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맛] 조현,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 1>

방바닥에 드러누워 입을 벌리다 말고 하는 말. 뭐 재밌는 일 좀 없나? 재미. 그것은 현실세계에 희귀합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대체물을 찾습니다. 섹스, 스캔들, 쇼핑, 스포츠, 소설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나같이 시옷자(ㅅ)로 시작하는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그 정도는 물론 주어진 조건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테지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소설 쪽은 맞춤 추천 해드릴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대답만 해주시면요. 평행우주론을 믿으시나요? 외계인은 존재할까요? 클라투행성에 대해 아세요? 앞서 열거한 질문들에 “Yes.”라고 답한다면, 당신은 이미 제가 소개할 작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조현은 <종이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냅킨 혹은 T.S.엘리엇의 ‘황무지’ 중 ‘Ⅳ. Death by Water’에 대한 한 해석>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소설과 함께 2008년 등장했습니다. 본래는 시를 썼다고 합니다. 어쩌다 써둔 소설을 투고하지 않았다면 T.S.엘리엇 같은 시인이 되었을까요. 아직 읽지 않은 소설처럼 모를 일이죠. 분명한 건 이후 소설가로서 조현의 행보는 거침없다는 겁니다. 올해에는 이상문학상과 웹진문지문학상 후보에 각각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 1>을 같이 읽어 볼까 합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습관적으로 호주머니에 있는 수첩을 꺼내 보았다. (397쪽)

 

나는 조용히 세 단어를 읊조린다. “클라투, 바라다, 닉토.”(417쪽)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중에서

 

주인공 ‘나’는 “클라투행성의 지구 주재 특파원”입니다. 엥? 밑도 끝도 없는 설명인가요. 부연하자면 클라투행성은 “이미 천 년 전에 원자력 시대를 넘기고 지금은 이를테면 자연친화적인 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별로 “생계를 위해 노동에 종사하는 시절은 내연기관 시대나 화폐경제체제와 함께 종식되고 이제는 누구나 생의 의미를 탐구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곳”(404쪽)입니다. ‘나’는 클라투행성인들의 의뢰하는 지구 관련 일을 처리하는 “잔심부름꾼”(399쪽)이라고 스스로를 칭합니다. 지구에 있는 ‘나’와 클라투행성인은 꿈으로 통신을 주고받습니다. “클라투, 바라다, 닉토.”는 그것을 켜거나 끄는 주문입니다.

 

혹 이 모든 이야기가 말도 안 된다고 느낀다면, 글쎄요. ‘나’의 입을 빌려 “자신이 기분 내키는 대로 지어내는 모든 운명들은 무한에 가까운 평행우주에서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개연성의 사건이라는 것을.”(416쪽)이라고 반문해도 될까요? 이 대목에서 한 소설가의 태도를 봅니다. 실제로 “클라투행성의 지구 주재 특파원”을 자처하는 조현은 단지 상상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말(상상)로써 빚어낸 삶이 소설 안팎에 존재하리라는 믿음, 그에 따른 사명감이 한 소설가를 움직이는 겁니다. 그리하여 현실세계와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 1>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재미로 말할 것 같으면요. 방바닥이라는 현실세계를 도피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재미보다 오~래 간다는 겁니다. 하품은 잠시 아껴 두어도 좋아요.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 조현
1969년 담양 출생.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가 있음.

 

* 현재까지 발표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 민음사 | 2011
<그 순간 너와 나는> |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게재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 1> | 《제2회 웹진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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