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북카트] 희진의 8월 29일 북카트

동거인의 장기 여행으로 텅 빈 집. 그사이 날이 제법 차졌고, 비바람이 지나갔고, 8월도 지나가는 지금. 마음 한 구석에 바람이 들기 시작합니다. 기름진 음식으로도 채울 수 없는 이 허기는 이름하야 방랑기. 바람의 정체를 알면서도 쉽게 발을 떼지는 못합니다. 밥벌이에 매인 몸이란 게 그렇지요. 어디 내 몸이 내 몸이던가요. 여행을 운운하다가도 끝내 가을은 가을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흘러가고 말 것입니다. 그런 9월을 예감하기에 이 책들이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다로, 폐사지로, 마음이나마 전송해 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동거인의 여행길도 막바지에 이르겠지요.

 

 

한창훈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문학동네 | 2010

 

한창훈은 소설가, 이전에 전라남도 여수 거문도에서 태어난 섬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섬사람들 사이에 섞여 바다생활을 하고 있다지요. “바다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산어보》를 읽고서 아예 좌절을 했지 뭔가. 이 애물단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몇 년을 고민하다 결국 에세이 여는 글로 삼기로 했네.”라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 한창훈은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부제가 헛말이 아닌 게, 갈치, 숭어, 홍합, 병어 등 목차만 보아도 갯내음이 물씬, 손수 낚은 바다 이야기가 가득하거든요. 더 말해 뭐하겠어요. 허기에 잡아먹히기 전에 바다로, 그저 바다로.

 

 

이지누 |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알마 | 2012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라는 책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전라북도의 폐사지 여덟 곳을 답사한 기록인데요. 앞서 출간된 것이 바로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입니다. 이 책은 전라남도의 폐사지 아홉 곳을 다루고 있습니다. 폐사지라는 용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폐사지(廢寺址)는 말 그대로 폐하여져 승려가 없는 절의 터, 그러니까 절이 ‘있었던’ 곳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평소 한국문화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왔던 저자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 이어 다른 지역도 답사할 예정이라고 해요. “폐허란 그저 지저분해서 반드시 정리하고 깔끔하게 정돈해야 할 공간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폐허의 스산한 풍경이 혐오감이나 두려움만 발생시키던가. 그렇지 않다. 아름다움이란 음양陰陽 모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코 그중 어느 하나가 다른 어떤 것에 비해 우월하거나 우선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여정을, 저는 어쩐지 계속 따라가게 될 듯합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 6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