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선생님을 위한 비밀 선물

 

라헐 판 코에이, <클라라 선생님을 위한 비밀 선물>, 문원, 2009


‘죽음’이라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무서움의 상대이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이런 버거움이 아이들 눈앞에 나타나면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울기만 할까? 무서워서 악몽을 꿀까? <클라라 선생님을 위한 비밀 선물>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죽음과 아이들이라는 소재를 보면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것은 어른의 선입견이다. 왜? 아이들은 죽음을 생각하면 안 되나? 아이들도 알만큼 다 알고 있는데 왜 어른의 시선으로만 결정내리지? 죽음이 무섭다는 이유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보여주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답일까? 나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클라라 선생님과 그녀의 반 아이들이다. 초등학교 4년 내내 같은 반, 같은 선생님의 인연으로 만났다. 늘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던 클라라 선생님이 어느 날 아프단다. 그리고 죽는다고 한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 죽는다고 하면 어린 아이들도 당연하게 여길지 모르겠다. 나이 들면 죽는다. ‘돌아가신다’라는 것은 무의식중에 알게 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제까지 같이 공부하고 웃고 하던 클라라 선생님이 병을 얻었고 치료를 받았지만 ‘죽는다’라는 결론이 내려진 사실은 아이들에게 큰 충격이 된다.

클라라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에게 아직 끝내지 못한  책읽기를 해주고, 아직도 남아있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아이들 마음 역시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처럼 슬프지만 선생님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준비를 한다. 

아주 멋있는 마지막 여행

아이들과의 마지막을 아주 멋있는 여름 휴가지에서 보낸다.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은 교실을 바닷가의 모습으로 꾸민다. 야자수를 실어오고 파란색 천을 펴놓고…. 폴란드에서 가져온 조개껍데기까지 갖다놓는다. 본인도 모르게 커다란 고래가 되어버린 교장선생님은 멋진 선장모자까지 쓰셨다. 그리고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고 어느 한 바닷가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몰래 실내온도까지 올려놔버렸다.

이제 곧 다가올 영원한, 멋있는 이별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좋은 기억과 추억을 함께 할 수 있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은 서로를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봐주지를 않는다. 율리우스의 엄마는 펄쩍 뛴다. 아픈 모습으로 그것도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학교에 나타난 선생님이 못마땅하다. 이유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현실과 똑같다. 율리우스 엄마가 학부모회 운운하면서 말하는 모습은 그래, 바로 우리다. 선생님은 항상 온전해야 하는 모습이길 원하는 것. 똑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할 수 없는 우리네의 현실과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곁에 있다는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어른이지만 무섭다. 그래서 피하고 싶고 아닌 척 하고 싶은 것이다.

엄마는 거실로 돌아가자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빠르게 돌려 코믹영화를 찾아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건강하고, 삶에서 소망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는, 그런 영화를. (p 191)

아이들은 선생님이 가보고 싶은 나라를 소개한 책을 작별 선물로 정했었다. 하지만 죽음을 오랜 여행이라고 말하는 의미를 아이들은 깨닫게 된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좀 더 두려움 없이 가야한다. 그리고 클라라 선생님이 어차피 오랜 여행을 할 예정이라면 무서움 없이 가야한다는 것. 이것이 아이들의 무의식중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아이들은 너무너무 기발한 생각을 한다. 어른들에게 비밀로 한다. 그리고 준비한다.

클라라 선생님이 죽음을 앞둔 사실을 보면서 율리우스 역시 주변에서 죽음을 알게 된다. 읽는 독자들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율리우스의 엄마는 이모의 죽음 앞에서 굉장한 무서움과 끔찍함을 기억 속에 남겼다. 그리고 아기 율리아를 뱃속에서 잃었다. 친구 엘레나는 햄스터가 죽자 무덤을 만들고 금잔디를 매번 갖다 준다는 말을 듣고 엄마의 가방에서 율리아의 초음파 사진을 몰래 꺼내와 무덤을 만들어 준다.

어른들은 죽음에 대해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갖는다. 이해되지 않던 이야기를 거슬러 가다보면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어른들은 죽음에 대한 무서움을 전혀 아닌 듯 표현한다. 하지만 정말 무서웠던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조차 무서웠던 것이다.

‘절대로 굽히지 않고 맞서는 것’, 그게 바로 율리우스의 계획이다. (p 143)

그래, 맞서는 것.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준비하면서 선생님과의 슬픈 이별에 굽히기 싫었나보다. 슬픔에 주저앉기 보다는 남은 시간을 선생님을 추억하고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유럽에서 가볼 만한 여행지 100곡>이라는 선물은 결국 편안하게 추억하면서 아름답게 떠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차가 되었다. 뚜껑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과나무로 꾸며져 있고, 선생님을 태우고 구름 위로 떠다닐 열기구가 있고, 선생님의 오랜 여행길에는 그려진 음표들을 보고 천사들이 노래를 불러 줄 것이다. 그리고 그려진 바다와 물고기를 보면서 선생님은 여행 중에도 아이들을 떠올릴 것이다.

밝고 긍정적으로 나의 마지막을 떠올려 보는 것

죽음이 남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래야만 남은 인생을 슬픔이 아닌 추억과 기쁨으로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앞에 죽음이 왔는가? 아니다.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추억 운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은 무섭다고 한다. 죽음은 두려운 존재라고 한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섭고 피하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에 죽음의 어두움보다는 긴 여행이라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밝고 긍정적이게 나의 마지막을 떠올려 보는 것. 이왕이면 다가오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죽음이 다가오기 때문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바로 내릴 결론은 없다.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클라라 선생님과의 이별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은 많은 의미가 있다. 누구든지 맞이해야할 당연한 일이 죽음인 것이다. 단지 다가오는 시기의 차이점일 뿐이다. 아이가 어른이 되고 또 노인이 되고 그 다음에 맞이할 것에 대한 생각을 남겨본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멋진엄마’님은?
바쁘게만 살아왔던 40대 주부입니다. 근 5, 6년 만에 모든 바깥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으면서 시작한 일이 책읽기였습니다. 책을 접하면서 그동안 잠재했던, 어쩌면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멋져서 ‘멋진엄마’가 아닌 아이들과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멋진엄마’가 되기 위해 오늘도 책 앞에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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