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삐딱하게 자라는 나무'와 '부드러운 갈대' 사이에 놓인 책 - 이우은 님

월요일부터 비가 내린 하늘이 여전히 물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런 날, 어떤 분은 공기가 촉촉해서 좋다 하실 테고, 또 어떤 분들은 너무 축축해 축축쳐진다고도 표현하실 것 같은데요.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이 분은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시니, 왠지 지금쯤이면 촉촉한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서 계시지 않을까, 제멋대로 상상해보게 됩니다. 

 

 

이우은 님이 어떤 분이신지 많은 분들이 알 수 있도록 소개해주세요.

 

웃기고,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결국 그 반대의 사람이라는 답이...하하하. 추운 겨울이 좋고, 촉촉한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을 가장 좋아합니다. 뭐든 어설프고 느려서 두배 세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평소에는 차분한데, 운전 중엔 괴물이 되어 매너가 없거나 우물쭈물하는 차를 향해 욕을 마구 지껄이는 저를 보고 기겁하는 주변인들이 많았습니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원칙주의자입니다. 삐딱하게 자라는 나무 같아서 가지치기가 많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너그럽고 현명한 부드러운 갈대 같은 사람이 되기를 꿈꿉니다.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반디와는 아주 옛날 서울문고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는데요. 웹의 반디서재는 책을 읽고 반드시 독서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한 작년하반기 이후부터 자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반디는 홈페이지도 예쁘지만, 리뷰한 책이 ‘차르르’ 펼쳐져있는 반디서재는 디자인과 기능이 참 멋지고 깔끔해서 무척 좋아합니다.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책을 고르는 데 있어 베스트셀러를 피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느꼈나 궁금하기도 하고 책을 고르는 데 참고를 하고 싶어 ‘베스트 리뷰’ 코너를 보곤 하는데요. 그곳에서 많은 자극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받을 수 있어 좋아합니다. 또 어느 날인가 ‘베스트 리뷰’란에 제 서재가 나와 있어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의 책’에 소개 되었던 것(《오! 당신들의 나라, 《Mr. 남성의 재탄생도 참 감사한 일이고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느끼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책에 대한 욕심이 무척 많습니다. 예전에는 제 마음이 책을 소유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뿌듯함에 치우쳤던 것 같아요. 요즘엔 얼마나 잘 이해하고 흡수했는가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샅샅이 알고 싶어 하고 작가가 의도한 바를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스스로에게 되묻기도 하고요. 책의 첫 장을 펼칠 때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계속 이어지는 책을 만날 때가 제일 좋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제가 주의력결핍증이 있는지 한 권을 진득하게 보지 못하고 여러 권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이덕무의 《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는 책을 읽으면서 꼭 닮고 싶은 사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빨리 읽기 너무 아까운 책이라 일부러 천천히 새겨가며 읽고 있어요.

 

권리의 《암보스 문도스》 -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로 가서 열차를 타고 유럽을 가는 것으로 시작되는 여행기입니다. 소설가 권리는 여행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요. 이 당찬 젊은이가 모험과도 같은 여행길에 올라 겪는 이야기와 문학적 사유와 고민들이 흥미진진합니다.

 

그밖에 에릭 헤즐타인의 《생각의 빅뱅》과 《문익환 평전》을 얼마 전에 새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 평소 작성하신 리뷰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책을 선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세월이 흐르면서 이상형이 바뀌듯이 책을 고르는 것도 자꾸 바뀌는 것 같아요. 원래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문학 분야에 치우쳤던 과거를 벗어나고 싶어서 장르를 따지지 않고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크기를 떠나 신뢰가 가는 출판사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더 많이 관심이 갑니다. 

 

그간 읽으셨던 책 중,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할 만한 책들을 추천해 주세요.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심리학이나 힐링도서의 내용들이 담백한 철학적 성찰의 모습으로 다 들어있습니다. 무엇보다 행복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열렬한 삶의 투쟁을 통해 정복해야 하는 것이라는 대목이 참 감명 깊었습니다.  

 

누구나 첫사랑을 지나옵니다. 그렇듯 독서가에게도 내 인생의 첫 번째 작가, 혹은 첫 번째 책이 있을 텐데요.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주 어릴 때 읽고 또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꼽고 싶습니다. 스무살 전까지 어려운 형편이었는데, 제 모습이 보이는 강퍅한 제제의 삶이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전히 책장 한켠에 꽂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책 속의 제제가 늘 같은 모습으로 저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습니다.  

 

요즘 신간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구간이 됩니다. 그만큼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질문합니다. 최근 3개월 동안의 독서 목록에서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이거 괜찮았는데!’ 싶은 책이 있었나요?

 

리차이위안의 《금융내전》 - 중국인 전문가의 시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와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며 각국에서 치르는 금융내전의 실체를 분석하고 정리해 세계의 금융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또한 중국의 금융역사와 금융내전에 대비한 전략을 자세히 소개하는 한편, 현재의 세계경제의 흐름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못 따라가네요. 그래도 또 틈만 나면 서점을 다니며 좋은 책을 찾고, 사고 할 것 같습니다. 읽지 못한 책이 아무리 많이 쌓여있어도 조바심 내지 않고, 읽는 책마다 깊이 이해하고 체득하려고 노력하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선 서평을 충실하게 쓰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음식을 골고루 먹듯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골고루 읽고, 어렵게 느껴지는 책일수록 전투적 모드로 읽으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우은 님께서 다른 독서가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인터뷰이가 될 자격이나 깜냥이 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서 사양하려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마구 적었어요. [서점에서 만난 사람]에 소개해주신 반디앤루니스 담당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와중에 책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저야 말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희 반디 서재에서 부드러운 갈대를 향해 나아가는 이우은 님의 모습, 기대할게요!

 

 

★ 이우은 님의 책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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