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스타덤 그리고 신화의 붕괴 - 『King Of Pop』

 

마이클 잭슨, 『King Of Pop』(The Korean Limited Edtion), 북앤뮤직, 2008

 

1992년 부쿠레슈티 ‘Dangerous’ 투어는 기진맥진해 트랜스 상태에 빠진 마이클 잭슨에게 우주복을 입혀 하늘로 쏘아 올리는 것으로 끝난다. 클로징 멘트도 마무리 넘버도 없는 이 결말은 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하면서도 한편 잭슨에 대한 신비감을 증폭시켰다. 마이클 잭슨 전성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이 투어는 그의 대표적인 공연이자 이후 수많은 퍼포먼스 가수들의 이데아적 표상이 되었다. 그 이후로 무대 퍼포먼스를 펼치는 가수 중 마이클 잭슨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심지어 마돈나마저 마이클 잭슨을 흉내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마이클 잭슨의 시대는 레이건과 대처 집권기와 겹치며, 냉전이 해소되면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등장하는 시기와 맞물린다. 보수적이었고 섹스에 개방적인 듯하지만 한편으로 불명확한 것에 대한 혐오가 넘쳤으며 강화된 가족주의와 인종차별, 그리고 미처 극복되지 못한 레드 콤플렉스가 남아있던 시기가 그의 시대였다. 이 와중에 마이클 잭슨은 엄청난 스타덤을 유지하면서도 음악과 사생활 양쪽 모두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고 자신만의 행보를 밀어붙였다. 타블로이드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사생활을 먹이감으로 던져주는 일을 거부했고, 동시에 댄서로서의 비주얼을 위해 평생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지속했다. 마이클 잭슨은 인류가 목격한 가장 스펙터클한 스타덤을 구축했으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순순히 공급하기 거부하고 자신만의 성채를 쌓아 올리는 데 집중했던 독특한 종류의 스타였다.

양성성과 인종

기묘하게도 마이클 잭슨에게는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 마이클 잭슨은 누구인가? 그는 어떤 사람인가? 흑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인가? 흑인음악으로 보기엔 너무 락적이고 락으로 보자니 댄서블한 비트가 넘치며 동시에 무시무시하리만큼 대중적이다. 마이클 잭슨은 오랫동안 완전히 다른 분야로 여겨지던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영화 <드림걸스>에 그 불화가 잘 드러나 있다.)을 뒤섞어서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 버렸다. 쓸데없이 어려운 표현을 동원하자면 마이클 잭슨은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을 한데 묶어버리는 일종의 ‘통일장 이론’을 만들어낸 셈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존 음악계는 그의 미끄러지는 문워크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마이클 잭슨은 혼종을 위해 태어난 뮤지션이었고 그 외모조차 모호했다. 펩시 광고 중에 입은 부상으로 인해 백반증을 얻은 뒤 자외선에 민감해지면서 그는 두꺼운 화장 없이 대중 앞에 나설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댄스 리허설 중 입은 코 부상은 호흡 곤란을 일으켜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당시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수술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코 모양은 백인의 그것을 닮아갔다. 피부를 하얗게 뒤집어씌우는 화장과 그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하다 보니 외모는 성별이 모호해졌고, 화장 때문에 백인보다 더 창백해 보이는 피부는 타블로이드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앨범은 인류가 목격한 최고의 히트를 기록했다. 문제는 광속의 재능을 가진 이 존재가 과연 여자인지 남자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곡을 자기 머릿속에서 만드는지 하늘의 계시를 받아 만드는지 도대체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중들에게 스타의 이미지란 카리스마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친근한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스타는 그러한 느낌을 적절히 만들어내 대중과 언론에게 던져준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은 언론과 대중의 기대에 영합하기보다는 자신이 구상한 이미지와 음악을 완성하는 데에 집중했다. 텔레비전 출연과 인터뷰도 드문 편이었으며, 공연과 뮤직비디오 외의 사진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에게 알려진 인상과 달리 마이클 잭슨은 집요한 스토킹과 소설 쓰기 반복하는 타블로이드와 타협하지도, 지루하고 끔찍한 성폭력 소송도 중간 합의 없이 전부 승소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보아 그에게 순수하고 직선적이며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키는 완벽주의자의 냄새가 느껴진다. 그에게는 비록 상처뿐인 승리일지라도 왜곡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강인한 의지가 있었던 게 아닐까. 그것이 흐지부지한 중간 합의 대신 알몸 수색을 받아들이게 만든 게 아니었을까.

