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나는 할 말 많은 건강한 청춘이다! - 조죄송 님

사람을 만날 땐, 얼굴을 맞대고 눈빛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경우, 외형, 즉 첫인상이 주는 편견과 타인에 대한 경계심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간혹 블로그를 통해 얼굴이 아닌 글로 먼저 만나뵙게 되는 분들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더욱이 이 글이라는 게 일단은 자기 관심과 취향에 따라 선택된 것일 테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이 분 역시, 몇 달 전 제 눈에 쏙~ 들어온 분인데요. 여러분은 이 글을 통해 조죄송 님에 대해 어떤 첫인상을 갖게 되실지 궁금합니다.  

 

 

조죄송 님이 어떤 분이신지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의외로(?) 잉여인간입니다. 몇 달 전에 미술대학(서양화과!)을 막 졸업한 새파란 졸업생이기도 하고요. 정확히 말해 무직입니다. 많은 88만원 세대가 그렇듯 아직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지요.^^ 

 

 

대학생 때는 사회적인 발언을 하기 위한 도구로 ‘미술’을 활용하는 미술가 비스무리한 것이 되리라고 마음 먹었지만 졸업하기 얼마 전 이내 포기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한국예술종합대학교’ 학생들의 자살 사건을 접하고서 받은 충격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상위권 대학이라고 할 수 없는 우리 학교에는 한예종 입시를 준비하다가 실패한 학생들이 많았은데, 미대생과 미대 입시생들에게는 ‘꿈의 대학’, ‘부러움의 대상’인 한예종 학생들마저도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살을 한 것이지요. 당시에는 혼란스러웠지만 모른 체하며 졸업 작품을 만들기 급급했는데 끝나고 보니까 미술을 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미술계에 대한 절망적인 시선만 남게 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고민 중입니다. 그래도 무언가 얘기를 하고 싶은 욕구는 그대로 남아있기에 미술이 아닌 다른 도구들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블로그(황색블X그)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인기는 없는 편이네요. 아직 새싹 수준입니다 하하.

 

요즘은 그저 무관심한 척 하면서 세상을 찬찬히 관찰하는 중입니다. 저는 위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기에 인터뷰는 처음인데요, 이런 사람에게도 말 할 기회를 주시다니 이 인터뷰 아방가르드 예술처럼 전복적인 측면이 있네요.^^(문제는 재미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제가 처음 반디앤루니스에 리뷰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김사과의 미나 서평(‘수정이는 싸이코패스가 아니에요!’)이 <반디 & View 어워드>에 소개되면서부터입니다. 이전엔 비회원이었는데 당장 회원가입을 했죠. 그 당시는 개인 블로그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독백에 반응이 왔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호기심에 몇 개의 서평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키보드를 많이 두드리진 않는 성격이라 제 서재에 오셔도 아직은 많은 글을 보시지는 못할 겁니다. 그래도 쓰고 싶은 것은 많으니 기대 좀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역시 ‘의미’는 ‘베스트’에서 찾아야겠지요?^^ 저는 반디앤루니스에서 총 3번의 베스트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위에서 밝혔듯이 김사과의 미나리뷰로 다음은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리뷰, 그리고 최근이자 마지막으로 신간인 조금 달라도 괜찮아리뷰로 베스트에 뽑혔습니다. (쓰고 보니 인터뷰하기엔 다소 초라한 ‘스펙’이군요 ㅠ.ㅠ)

 

그러나 제 활동이 적은 편이기에 다른 분들의 서재 활동을 훔쳐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주로 관심 있는 책의 리뷰를 살펴보다가 그것을 매개로 다른 서재, 다른 세계로 입장하게 되는데요,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은밀한 유대감이 꽤나 매력적이더군요.^^

 

