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리처드 테일러, 《결혼하면 사랑일까》

 

리처드 테일러 | 《결혼하면 사랑일까》 | 부키 | 2012

 

얼마 전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 이야기를 먼저 할게요. (스포일러가 될지도 몰라요!) 극중에서 두현은 성격이 유별난 아내 정인 때문에 사는 게 피곤합니다. 특히 이혼을 원하는 두현은 유명한 카사노바인 옆집남자 성기에게 정인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현은 정인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정인이가 이전과 달라졌으니 부탁을 취하하겠다고 하자 성기는 말합니다. 변한 건 당신이라고. 사실 정인에게 첫눈에 반했던 쪽은 두현입니다. 하지만 결혼 후 사랑을 잊었습니다. 자신만이 발견했던 정인의 유일한 모습들을 잊었습니다. 그래 놓고는 정인이 성기와 가까워지자 “그놈이랑 어디까지 갔냐! 걔랑 잤냐!”며 행패를 부립니다. 이쯤 되면 누구의 잘못일까요?

 

간통을 비난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혼인 서약의 가장 기본은 사랑이라는 사실이다. 부지런하고 마음씨 넓은 남편이나 가정에 헌신적인 아내라고 혼인 서약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부부 중 어느 한쪽이 깊은 불륜 관계에 빠질 때 배우자가 이 사실을 깨닫고 놀라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해야 할 점은 불륜을 저지른 쪽에서 먼저 배신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애초 결혼 생활이 시작된 이유이자 둘 사이에 약속했던 사랑을 더 이상 지키지 못한 것이야말로 맨 처음에 근본적으로 배신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간통은 배신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배신에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이다. (265쪽)

 

 

영화는 두현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하루만 해도 많은 부부가 갈라섭니다. 성기와 같은 제3자가 개입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개는 불륜이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한 철학자는 이 주제에 흥미를 가지고 불륜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결혼하면 사랑일까》는 그 결과물입니다. 저자는 “사람들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며, 겉모습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결혼 제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쓰였다.”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이 책은 실패한 결혼의 사례를 통해 남녀 욕구의 차이, 그것을 읽어내는 시도, 이를 통한 관계 유지·보수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두현이 기회를 얻은 것은 정인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사랑하지’ 않으면 결혼 후 방치한 ‘사랑’은 빛을 잃고 말 것입니다.

 

사랑이 끝날 때 결혼도 끝난다. (36쪽)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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