모호함으로 가득 찬 마이클 잭슨에게 대중은 확실한 이미지를 요구했다. ‘너는 흑인이냐, 백인이냐. 남자냐 여자냐. 정체를 밝히시오.’ 이 요구에 잭슨은 상업적인 환상 대신 전무후무한 퍼포먼스와 음악 그리고 혁신적 기술을 도입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이것이 나다.’ 음악과 비전과 현란한 안무 그리고 빛나다 못해 스스로 폭발해버릴 만큼 넘치는 재능. 영화 <문워크>에서 마이클 잭슨은 춤을 추며 거리를 거닐다가 뛰어오르고, 비상하고 폭발하다가 한 마리 흑표범으로 변하여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세상을 뒤덮고도 남을 엄청난 재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문워크>로 마이클 잭슨은 신화가 되었고, 동시에 껍질이 되었다. 누구나 검은 중절모에 흰 셔츠, 검은 바지와 하얀 양말을 신고 문워크를 추기만 하면 뒤집어쓸 수 있는 가면이 된 셈이다. 음악 좀 듣는 사람치고 그의 음악의 혁신성과 정교함은 누구나 인정하였으나 오히려 대중들은 그의 음악성에 상대적으로 무지했다. 세상에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는 게 쉽다니! 누구나 남이 하는 건 쉬워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그가 부상과 수명을 깎는 다이어트를 대가로 보여주는 재능에 만족하지 않았다. 타블로이드의 끈질긴 추적은 마이클 잭슨의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을) 정체에 대한 욕망을 반영했다. 더구나 모호한 정체성에 관대하지 않은 미국사회의 보수성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Did I Scared U?

1997년 발표된 뮤직비디오 <Ghost>는 마이클 잭슨의 고민을 드러낸다. 길이는 단편영화에, 제작비와 규모는 메이저 할리우드급인 이 비디오에서 마이클 잭슨은 더 이상 여자친구를 바래다주는 동네 청년이 아니다. 팀 버튼 영화 주인공처럼 홀로 고성에 사는 미스터리한 ‘Freak’이다. ‘정상적인’ 동네 사람들은 몰려가서 그에게 퇴거를 요구한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고 우리한테 해는 안 끼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우리 동네에서 나가줘.’ 그에 대해 잭슨은 굳이 해명하지도, 변명하지도 않고 심지어 동정을 구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 뒤 이렇게 말한다. ‘내가 무서워요?’

잭슨의 음악적 행보 또한 인종간 문화차이를 가볍게 넘어섰다.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을 뒤섞는 것은 물론 네덜란드의 기타리스트 반 헤일런을 불러와 세션을 시켰다. 『Thriller』의 세션은 흑인음악가가 아니라 캐나다 출신의 토토 멤버들이었다. 그가 가장 존경한 뮤지션은 흑인음악가가 아니라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사실도 양쪽 사회의 반감을 샀다. 심지어 잭슨은 흑인 사회의 종교집단과도 선을 그었다. 1987년 잭슨은 여호와의 증인에서 탈퇴하는데, 「Thriller」 뮤직비디오에 대한 반대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종교가 여호와의 증인이었다는 사실은 흑인 사회와 잭슨 사이의 간극을 짐작케 한다. 그의 친한 친구들도 흑인이 아니라 주로 백인 여성 명사 -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이었다는 사실도 흑인 사회와 틀어진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공교롭게도 그의 결혼상대도 둘 다 백인이었다. 이쯤 되자 마이클 잭슨이 정말로 흑인이냐, 실은 흑인인데 백인이 되고 싶어서 저러는 거 아니냐, 아니 흑인인지 백인인지 구별부터 안 간다 등 온갖 의혹과 추문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마이클 잭슨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루머를 해명하지도, 텔레비전 인터뷰(평생 두 번에 불과했다)에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하다못해 동생 자넷 잭슨과 다정하게 껴안은 사진도 내보내지 않았다. 그 대신 앨범을 발표하고, 투어를 하고 당시 막 발전단계에 들어선 특수기술을 동원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마돈나가 뮤직비디오에 내러티브와 영화 연출 기법을 도입했다면, 마이클 잭슨은 특수기술과 규모를 투입했다. 점점 악화되는 건강을 이끌고 음악 작업에 고심하며 ‘이걸 보여주면 사람들이 날 다시 멋지다고 생각해 줄거야’라고 생각하는 대신 차라리 화끈한 섹스 스캔들(흑인 여성과)이라도 터뜨려 줬더라면, 그 지긋지긋한 타블로이드의 추적이 좀 덜해지지 않았을까.