저는 사실 그간, 서평보다는 다른 유형의 글들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점차 서평을 쓴다는 것의 재미를 알게 되었고 각종 서평 이벤트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관심 있는 책의 서평을 쓰는 것이 제 맛!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새로운 빈곤》 리뷰인데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 무지 공들이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끼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저는 책과 친해지기 힘든 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 집에는 서재가 없었고 주변에서 책읽기를 권유하는 친구도 없었지요. 학생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해야 할 학교는 오히려 책읽기를 ‘딴 짓’으로 규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입시공부나 해라 이거죠. 뭐 입시공부에 필요한 책들은 떳떳한 독서가 허용됐지만). 이렇게 저는 (공부에도 취미가 없었던지라)중고등학교 시절 단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서양학과’이기에 교수님들은 책보다는 붓을 권장합니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말씀들을 하시지만 이론을 배우는 학과에 비해서 독서는 부차적인 것, 즉 선택의 영역이죠). 그렇기에 저는 누가 시켜서 읽었다기보다는 스스로 책을 펼친 것인데 그러기에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에 책을 펼친 이유는 지극히 미술을 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 개인작품 설명을 위한 언어를 찾기 위해 책을 참조한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책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시작이 늦었기에 일생동안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언제부턴가 책 자체와 친해지기 시작했고, 너무 많은 책들이 제 주변을 서성이며 제발 좀 읽어달라고 괴롭힌다는 것입니다. 다만 독서 능력이 부족해 어찌할 도리가 없어 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책으로 인해 가장 설렐 때는 좋아하는 저자의 신간을 출간일 날 펼쳐들 때?^^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앞에서 뒤로, 한 권 단위로’라는 정공법으로 읽지 않아서 뭐라 할 수가 없습니다. 만성적인 조급증으로 인해 참 여러 권을 들었다 내렸다 하는데 이건 읽은 것도 아니도 읽지 않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요?^^ 약간은 정신분열적인 독서(!)를 하는 편입니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들 하는데, 내심 이러다가 앞뒤 좌우 구분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릴까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중심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중심적으로 읽는 책을 설정해두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면서 의문이 나는 부분에 대해 참조하기 위해 다른 책을 펼쳐 살펴봅니다. 요즘에 그 중심에 놓인 책들이 몇 개 있습니다. 조한혜정 교수와 그 제자들이 쓴 《교실이 돌아왔다 - 글 읽기 삶 읽기>》 그리고 《문화/과학 69호 - 2012. 봄》, 밀란 쿤데라의 대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임스 발라드의 《크래시》 등입니다.

 

평소 작성하신 리뷰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 특히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있으신가요? 

 

고백하겠습니다. 사실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척(!!!)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졸업 후 사회와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기에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완전히 단절되어 버릴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습니다. 또 나만 알게 되어, 사회적 문제와 대면해도 내 탓만 하며 자괴감에 빠지게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척’하는 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망을 설치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금은 사회라는 무대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지만 앞으로 해나가야 할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 미리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것들이 제 주변을 맴돌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이 모습은 대학시절부터 있었습니다. 미술작품을 만들어도 사회문제를 가로지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당시에 제 주변에서 미술계에 팔려가기 위한 작품, ‘졸부’ 눈높이 맞춤형 작품을 제작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동기와 선후배 그리고 교수들에 대한 괜한 반항심리 때문에 그러한 길을 걷게 된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가 문제 삼은 그것이 미술가로 살아남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리듬을 망쳐버리는 ‘나쁜’ 작업들을 많이 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교수들은 반응이 좋았고, 저는 ‘정반대의 방법’으로 미술계에서 통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 부푼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단순히 제 작품이 기존 작품들과 비슷했던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에 대해 미술작품 같지 않은 미술작품으로 발언하는 작가’가 되리라 맘 먹었지만 무대를 찾기 어려웠고, 우여곡절 끝에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더라도 가장 두려운 것은 생계의 문제였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죽어가는 한예종 학생들을 알게 된 것이 결정타였죠. 제 블로그를 가보면 그때의 심정이 담긴 저의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4학년 때 쓴 것인데 저 글 이후로 작가를 안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때가 제 인생의 전환기였고 그 이전에는 미술을 경유하여 사회를 바라보았는데 이제는 그 바깥에서 사회 자체를 바라보고 미술과 미술계까지도 의심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저는 미술계를 너무 신뢰한 것 같은데, 잘만 돌아가는 것 같은 표면과는 달리 분명 미술계에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결국 미술은 하지 않기로 맘먹었지만 미술계, 나아가 척박한 우리 예술계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앗, ‘요즘 특히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잊고 있었네요. 우리사회에는 주목해야 할 당위가 있는 사회 문제가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이 결이 다른 이슈가 쏟아지죠. 그렇기에 한 가지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문제는 이미 사라지고 새로운 문제가 채워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저는 그 빠른 회전속도에 대한 적응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그러한 사건들에서 발견되는 일관된 구조를 발견하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여러 사건들을 유심히 살피다보면 서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죠. 그래서 저는 개별 사회현상보다는 그것들을 추동하는 사람들의 열망에 대해 느리고 깊은 호흡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소비주의, 능력주의, 먹고사니즘, 경쟁우선주의, 신자유주의 등등)

