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김무곤,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 <종이책 읽기를 권함> | 더숲 | 2011

 

책을 읽다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마음이 알아본 비슷한 류의 책들을 연거푸 읽다 동어반복처럼 그대로 머물러 있는 자신이 질려버리거나, 이 책 저 책 건너뛰다 결국에는 모든 책을 덮고 잠속으로 도망쳐 버리거나, 흥미 위주의 책들을 탐하다 깊이에 대한 갈망으로 두텁고 무게 있는 책을 집어 들고는 금세 또 버거워지고 마는. 그리고 이럴 땐, 다른 무엇보다 '책에 관한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됩니다. 어느 시대, 어디에나 있어 왔던 애서가들의 달뜬 고백서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불끈불끈 의욕을 되찾게 되니까요. 

 

김무곤의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그렇게 펼쳐 들었습니다. 왠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잃어버렸던 독서의 길을 다시 찾아 한걸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듯, 이 책은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서는 독서 이외의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있는가?’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저 다름의 대답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고요. 

 

그의 이야기는 ‘고서점’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인사동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고서점에 대한 추억들을 꺼내 놓으며, 최근 관광지화되며 급격히 줄어든 문화공간과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국적불명의 기념품점과 관광식당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냅니다. 그런데 이제 2년째 인사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화장품 가게를 보며 혀만 끌끌 차댈 줄 알았지, 정작 이곳에 있다는 고서점 한 번 찾아가 본 적이 없었네요.;; 앗 또 이렇게 내 자신이 부끄러워져버렸고요.

 

그러다 ‘그까짓 책!’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요사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맞보게 됩니다. 

 

“그까짓 책 안 읽으면 어때. 독서인이 모두 곧 교양인이요, 인격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은 환상이다. 수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굉장한 권위주의자라든지 사기꾼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독서가 곧 교양과 인격의 척도라는 교조주의로부터 자신을 해방하는 일이야말로 즐거운 독서, 책과의 평등한 사귐의 시작일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덧붙여진 다이엘 페나크의 독자의 10가지 권리까지!

 

첫째, 읽지 않을 권리.
둘째, 건너뛰어서 읽을 권리.
셋째,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넷째, 연거푸 읽을 권리.
다섯째,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권리.
여섯째, 작중 인물과 자신을 혼동할 권리.
일곱째, 읽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
여덟째,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읽을 권리.
아홉째,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열 번째,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아, 이 말만으로 제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듯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읽지 않을 권리와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권리,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는 요즘의 저에게 더 없는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고요. 얼마 읽지 않았지만, 저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듭니다. 제에게는 지금, 저자의 당부대로 "이 책을 천천히 읽다가, 덮었다가, 다시 읽어"도 좋은 여유와 자유가 주어졌으니까요.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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