하면 오에 히카리는 유일무이한, 같은 부류의 사람들 중에서도 유일한 사람인 것이다”(p. 208) 

아직 국내에는 오에 히카루의 음악이 소개되지 않았기에 그의 음악에 대해 평을 하기는 어렵다. 오에 겐자부로 지명도 있고 매체에서 관심 가질 이야기라 소개가 되었을 줄 알았는데, 데논 음반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궁금하다면 이 사이트( http://www.artistdirect.com/nad/store/artist/album/0,,1708529,00.html)에서 앞부분을 조금 들어볼 수 있다.

뮤지코필리아

몸이 불편한 음악인은 생각보다 꽤 많다. “새뮤얼 존슨과 모차르트에게는 투렛 증후군이, 바르토크와 아인슈타인에게는 자폐증이 있었으며, 사실상 모든 창조적인 예술가들에게는 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p. 263~4)는 올리버 색스(<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사내> <뮤지코필리아>의 작가)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가깝게 스티비 원더, 라울 미동, 오에 히카루, 그리고 전제덕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들에게 삶과 음악을 분리시키기란 어렵지만 사실 분리시키더라도 이들의 음악은 훌륭하다. 그들이 어떤 이들이건,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악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재즈피플> 보러가기(클릭)]

[전제덕의
「한국사람」 들으러 가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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