 

특히나 많은 사건들이 연일, 특히 정치권의 문제가 인구에 회자되는 요즘에는 제가 굳이 말을 안 해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얘기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히 듣는 편인데요, 그래도 특히 관심을 갖는 문제들은 분명 있습니다. 특히 사회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사건들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저와 연대기적으로 가까운 학교폭력과 교육 문제, 등록금 문제,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문제 등을 비롯하여 언론 파업, 선거, 공천, 원전, 구럼비, FTA 등 뜨거운 감자들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것 같은 안철수 신드롬과 복지국가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6번 질문을 이어) 그 이슈와 관련해서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먼저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학적으로 생각하기》. 그의 책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번역된 것이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는 편인데, 어제는 자기 탓을 하던 대중들이 ‘사회 탓’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오늘, 이 책은 ‘탓’을 넘어 사회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잔근육들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을 시켜줍니다.

 

 

우리나라 문화 비평가들의 시선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99% 정치》,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등을 쓴 이택광은 한국의 동향을 살피는 사람 중에 제가 가장 신뢰하는 분입니다. 또 다른 문화비평가 문강형준의 최근작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를 펼쳐보시는 것도 우리의 오늘을 사유하기 위한 지평을 넓히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교육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은 한 사람으로서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강준만의 《입시전쟁 잔혹사》는 교육문제가 얼마나 오래된 문제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요즘에 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쓰이기는 엄청 많이 쓰이는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를 펼쳐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우리 사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살피고 싶으시다면 《문화/과학》이라는 잡지를 추천합니다. 특히 《문화/과학》 최신호(69호)의 주제는 ‘2012년 한국, 우리가 사는 꼴’인데 듣기만 해도 관심이 가지 않으시는지요?^^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체로 필요에 의해 책을 펼칩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다고는 볼 수 없는데요, 주로 관심 분야의 책을 고르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그 책으로부터 다른 책을 소개받게 됩니다. 그렇게 ‘독서목록’(너무 많아 읽을 수 없는!)도 만들어집니다. 

 

  

 

때로는 제목만 보고도 꽂히는 책들이 있습니다. 맥스 브룩스의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같은 책이 그러한 종류이죠. 아니면 표지가 예뻐서 꽂히는 책들도 있고요. 가끔 남들 다 읽는 것 같아 등 떠밀려 읽어야 될 책들도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등)

 

그런데 대체로 관심 있는 작가와 알고 싶은 분야의 책들만 읽어도 시간은 부족합니다. 이럴 때 보면 책은 참 ‘시간 잡아먹는 괴물’인 것 같네요.^^ 이런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 때, 1년에 100권 ~ 200권 ‘씩이나’ 읽는 남들 눈치 안보고 제량껏, 제 스스로 가치 있게 읽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주로 즐겨 읽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현대 미술, 예술이론, 문화이론, 문화비평, 사회학, 시사비평, 인문학, 약간의 소설. 그리고 세대 담론 등의 분야를 즐겨 읽습니다.

 

그간 읽으셨던 책 중,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할 만한 책들을 추천해 주세요.

