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로브 레이들로,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로브 레이들로 |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 책공장더불어 | 2012

 

동물원은 학창시절 단골 소풍지였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는 시원했고, 엄마가 싸준 김밥은 늘 맛있었고,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는 일도 즐거웠다. 한 마디로 행복한 한때였다. 작년 가을, 여행차 내 고향을 찾은 지인들을 동물원에 데려간 것도 그래서였다. 어릴 때 보았던 풍경은 변함없었다. 변하지 않은 것이 또 있었으니, 땅바닥에 축 늘어져 잠자는 동물들이었다.

 

동물원 동물들은 야생에 사는 같은 종의 동물이 결코 하지 않는 이상행동을 많이 한다. (…) 또한 동물원에서는 코끼리가 몸을 앞뒤로 흔들고, 곰이 숫자 8 모양으로 왔다갔다하고, 원숭이가 끊임없이 오르내리고, 돌고래가 끝없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헤엄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행동을 스트레스로 인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스테레오타이피stereotypy, 즉 비정상적인 반복행위라고 한다. 이런 행동은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동물원 동물들의 좌절감의 표시이다. (24쪽)

 

야생에 사는 많은 동물은 하루 종일 움직이는데, 그것이 꼭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거나 쉴 만한 장소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 야생동물은 살아남기 위해 튼튼하고 건강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동은 야생동물의 근육을 단련시키고 뼈를 튼튼하게 만든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인간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로도 먼 거리를 이동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까? 아니다.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행동은 동물에게는 생존과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 (26쪽)

 

쟤네는 왜 볼 때마다 자고 있을까? 나는 궁금했다. 동물보호운동가 로브 레이들로는 철창 안에서 동물이 할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자연에서라면 “먹이와 물을 구하러 다니고, 짝을 찾고, 새끼를 키우고, 천적을 피해 다니고, 자신의 영토를 탐험하고 순찰”(22쪽)하겠지만 동물원에서는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22쪽)이다. 그 동물들에게 허락된 것은 긴 잠이 전부다. 이 같은 삶이 계속되는 곳에서 동물들은, 그리고 우리는 행복할까? 얇은 책 한 권이 나에게 묻는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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