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독서는 거칠게, 사색은 침묵으로 - 서령 님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눈으로 바뀌어 내리던 게 어제입니다. 그렇게 올해 봄은 사람 애태우기를 즐기는 얄궂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제법 봄다운 볕이 등장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곧 다가올 맛난 점심을 기대하면서(^^ㅋ), 오늘도 한걸음씩 책과 소통하는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는 또 한 분의 독서가를 만나볼까 합니다. [서점에서 만난 사람],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 서령 님이 어떤 분이신지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소개해주세요.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에 다니고 있답니다. 주말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평일에는 독서와 서예 그리고 기타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저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자발적인 학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입학하게 되었고, 독서와 서예는 고도의 집중력을 키우는 수련이라 생각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서령은 ‘書嶺’ 즉, 글과 그림에 있어서 산봉우리처럼 장성하라는 뜻이랍니다. 저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랍니다. 만 여섯 살 때부터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매일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는 참 매력적인 지적활동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일기를 꾸준히 쓰고 계신 분이 계시나요? 저는 일기를 쓰면서 어휘력, 표현력, 상상력 등 많은 지적능력이 향상되었답니다. 모름지기 작가가 꿈이라면 이 정도의 노력은 기본이겠지요? 무엇보다 제 삶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실이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인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쑥스럽지만, <반디&View 어워드>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디 서재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써놓은 서평도 제법 많이 있겠다, 이번 기회에 반디 서재를 풍성하게 채우자는 다짐이 생겼답니다. 행여나 서령의 서재에 발길이 닿으신 분들은 서령의 글을 읽는 기회(?)를 잡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소소하면서도 진솔한 글을 적으면서 많은 분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가는 중이랍니다.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청렴한 마음으로 진실한 서평을 올려서, 반디 서재를 알차게 채우고 싶습니다. 서재에 축적된 마음의 양식이야말로 제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줄 원동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끼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책은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묘한 설렘을 선물합니다. 그 일기장에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까, 추측과 상상을 동반한 지적쾌감을 느끼게 하죠. 또한, 아는 것을 발견하면 왠지 뿌듯하고, 모르는 것을 발견하면 나 자신이 한층 성장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요. 그러니까, 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녀석이랍니다.

 

평소 작성하신 리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보통 어떤 기준으로 읽을 책을 고르시나요?

 

주제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릴레이 독서를 실천하고 있어요.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이 지닌 상징성과 주제로부터 파생된 새로운 과제 혹은 문제를 다루는 책을 찾기 시작합니다. 독서가 끝난 후에 떠오른 생각이 그 후에 읽을 책의 기준이 되는 셈이죠. 저는 독서와 독서의 연결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릴레이 독서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 중에서 특히 주로 즐겨 읽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삶의 지혜, 성찰의 의미, 나 자신과의 만남에 관한 소설과 수필을 좋아합니다. 책의 성격을 명확하게 나누기 위해서 분야라는 기준이 세워졌을지라도, 저는 역사, 사회, 경제, 종교, 문학, 자연,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가 결국은 인간의 삶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책을 읽다가 자연스레 종교적 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며, 과학책을 읽다가도 예술적 관점으로 새로운 시각을 열 수 있답니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뽑자면, 문학과 사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아직 ‘이 사람, 이 책 참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준 작가를 만나지 못하고 있어요.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특정 작가의 문체나 사상을 은연중에 독서의 기준으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 작가와 독자의 만남은 짧고 강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책이라면 말이죠. ‘나는 독자에게, 나는 작가에게’라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즉 다양한 작가와의 (책을 통한) 만남을 꾸준히 이어오고 싶습니다. 아! 저에게 독서의 매력을 알려준 작가가 있답니다. 바로 명탐정 셜록 홈스의 아버지, 아서 코난 도일이랍니다. 

 

누구나 첫사랑을 지나옵니다. 그렇듯 독서가에게도 내 인생의 첫 번째 작가, 혹은 첫 번째 책이 있을 텐데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를 밤새도록 읽었어요. 그 당시에 셜록 홈스의 명석한 두뇌와 관찰력, 직관력, 추리력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어찌나 감동을 받았던지 집에서는 가족에게,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셜록 홈스의 행동을 흉내내고 다녔답니다. 길을 걷다가도, 버스를 타거나 가까운 상점에 가더라도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고, 또는 뉴스에서 사건·사고가 보도되면 온갖 추측과 상상을 동반해서 범죄의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노력했답니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고 또 읽으면서 공책에 설계도를 작성하듯, 홈스의 추리방식을 치밀하게 메모하고 공부를 하기도 했으니…… 그때의 공부가 성인이 되어서도 제법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가 제 인생의 첫 번째 책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독서의 경험은 나와 닮은 부분에 대한 공감뿐 아니라 나 아닌 것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서령님이 읽으신 책 중, 공감과 이해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책에는 각각 어떤 게 있을까요?

