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듯 읽어야 할 사랑 -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문학동네, 2008

 

3분 뒤
Aw:
잘 자요.

2분 뒤
Re:
굿나잇.

1분 뒤
Aw:
굿나잇.

50초 뒤
Re:
굿나잇.

10초 뒤
Aw:
굿나잇.

20초 뒤
Re:
굿나잇.

2분 뒤
Aw:
세벽 세시예요. 북풍이 부나요? 굿나잇

15분 뒤
Re:
세시 십칠분이네요. 서풍이에요. 쌀쌀하고요. 굿나잇.

(p 264~265)

“당신의 기억 속에도 있나요? 어느 밤, 먼저 전화 끊기가 아쉬워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던 일. ‘잘자요, 굿나잇, 당신도요, 좋은 꿈 꿔요.’ 를 반복해 문자로 찍어 보내던 일. 아니면 이들처럼 메일함 앞에서 딩동 소리를 기다리며 초 단위로 메일을 보낸 일 말이에요.”

사랑의 시작은 다 그렇지 않을까. 말 한마디 더 듣고 싶고,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고. 두근거리는 안타까움. 그 마음을 잘 표현해낸 책이 있다. 제목부터 알싸한 사랑의 내음이 맡아지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책의 주인공은 가정주부인 에미 로트너와 언어심리학자인 레오 라이케. 잘못 보내진 메일 한 통으로 이어진 이 두 사람. 메일을 주고받는 어느새 사랑에 빠져버린다. 어떻게 메일만으로 사랑에 빠져? 라고 묻는 당신. 사랑엔 정답이 없다는 말은 들어보셨는지. 어쩌면 실제로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그들은 더 열정적으로, 아련하게 서로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말했던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이 주고받은 메일로만 이루어져있다. 아니!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메일로만? 그러나 때론 말보다 행동. 구구절절 늘어놓는 설명보다 메일 한 통 한 통은 더 격정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내보여준다. 마치 사랑이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주듯.

그래서 감히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지금 사랑에 빠져드는 사람에겐 ‘마치 내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 란 달콤함을.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사람에겐 ‘아, 나에게도 저런 날이 있었지. 이제 나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겠어!’ 란 의지를. 사랑이 고픈 사람에겐 ‘나도 얼른 사랑에 빠져들어야겠어. 에미와 레오처럼 말야.’ 라는 기대감을. (더해서 로맨틱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남정네들에게도 추천 꾹. 그대로 옮겨만 적어도 연인의 가슴을 떨리게 할 명구가 많다.)

어느 메일에선가 에미는 당차게 외친다. ‘저는 당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 로맨스든 불륜이든 외도든, 그런 건 생기지 않을 거예요! 그냥 만남이 있을 뿐이에요.’ 그러나 사랑이란 게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거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얼마나 세상이 각박해질까.) 자기도 모르는 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에미, 마지막 이메일에서 그녀는 말한다. ‘레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어요. 제 감정이 모니터를 벗어난 거예요. 전 당신을 사랑해요. ... 이제 우리 어떡하죠?’ 라고. 아, 지독히도 아픈 사랑!

여기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습니다, 라고 떠벌려 그들의 사랑을 한낱 이야깃거리로 만들 수는 없기에 그 몫은 다음 독자에게 남겨두고. 책에 대해 마지막 평을 하자면. 한쪽 가슴이 아련해지는 소설, 뇌의 1퍼센트가 사랑에 중독되는 소설, 입술이 촉촉해지는 소설, 잠시 이성적인 머리는 침대 구석에 내려놓게 만드는 소설, 그 정도일까.

레오의 말을 빌리자면 ‘키스하듯’ 읽어야 할 책.

 
오늘의 책을 리뷰한 ‘굼실이’님은?
어쩌다 보니 하루라도 책과 만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불치병에 걸려버린, 북홀릭 청춘. 책 속에서 사랑도, 지혜도 찾고픈 그런 사람.


Trackback 0 Comment 2
  1. 아련_ 2009.07.23 23:5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이 책, 참 신선했던 기억이 나네요. 올해 읽었던 것 같은데 리뷰를 안 올렸네요 ㅜㅜ
    정말 사랑에 중독되게 하는 소설인 것 같아요~ 좋은 서평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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