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장 그르니에, <카뮈를 추억하며>


 

 장 그르니에 | <카뮈를 추억하며> | 민음사 | 1997


추억에는 왜곡이 뒤따릅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이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그 사람과 자신의 관계가 추억의 배경이 될 테니까요. 장 그르니에가 추억하는 카뮈는 어떨까요? 먼저 두 사람의 관계를 엿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섬>으로 유명한 장 그르니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고, 많은 글을 남긴 작가이기도 합니다.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문장이 돋보이지요. <섬>을 읽은 알베르 카뮈는 그 책에 이러한 서문을 붙였습니다.
 

 

나는 다시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거리에서 이 작은 책을 펼치고 나서 겨우 처음 몇 줄을 읽어 보고 다시 덮고는 가슴에 꼭 끌어 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에까지 달려왔던 그날 저녁으로.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마음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열어 보게 되는 저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을 너무나도 열렬히 부러워한다.

(<섬>의 서문 중에서)

는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해졌습니다. <섬>을 덮은 뒤에 <카뮈를 추억하며>를 읽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이 책에서 장 그르니에는 ‘1930년 내가 알제 고등학교 선생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철학반 학생이었다.’라며 두 사람의 인연을 밝히고 있습니다. 당시 열일곱 살이었던 알베르 카뮈는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죽을 때까지 장 그르니에와 교류했습니다. 두 사람은 사제 관계 이상의 존경을 서로에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를 남다르게 기억합니다. 누구보다 문학에 치열하고, 때로는 삶에 흔들리고, 떠도는 담론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지켜봤으니까요. 저는 한 스승의 추억에서 제자에 앞서 존재했던 한 명의 인간을 발견합니다.

우리들 각자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구성 요소와 결정 요인을 지니고 있다. 책은 쓰고 싶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여전히 옳다. 원한다고 해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장애물은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기보다 창조의 가장 훌륭한 보조물이다.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위대한 예술가들의 비밀이다. (124쪽)

알베르 카뮈는 완성된 예술가이기 전에, 예술가가 되고자 갈망했던 인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장 그르니에의 왜곡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두 사람 역시 관계를 이루는 인간임을 방증하는 것이겠지요. <카뮈를 추억하며>를 읽어 나가며, 저는 먼 나라의 예술가들과 한결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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