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세상의 모든 '제주허씨'들에게

 

유홍준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창비 | 2012

 

제주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제주를 소개하는 책 또한 많이 나와 있다. 그래도 제주에 관한 얘기는 거듭 되풀이된다. 책은 나오고 또 나온다. 나오는 책마다 이전 책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해지지 않은 제주가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임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제주는 자연, 역사, 민속, 언어, 미술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을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기존의 답사기 여섯 권과 달리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를 표방하며 책 한 권을 오롯이 자연, 민속, 언어를 포괄하는 제주 답사기에 할애한 까닭이다.

 

“이 세 가지를 모르면 제주도를 안다고 할 수 없고, 이 세 가지를 쓰지 않으면 그것은 제주도 답사기일 수 없다. 이에 나는 내 전공을 넘어 제주도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지난 세월 여기서 보고 느끼고 배운 바를 기술하여 동시대인들에게 내가 새롭게 본 제주도를 그대로 전해주는 방식으로 쓰기로 한 것이다. 그것은 ‘제주도 관광’이 아니라 ‘제주학’일 수밖에 없다.” (7쪽)

 

그래서다. 그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을 여는 곳이 다름 아닌 조천·구좌인 이유 말이다. 그가 자신 있게 ‘제주답사 일번지’로 명한 이 지역은 제주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인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거기에 그 삶의 어려움을 지탱해주던 신앙과 지울 수 없는 4·3 사건의 흔적까지, 그야말로 제주의 자연과 인문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다음은 저자가 꼽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한라산 윗세오름에 이르는 영실 등반 코스다. “우리나라에서,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이면서 가장 편안한 등산길일 것”이라는 저자의 찬사가 길을 열고, 좋은 기분으로 들떠있는 문장들이 숨 가쁘게 그 길을 안내한다. 가는 걸음마다 자연이 펼쳐놓은 아름다운 풍광을 전달하면서 마치 교향곡과 같이 “아다지오로 전개되다가 알레그로, 프레스토로 빨라지면서 급기야 마지막에는 ‘꿍꽝’하고 사람 심장을 두드리는” 영실의 길로 인도한다.

 

그런가 하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제주가 현재에 이르게 된 역사를 되짚어보며 탐라국으로의 순례를 떠나고 ‘제주의 서남쪽’을 거쳐 제주학으로 저자를 인도했던 ‘나비박사’ 석주명과 일본인 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이찌(泉靖一)를 소개하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따르는 내내, 관광객의 시선으로는 잡히지 않았던 제주 곳곳에 새겨진 지난 세월의 이야기들이 그렇게, 더 오래두고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제주를 남긴 채, 책장 밖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자동차를 빌려서 사랑하는 마음, 신비로운 마음으로 제주의 속살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육지인을 위한 제주도 답사기. 나는 그런 콘셉트로 제주도편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나라 렌터카 자동차번호에는 ‘허’자가 붙어 있으니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도 안내서라고나 할까?” (6쪽)

 

운전면허가 없는 까닭에 제주허씨가 되긴 틀렸다.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t는 마음, 신비로운 마음으로 제주의 속살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육지인’은 꼭 돼봐야겠다. 그러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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