 

이 질문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이덕무의 《책에 미친 바보》 그리고 양희규의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이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삶을 향한 인간의 열정과 고뇌 그리고 깨달음을 그려낸 《노인과 바다》, 이 작품은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겠죠. 망망대해에 펼쳐진 바다의 허공에 홀로 사공과 선장이, 무법자가 되어 나아가던 노인의 모습이 제 청춘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노인에게 남겨진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힘… 그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책에 미친 바보》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문인이었던 이덕무의 책입니다. 지금이야 그 시절의 이덕무가 느꼈던 감성을 두루 만끽할 수는 없겠으나, 책 한 권만 있으면 마냥 행복했던 이덕무의 모습은 독서를 향한 올바른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박학다식함을 내면에 내려놓고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 정립한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정도의 삶을 살았습니다. 책을 통해 습득한 지식에 기대어 자만하거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이덕무의 모습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진리에 가장 근접한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으로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은 대안학교의 개척자이자, 간디자유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집필한 책입니다. 이 세상에 대안교육의 씨앗을 뿌리게 된 계기가 이 책에 담겨있답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님께서 청소년교육을 배우고자 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아이들에게 교육의 역할은 무엇이며,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교육자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시점에서 교육의 주체와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많은 학생들이 죽음의 입시교육으로 말미암아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누가,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에 《꿈꾸는 간디학교 아이들》은 시중에 출간되는 교육서적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이 책이 아니더라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에게 ‘교육은 이것이다.’라는 청렴한 가르침을 제공해주었던 책인지라, 지금도 그 가르침의 중요성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혹시 서령 님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책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비우다’의 의미를 삶의 여러 군데에 골고루 적용하면서 살아갑니다.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소소하게 살아가기,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만 남기기와 같은 것… 이런 비움의 의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가와 글이 있습니다. 바로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 소설입니다.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지언정, 생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정작 우리가 가지고 갈 것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는 동안에 우리를 괴롭히는 허영심과 탐욕 그리고 시기심과 질투는 참으로 부질없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톨스토이가 인간에게 선사한 땅의 크기는 그가 살아온 인생의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로서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자신의 몫은 정해져 있으며, 더 많은 것도, 작은 것도 아닌 그저 제 몫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보다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던 톨스토이의 인간은 자신의 안식처가 되어줄 최소한의 땅에 묻히게 됩니다. 그의 본성을 자극했던 악마의 모습은 아마도 그의 욕망이 자아낸 허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에게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만나기 전부터 ‘비움’과 ‘소유의 그릇’에 대한 깨달음의 씨앗을 던져준 책입니다. 지금도 서령의 서재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의 자리를 차지한 이 책이 겸허한 모습으로 꽂혀있답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의 독서가 차분하고 온순하게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책을 거칠게 탐하고 분석하려고 합니다. 무작정 독설을 내뱉는 독자가 아닌 책이 보여주지 않는 세계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일명 독서는 거칠게, 사색은 침묵으로 접근하자는 것이 저의 독서 계획이랍니다.

 

책을 아끼는 사람은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감하게 밑줄을 긋고, 낙서도 하고, 색칠도 하면서 책 자체를 과감하게 다루어야 진정한 독서가 아닐까요? 소장의 가치를 떠나서 책을 읽는 행위에 어떤 목적과 의식이 담겨있느냐에 따라서 책은 우리의 내면에 불멸의 존재로서 소장되리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저의 독서 계획이 향하는 최종 목표는 ‘서령의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제법 많은 책을 읽었으니, 이제는 저의 글을 적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어야죠! 멋진 꿈이죠? 

 

마지막으로 서령 님께서 다른 독서가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인생의 밑줄을 많이 그으면서 즐기세요!” 저는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장을 반드시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저 음미하는 것에 그치는 분도 계시겠죠. 그러나 밑줄을 긋고야 마는 사람이 더 많답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굳이 특별한 경험은 아닐지라도 인생의 모든 순간이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밑줄을 긋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언제고 꺼내볼 수 있도록 밑줄을 긋는 것… 곧 지금 이 순간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쩌면 독서야말로 우리의 인생과 닮은 구석이 많은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다다라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 우리도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야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언제나 삶의 소중함을 밑줄로 그어가는 서령이었습니다.

 

아참! Daum 블로그 <서령의 서화 공간>에 꼭 방문해주세요. 책과 그림이 함께하는 공간이랍니다.

 

책으로 소통하는 삶의 흔적이 그득 담긴 서령 님의 반디 서재에도 놀러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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