『History』의 실패와 네버랜드

마이클 잭슨이 재능 이외에 대중들에게 시선을 허락한 유일한 이미지는 ‘소년’이었다. 「Thriller」 뮤직비디오는 순진하지만 언제든지 성욕에 굶주린 야수로 돌변할 수 있는 청년의 그것을 묘사하고 있다. 공포영화와 좀비의 이미지를 빌려 표현된 성적 이미지는 건전하게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 신성 모독의 금기까지 아슬아슬하게 접근한다. 마이클 잭슨의 혼종적 이미지는 인종과 성별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마저 건드렸다. '비인간'의 이미지는 신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잭슨은 기독교계로부터도 경원시 당했던 것이다.

사실 그의 노래는 성적으로 적극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고, 「Smooth Criminal」은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무대 위에서 지금 봐도 선정적인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무대 아래에서도 여자나 밝히는 흑인 마초라면 얼마나 대중들이 재미있어 했을까? 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자선이나 하고, 놀이공원 짓고 실험실에서 침팬지를 데려다 키우는 모습은 미국 대중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다못해 시원하게 마약에 중독되어 재활원 신세를 졌다면, 6, 70년대 음악 선배들이 밟았던 유구한 전통(?)을 이어받는 셈이니 그나마 좋게 봐줬을지도 모른다. (케이트 모스를 떠올려 보라) 그러나 마이클 잭슨은 다이어트와 진통제에 시달렸을 망정 마약 중독의 흔적은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은 더욱더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정말 음악에만 열중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성폭력 소송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가까이 하기 좋아했던 깨끗한 인물일 수도 있다는 (그리고 리사 마리 프레슬리와 짧지만 진짜 부부로 지냈다는) 사실을.

『History』는 마이클 잭슨이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대중의 오해와 미국 사회 내 고립, 그리고 소송에 휘말리는 동안 변화한 음악계를 한꺼번에 넘어서고자 한 시도였다. 파시즘적 카리스마를 강조한 이미지 스펙터클과 두 장짜리 베스트 앨범 그리고 7백만 달러짜리 뮤직비디오! 여동생 자넷 잭슨까지 구조대로 출동했지만, 결과는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미국과 아시아 내 판매량은 나쁘지 않은 정도였고, 유럽의 반응은 저조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덧씌워진 왜곡된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만약 정말 왜곡된 이미지를 청산하려는 시도였다면 잘못된 선택이었다. 고기 몇 점만 던져주면 사라질 하이에나 떼 앞에서 황금빛 갈기를 자랑하는 사자라고나 할까. 이후 싱글 『Blood on the Dance floor』가 대중과 비평 양쪽에서 실패하면서 그는 오랫동안 침체에 빠졌다. 마지막 앨범 『Invincible』은 『Blood on the Dance floor』보다 대중적 반응이 좋았지만 예전 명성에 비하면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뮤지션들은 그 깨끗하고 엣지 넘치는 사운드를 들으며 ‘역시 마이클 잭슨’이라는 탄식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잭슨이 알몸 수색에서 받은 상처를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진술로 미루어보아 잭슨의 감수성이 그의 의지만큼 강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고 건강이 악화되는 와중에서도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았으니, 그의 프로페셔널리즘 또한 강력하지 않았을까.

마이클 잭슨은 스타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에게 재능으로 화답했고, 루머를 해명하는 대신 사생활의 권리를 절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스타에게 사생활이란 허락되기 힘든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인류가 경험한 가장 최대 규모의 스타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그 스타덤은 상업적 의도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재능에 대한 마땅한 화답이었으니 더욱더 비극적이다.

누구나 그를 알고 싶어 했고, 그처럼 되고 싶어 했으며 그가 가진 재능과 영광의 한 조각만이라도 나눠 받기 원했다. 팬들은 타블로이드가 잭슨을 죽였다고 말하지만 사실 뮤지션이자 스타로서의 드높은 자존감이야 말로 그의 수명을 깎아먹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수명과 사생활을 대가로 치르고 만들어 낸 새로운 팝의 세계 속에서 사는 평범한 '인간'인 우리들은, 다만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 이상의 애도는 없을 것이다.

‘그 사람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아무도 그와 같을 수는 없어요’ 라고.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 들으러 가기(클릭)]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오필리어'님은?
주변인도 본인도 실명보다 ‘오필리어’라는 닉네임이 편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중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마한 지 만 4년이 넘었다. 마실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뒤 추출해 마시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몸은 편하게 마음은 무겁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근대 문인의 지식축적 과정으로 학위논문에 몰두하려 애쓰고 있으나 트위터에 엄청난 방해를 받고 있다. 주소는
http://twitter.com/ophellia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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