 

 

 

읽고 나면 그 작가의 자리에 서서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해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대체로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강렬한 자극을 주며 결국에는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책들인데, 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 보드리야르의 《토탈 스크린》,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등의 무거운 책들이 저에게는 그러한 것들입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지그문트 바우만을 특히 좋아합니다. 최근에 한국일보에 실린 지그문트 바우만의 인터뷰를 보고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인터뷰를 진행한 이택광 또한 제가 좋아하는 분이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인쇄해서 액자에 끼워 소장하고 싶은 정도?^^ 

 

이외에 제임스 발라드, 밀란 쿤데라, 김사과, 보들레르, 황병승, 미셸 투르니에, 니체, 아도르노, 보드리야르, 강준만, 폴 비릴리오, 앙리 르페브르, 강신주, 엄기호, 할 포스터 등을 좋아합니다. 뭔가 뒤죽박죽이네요.^^

 

누구나 첫사랑을 지나옵니다. 그렇듯 독서가에게도 내 인생의 첫 번째 작가, 혹은 첫 번째 책이 있을 텐데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까 말했죠? 책 읽은 지 오래 되지 않았다고. 그래서 오래된 과거는 아닌데,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진중권의 미학 책을 읽은 것이 거의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 처음 책이 바로 《현대미학 강의》입니다. 당시에는 그 안에 소개되어 있던 사람들(데리다, 들뢰즈, 푸코 등)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옆집 아저씨들 같네요. (그렇다고 그들의 말을 잘 알아듣진 못합니다 하하하) 그 책에는 여러 가지 개념들이 나와서 읽어나가기가 몹시 힘들었지만 당시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읽었고 그 후로도 자주 펼쳐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점차 선명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여전히 완전히 이해되진 않지만요.^^ 그저 제 현재의 능력만큼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책을 시작으로 당시에 출간되었던 진중권 책은 거의 다 찾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미학오디세이》, 《앙겔로스 노부스》, 《시칠리아의 암소》, 《폭력과 상스러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이매진》, 《미디어 아트》 등을 읽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요즘 신간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구간이 됩니다. 그만큼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질문합니다. 최근 3개월 동안의 독서 목록에서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거 괜찮았는데!’ 싶은 책이 있었나요?

 

 

김사과의 《테러의 시》.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작가인데 흥행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보시면 알겠지만 김사과의 ‘깡’은 ‘쩌는’ 것 같습니다.^^ 《02》, 《미나》, 《나b의 책》, 《풀이 눕는다》와 같은 전작들도 천천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날에는 희귀한, 자극적이고 충격적이고 절망을 안겨주는 책들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바쁘게 살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외설적인 이미지들을 발산하는데, 그게 압권입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매일 같이 좋은 책들이 출간되는 바람에 읽어야 할 책들이 많습니다. 저를 속박하는 사람이 적어도 지금은 없으니 당분간은 특정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자유로운 활자유랑자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지금부터는 읽고 싶은 책들을 대강 나열해 볼게요: 발라드의 《하이라이즈》, 테리 이글턴의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 한병철의 《피로사회》, 그리고 게오르그 짐멜을 깊게 읽어볼 생각 입니다. 또한 아직 한국에 출간되지 않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영문책들을 읽어보려 합니다. 외국 사이트를 통해 일단 한 권(《Culture in a Liquid Modern World》) 사뒀는데 제가 영어 장애인이라 너무 더디게 읽고 있습니다.^^ 

 

또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화두가 될 평등, 공정, 정의에 관한 책들도 지속적으로 읽어나갈 것이고, 박정희의 시대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우리의 근대에 대해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평소에 관심 있는 ‘능력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울 수 있는 책들도 읽어 볼 참입니다. (무능력자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아 너무 많은 책 목록을 열거하면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스트레스 받게 됩니다. 이 정도만!

 

마지막으로 조죄송 님께서 다른 독서가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저는 세상을 끊임없이 낯설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빨리 뛰어다니라고 등 떠밀고 윽박지르는 사회에 반대하여 아주 느리게, 되새김질을 하며 책읽기를 계속 할 것입니다. 세상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고 이 지점에서 불화가 생겨나겠지요. 

 

사회를 바로잡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닙니다. 거대한 돌덩이를 어른 10명이서 1시간이 걸려 옮기는데 성공하였다고 해서 같은 일을 한 사람이 10시간을 허비해도 돌덩이는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아직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아주 희박하게만 나타나는 사람이지만 더 나은 삶과 이를 보장하는 세상을 위해 오늘도 듣고, 읽고, 보고, 느끼고, 쓰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과 이러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길고도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죄송 님의 글에 공감 팍팍 하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느리게, 되새김질 하며 책읽기'는 저한테 요즘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제가 꼭 만들 것이어요.^^v

 

★ 조죄송 님의 '낯설게 세상 바라보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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