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수업을 통한 보물찾기 공부법


 

허만기, <학교수업을 통한 보물찾기 공부법>, 오후스쿨, 2009

 

스스로 하는 공부


바른 말 잘 하고 논리적이기로 이름나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도 출연했던던 모 가수가 학원 광고에 등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한국 입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던 예전의 모습과,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학원을 다니라고 권유하는 광고 속의 모습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여 겉 다르고 속 다른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한국은 학벌로 이루어진 나라다. 심하게 말하자면, 수능시험의 성적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철저한  계급사회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과 대학은 서울대 출신들로 점령되어 있고, 연고대 쯤은 나와야 승진하고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창회로 대변되는 강력한 학교 인맥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당겨주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 강력한 카르텔을 만든다. ‘선배님’이란 말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다.

위에서 말한 그 가수의 스마트한 이미지도 실은 그가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기도 하다. 심지어 ‘딴따라’에게조차도 학벌은 엄청난 무기가 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치동 엄마들”은 현명하다. 새롭게 각광받는 유목(Nomad) 방식의 교육인 대안학교에도 한 눈 팔지 않고,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합리적인 논거에도 휩쓸리지 않는다. 그분들은 아는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학 잘 들어가는 게 삶의 가장 큰 자산이 된다는 것을. 생빚을 내서라도 매달 몇 백 만원씩 하는 고액과외를 자식들에게 시키는 데는 다 이유가 있고 계산이 있으며, 근거가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이 땅은 사교육의 천국이다. 이제는 교육청에서 나서 학교에서조차 ‘방과 후 수업’이란 걸 개설해 교실에서 교사 아닌 강사들에게 학생들을 맡기고 있고, 그 후에도 또 아이들은 자정 무렵까지 학원을 순례해야 한다. 주말에는 주말반, 방학에는 특강반, 시험 전에는 특별반… 잠자는 몇 시간 말고는 계속 뺑뺑이를 돌리고, 지식 주입을 강요당하니 학생들에게 학교란 그저 학원 가기 전에 들러야 하는 장소,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다. 인간의 생활 주기에 따른 최적의 활동 시간인 아침부터 오후까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교실에서 쓰면서, 학원과 과외 같은 사교육에만 열을 올리는 일은 과연 현명한 방법일까. 정말 성적은 족집게 과외나 학업 컨설팅 같은 것들로만 상승할 수 있는 까다로운 고차 방정식일까. 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흥미로운 책이 한 권 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공부법”이라는 책 뒷표지에 달려있는 수사는 왠지 수상쩍다. ‘보물찾기 공부법’이란 제목도 좀 촌스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펼치면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아주 우직하다. 오소독스하게, 공부 테크닉이 아닌 공부법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히 안내하는 설명 방식은 특히 부모 입장의 독자들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자녀교육 서적들이 ‘강남 엄마 따라잡기’나 ‘서울대 가는 비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의 책들은 아이들에게 잘 맞지도 않을 뿐더러 엄청난 사교육 부담만 감당하도록 권유한다. 특별한 비법이 있어 그것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점쟁이식 가르침은 현실에 맞지도 않고 실제로 효과를 보기도 어렵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기 주도식 학습’이다. 누군가 시켜서, 콕 집어 외우라고 해서 이루어지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하게끔 만드는 것, 재미를 붙이고 조금씩이지만 분명히 나아지도록 이끄는 것. 그러기 위해 주간 학습 계획표 짜는 것에서부터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한 환경 설정, 단기 집중형 공부법, 신호등 원리 공부법과 보물찾기 공부법 등을 진솔하고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치동 엄마들처럼 ‘학벌이 인생의 가장 큰 재산’이라고 믿지 않는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가 청소년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긍정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이 ‘꼼수’가 아니기 때문이고, 현실을 무시하지 않고 그에 맞서 타당하고 합리적인 학습 전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며, 현재 저자 본인이  강의하면서 널리 공감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일부의 생각과는 달리, 공부도 ‘돈’으로 떼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교육의 형평성에 크게 기여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스로 하게끔 도와주는 것보다 더 좋은 선생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거기에 알맞는 자상한 지침서이다.

사교육으로 무장한 아이들이 명문대에 들어가고, 다시 그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과 정부에서 일하게 되며, 그들끼리 단단히 결속해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드는 사회는 행복할까.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은 그 반대편에 있지 않을까. 학교 수업만과 자기 학습만으로 충분한 교육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바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와 학생들에게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뮤즈'
영화와 그림과 책 가운데 자신의 삶을 놓고 싶다는 감성의 블로거. 매년 책 100권, 영화 100편, 전시회 100회를 꾸준히 읽고 보시는 열혈 문화독자이기도 하시다. 그의 좌우명은 이렇다. "부드러움이 곧 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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