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블로그] 산울림 * 둘이서

 

둘이서

 

시계 소릴 멈추고 커텐을 내려요
화병 속에 밤을 넣어 새장엔 봄날을
온갖 것 모두다 방안에 가득히
그리고 둘이서 이렇게 둘이서
부드러운 당신 손이 어깨에 따뜻할 때
옛 얘기처럼 쌓여진 뽀얀 먼지 위로
은은히 퍼지는 기타소리 들리면
귓가엔 가느란 당신 숨소리

 

어제 TV로 ‘라스’를 보는데, MC가 게스트들에게 묻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노래가 무엇인가요?” 질문을 듣고 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퍼뜩, 산울림이 떠올랐고요. 물론 제가 산울림의 노래를 알게 된 건, 대학생이 된 이후였습니다. 산울림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 전 태어나지도 않았고요. 사실 저는 ‘응답하라 1997’에 열렬히 응답할 만한 세대거든요. 그러니까 처음 산울림을 듣기 시작했을 땐, 뭘 몰랐죠. 김창완의 목소리와 멜로디에 농밀하게 배인 비감에 취했던 것도 같고요. 이제 막 청춘의 초입에 들어선 주제에 뭘 알아서 지나간 청춘을 노래하는 ‘청춘’을 들으며 울었는지…….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지나고 보니, 조금은 알겠고요. 하루 또 지나고, ‘가고 없는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산울림의 노래가 진심으로 좋아진다는 것을요.

 

덧. 산울림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은’ 걸 고르는 건, 참으로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주 어렵게 어렵게 한 곡을 골랐고요. 가을이고, 왠지 쓸쓸한데, ‘둘이서’라니까.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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