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커피라는 창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는 사람 - 커피스토리 님

커피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즐겨마시는 사람 중 하나인데요. 이런 날, 그러니까 하늘이 조금은 꾸물꾸물한 날, 더 많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사실은 날씨와 기분, 상관없이 맨날 생각나는 것 같아요.;;) 물론 자주 즐겨마신다고 제가 커피에 대한 지식이 많거나 커피 하나 하나의 맛을 구분할 정도로 미각이 좋은 건 아니에요. 그저 단순무식하게 좋아하는 거죠. 그런데 왜 이렇게 커피 얘기를 하느냐고요? 오늘 [서점에서 만난 사람]에서 소개해드릴 분이 바로 '커피스토리' 님이시거든요.

 

 

커피스토리 님이 어떤 분이신지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소개해주세요.

 

커피 만드는 사람이에요. 프로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커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유하면서, 오직 당신 한 사람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고 싶은 사람. 제 커피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거든요. 제게 그래서 커피는 곧 관계죠. 커피스토리는 또한 관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 관계가 살아있는 마을의 커피아저씨로 지지고 볶으면서, 마을에서 혼자 아닌 함께 사는 재미를 만끽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소시민.

 

‘오늘의 책’ 리뷰어 프로필을 보면, “커피라는 창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사유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요. 커피스토리 님의 커피와 함께 해온 인생 스토리는 어떠할지 궁금해집니다.

 

커피 덕분에 저는 세계를 조금씩 달리 보면서, 자유로워지고 있어요. 남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고나 할까요? ‘카르페 디엠’은 머리로만 알고 미래 불안을 품은 신자유주의 지구촌 불안동지로 살다가 커피 덕에 각성해서 ‘띠바, 쫄지 마’하면서 튀어나온 경우? 물론 ‘구원’이라는 말로 호들갑 떨고 싶진 않고요.

 

한편으로 커피와 만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촉이 서기 시작했어요. 먹을거리는 곧 삶이자, 정치요, 이 세계를 투영하는 핵심이거든요. 단순히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가 아닌 먹을거리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엿보기 시작한 셈이죠. 커피는 그것을 열어준 동시에 커피 자체의 세계만으로도 저를 자극한 존재랍니다.

 

처음 커피와 인연을 맺은 추억은... 흠, 사후적이긴 하지만, 저는 이렇게 제목을 답니다. ‘25센트 커피, 내 설렘의 시작.’살짜쿵 귓속말 하자면, 25센트 커피 한 잔의 잊지 못할 가을의 기억. 25센트짜리 커피한 잔에 담긴 25달러짜리 커피 향을 맡으며 새긴 25만 달러짜리 기억. 조잘대던 그녀의 입술, 가을햇살 담은 그녀의 맑은 눈, 빙긋 미소 지을 때 들어가는 그녀의 보조개, 내 말에 자지러지던 그녀의 함박웃음, 그리고 내 심장박동을 뛰게 하던 당신. 나는 그날, 그 순간을 그렇게 기억합니다. 커피와 함께 한, 커피 향 같은 그녀와 마주한 그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합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을 감탄합니다. 뭐, 미화된 기억이겠으나, 혹 기회가 닿는다면 서재에 풀어놓을 게요.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허허. 워낙 미미한 활동이라 인연 운운하긴 ‘쪽’ 팔립니다람쥐~ ^^; (민망해서 괜히 ‘꺾기도’ 들어갔습니다스베이더~) 어쩌다 마주친 김훈 작가의 《공무도하》 독후감 대회 소식. 상금에 눈이 멀어 서재를 처음 시작했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드문드문 띄엄띄엄 활동합니다. 그래서 사실, 소감 같은 건 그닥 없어요. 별로 보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올려놓고 방목한다고나 할까요? ^^;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속물스럽지만, 저라는 인간이 본디 그러하여, 처음 발 디딘 《공무도하》 독후감이 수상작으로 뽑혀서 상금을 받았을 때. 그리고 최근 오늘의 책으로 선정돼서 사고 싶은 책을 살 수 있는 적립금을 지급 받았을 때. 뭐, 돌 던지셔도 묵묵히 맞겠습니다. ^^;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끼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근데,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은 초큼 다른 거 같은데... 저는 책이라고 무조건 좋아하거나 그러진 않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좋아하는 책만 좋아해요. 당연히 보고 나서 평가를 대개 내리지만, 쓰레기 같은 책도 많다고 보거든요. 그런 책 보면, 그런 책 출판하느라 베어진 나무들과 그 책 뒤편에서 작가나 출판사 스태프들처럼 이름도 없이 자리한 사람들의 노동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서요.

 

좋은 책을 읽었을 때, 저는 세계의 비밀을 엿본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그게 설렘이죠. 내가 세계의 일부이며, 세계가 곧 나의 일부임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 고민하고 사유하며, 내가 사는 이 땅을 회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맛있는 책들. 그건, 오르가슴과 비슷한 것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애들은 모를 얘기겠지만요. 하하.  

