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절대 권력과 맞붙다 -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알리야C. 셰퍼드,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프레시안북, 2009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셸 파이퍼 주연의 영화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은 내게 ‘기자’에 대한 강렬한 꿈을 심어주었던 영화다. 미셸 파이퍼의 꿈은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것. 본인의 데모 테이프를 여러 방송국에 보내고, 우연히 로버트 레드포드의 눈에 띄어 그곳에서 기상캐스터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실수 만발의 그녀이지만 열정 하나는 그 누구보다 강하게 품고 있던 신참이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키워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셸 파이퍼는 취재차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고, 뜻밖에 그곳에서 죄수 폭동이 일어나 교도소에 갇히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로버트 레드포드의 도움, 그녀만의 침착함과 기자적인 기질을 발휘해 역으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르포를 진행하게 되고 그녀는 그 기사로 인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사건의 현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제일 먼저 사건을 접할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의 부조리와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진실들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기자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자들.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대항하는 불멸의 저항자들. 여기 그런 기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자들이 있다. 바로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신참 기자였던 이들은 미국 내 최고 권력자 닉슨 대통령을 상대로 싸웠고, 서서히 밝혀지는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 정치 사상 초유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역사를 만들었다.

“우드워드는 처음에 입사했을 때 야간 경찰담당을 맡았어요. 하지만 우드워드는 내가 그 일을 맡긴 모든 다른 기자들처럼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맡겼다고 불만에 가득 차서 나가지 않더군요. 우드워드는 거기 나가면서 언제나 신문 한 부와 여분의 커피를 한 잔 더 가지고 다녔고, 경찰관들 사이에서 자기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점점 신뢰를 쌓았지요." - 해리 로젠펜드, 당시 ‘위싱턴 포스트’ 수도권 뉴스담당부장

그는 핼버스탬에게 자기는 원래 구직자의 지원서 뒤에 따라오는 기사 클립들을 결코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재작성에 유능한 데스크는 어떤 기사든 별처럼 빛나는 문장으로 만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아이작스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면 그들의 머리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날카로운 눈이 있는지를 살폈다. 번스틴은 분명히 그런 기자였다.

“면접을 하러 왔을 때 그가 처음 한 말이, 자기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원한다는 거였어요” - 스티븐 아이작스, 당시 ‘워싱턴 포스트’ 사회부장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함까지 담다

풋내기 기자 두 명. 스물아홉 살 우드워드와 스물여덟 살의 번스틴은 1972년 미국 최고 권력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상대로 싸웠다. 이제 이들의 이야기는 기자를 꿈꾸는 자들에게 전설이, 아니 신화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로도(국내에서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로버트 레드포드, 더스틴 호프만 주연.), 책으로도 출판되어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이 책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역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두 기자, 그들의 진실을 향한 집요한 탐색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드워드와 번스틴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터뜨릴 당시의 미국은 오늘날과 같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좁은 미디어 환경 속에서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국민은 신문과 3대 텔레비전 뉴스에 의존하고 있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사람들은 최근의 사건 전개 상황을 알기 위해 길모퉁이의 신문 가판대로 몰려갔고, 처음에는 ‘워싱턴 포스트’라는 신문사에 대중들의 눈길에 쏠렸지만, 서서히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이라는 이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은 우드스틴(우드워드+번스틴)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밝혀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일들, 그리고 두 사람 인생의 전말과 그들의 보도가 어떻게 현대 언론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이 세상에 밝혀지기까지 우드스틴의 전방위적인 노력과 그들을 지켜본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담았다. 그들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으며, 그들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닉슨 대통령을 끌어내린 뒤 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살아있는 다큐멘터리

이전의 책들과 다른 점이라면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는 이 두 명의 캐릭터에, 그들의 삶과 신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기술했다는 점이다. 살아온 성장배경도 기질도 정반대인 우드워드와 번스틴이 어떻게 의기투합 하게 되었는지, 서로에게 어떤 장점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서로를 자극하며 기자 정신을 지켜왔는지 등이 흥미롭게 담겨있다.

우드워드와 번스틴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과 사건의 전개가 함께 담겨있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해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하나가 바로 이들의 나이였다. 세계 최고의 권력자와 대항해 싸움을 시작했을 때 이들의 나이는 각각 스물아홉과 스물여덟. 스물여덟 번스틴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상대에게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고 열정을 불살라 그들과 싸우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스물여덟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것들에 겁먹어 지레 포기하고, 지레 수긍하고 있었다.

번스틴은 “아예 핏속에 신문 잉크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보였어요. 어떤 사람은 칼의 심장 박동이 신문의 속도에 맞춰서 뛴다고까지 말했지요.”라는 평을 받았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일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그런 평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그런 열정 없이도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리듬님은?
시기와 질투, 경쟁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뻑과 자찬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가는 20대. 바람처럼, 하늘처럼, 달처럼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나를 위로해줄 책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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