 

작성하신 리뷰가 참 재미있습니다. 날카로운 비판이 재기발랄한 입담에 실려 무겁지 않게 핵심에 접근하는 느낌이랄까요? 리뷰 쓰실 때 혹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음, 좋게 봐주셔서 그런데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런 것, 없어요. 그냥 꼴리는 대로 씁니다. 다만 내 이야기, 삶이 묻어나길 바라죠. 글 쓰면서 좋은 점은 성찰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대신 일필휘지가 아니라서 끙끙대면서 써요. 끙끙대다가 얻어 걸리는 게 간혹 있다 보니,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거죠. 그러고 보니, 모든 게 ‘끙끙이’ 덕이네요. 고맙다는 말, 끙끙이에게 해야겠어요구르트~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손에 쥐어지는 대로 읽는 편이라, 일관성 같은 건 끊임없이 고소에 일관되게 집착하는 강용석 씨에게 줬고요, 허허. 제 손을 보니, 《나의 삼촌 브루스 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디자인 캐리커처2》 《식량의 세계사》와 같은 녀석들이 있네요. 가장 최근에 읽은 것 중에 므흣했던 책은, 서재에도 긁적였는데요. 《조선의 탐식가들》. :)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무엇을 고려하시나요?

 

하, 고려하는 건 딱히 없고요. 그저, 감.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감에 주로 의지하는 편이고요. 편애하는 몇몇 작가들은 있습니다. 김규항, 고종석, 에쿠니 가오리, 아다치 미쓰루, 요시다 아키미, 조지 오웰, 김선우, 김수영, 허영만, 후지와라 신야 등.

 

그간 읽으셨던 책 중,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할 만한 책들을 추천해 주세요.

 

 

헤, ‘반드시’라는 건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세계와 처지와 취향이 제각각이니 추천하고 자시고 할 건 없고요. 다만, 야구에 담긴 삶과 사랑이 궁금하다면, 아다치 미쓰루의 《H2》. 인생의 재미와 행복이 ‘맛’에 있다는 것을 동의하는 분이라면, 맛에 담긴 삶과 세계를 더 넓히는 의미에서 황교익 선생님의 《한국음식문화박물지》와 《미각의 제국》을 엿보면 좋을 것 같아요. 도시에서 산다는 것을 사유하고 싶다면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도 시야를 넓혀줄 여지가 큽니다.  

 

누구나 첫사랑을 지나옵니다. 그렇듯 독서가에게도 내 인생의 첫 번째 작가, 혹은 첫 번째 책이 있을 텐데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른 건 모르겠고요. J.M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저를 처음 펑펑펑펑 울린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제제와 뽀르뚜가 아저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짠해요. 우리 제제, 꼬옥 안아주고 싶고요. 뽀르뚜가 아저씨, 만나고 싶어효~.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무엇일까요? 그것이 내 안에 있기도 하고, 여전히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신간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구간이 됩니다. 그만큼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질문합니다. 최근 3개월 동안의 독서 목록에서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거 괜찮았는데!’ 싶은 책이 있었나요?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쿠바는 제 로망 중의 한 곳이기도 하지만,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는 절망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떤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을지 단초를 알려줍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혹은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가를 찬찬히 둘러보게 만들죠. 물론 당연히 쿠바가 지상낙원이라고 부풀리진 않습니다. 쿠바가 처한 어려움, 혼란 등도 함께 드러나 있어요. 그럼에도, 왜 쿠바를 주목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사람 사는 마을을 만들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고 보니, 3.11입니다. 1년 전, 일본 동북부 뿐 아니라 우리 마음까지 뒤흔든 지진. 아직 여진이 계속 되고 있는데도, 지금 우리 앞엔 구럼비가 무너지고 있네요. 슬프고 절망적인 나날입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아, 저는 특별한 계획 갖고 책을 읽지 않아서요. 책을 언제까지 몇 권이나 읽겠다, 어떤 장르의 책을 읽겠다, 이런 것 없습니다. 그저 독서는 제 삶의 일부이자 생활이며, 취미는 아니에요. 그러니 그냥, 책과 함께 살아가는 거죠. ^^

 

마지막으로 커피스토리 님께서 다른 독서가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음,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아주 아주 가끔은, 커피로 연결된 세계와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세계의 일부고 세계는 우리의 일부잖아요. 그 이후는 물론 당신과 나, 각자의 몫이지요. 우리, 커피 한 잔 할까요? :)

 

그리고 커피 함께 나누면서 꼭 알려주세요. 당신은 도대체 이 절망과 환멸,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세계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거죠? 근거도 턱도 없는 희망이나 긍정 운운하지는 말고요. 궁금해요. 진정!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제가 지껄인 시시콜콜한 언어들,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농담이에요. 전 당신이 살아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나도 살아갈 테니, 마을에서 오가다 만나면 수다나 떨면서 오늘을 살아요. 

 

 

커피스토리 님의 커피스토리를 읽다가 "나는 아직도, 당신을 감탄합니다."라는 문장 앞에서 그만, 악!!!!!!!!!! 너무 멋있으시잖욧! 라고 생각했습니다람쥐~ㅋ 그외에도 곱씹어 생각할 만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아마도 오늘 퇴근 후에 마시는 커피는 "커피로 연결된 세계와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다 줄 듯 합니다.

 

★ 커피스토리 님의 세계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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