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

 

유별남, <중동의 붉은 꽃 요르단>, 지식채널, 2008


요르단. 중동의 붉은 꽃이란다. 어떤 멋이 있어 꽃이란 이름을, 그것도 정열의 상징인 붉은 꽃이란 이름을 얻었을까. 낙타 한 마리가 서 있는 표지를 보면 붉은 사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찬찬히 책장을 넘긴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시원스레 뚫려있는 길, 그 위에 “Never stop thinking... Never stop walking... Never stop loving...”이란 문구가 적혀있다. 영어가 짧은 내게도 멋진 말이다. “생각을 멈추지 말고, 걸음을 멈추지 말고, 사랑을 멈추지 마라...”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펼쳤을 때 숨이 턱 막혔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의 힘듦을 잊게 하는 편안한 밤을 주시어 감사드리며 밝은 아침을 새로이 맞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길을 걷고자 합니다. 처음 가는 길, 모르는 길이기에 더욱더 겸손하고 인내하게 도와주소서. 앞에 걸을지언정 뒤에 오는 이를 생각하게 하시고 뒤에 따라 걸을지라도 앞에 가는 이에게 감사하고 이해하게 하소서. 새로이 만나는 이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보고 배우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을 감사드립니다.” (p. 7)

어떤 사람이길래 ‘이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입을 삐죽이는 내게 그의 감사함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책장을 앞으로 다시 넘겨 그의 이름을 본다. ‘사진작가 유별남.’ 그런 그와 함께 요르단을 여행할 수 있음이 기뻤다. 내가 지칠 때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려줄 것 같다. 

(사진 제공 유별남)

자연, 역사, 사람을 만나다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 그는 대지의 풍경에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요르단은 위대한 공간이다. 그는 무집 자연보호구역에서 80미터 이상 되는 사암절벽 사이로 흐르는 깊은 물줄기,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포를 목격한다. 또 끊임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과 그 위에 바다의 섬처럼 우뚝 솟아있는 바위산을 보며 가볍고 자유로워진다. 저 높은 태양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바위산을 오르기도 하는데, 정상에서만 맛본 것은 기쁨의 최대치이다. 그리고 바라보는 사막의 밤하늘에는 자신이 체험한 기쁨의 수만큼 많은 별들이 있다.

요르단이 품고 있는 역사는 그를 더욱 흥분케 한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 등장하기도 한 카락 성채. 산등성이에 위치한 이곳은 십자군 전쟁 때부터 요새 기능을 했던 곳이다. 그는 왕의 길을 따라 성채를 오르며 치열한 전투 속에서 사라져간 이들을 떠올려본다. 요르단의 국보 1호 페트라를 찾았을 때 그는 그 신비롭고 웅장함에 눈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꽤 긴 협곡을 지나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암벽을 통째로 조각해서 만든 고대 건축물 알 카즈네는 존재 자체로 보물이다. 그는 보물 속을 걸으며 역사의 숨결을 생생히 느낀다.

자연과 역사. 이 외에도 그가 요르단에서 만난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사람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친절하다. 이방인을 불러 차와 식사를 대접하고, 좋은 추억을 선물한다. 이는 그가 찍은 사진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를 함께 마시던 요르단의 젊은이들, 과거로의 여행을 정성껏 도와주는 가이드들, 카메라 앞에서 전사의 포즈를 학고 있는 카락의 어린 전사들까지. 그래서 이 책에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이 많다. 양을 치는 아이들, 맨발로 뛰어다니는 소년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해맑다. 그래서인지 그가 여행의 끝에서 찾은 곳은 구 암만의 시장이다. 거기에는 ‘바람 빠진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소년들’, ‘골목에 나와 앉아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 ‘야채를 파는 상인의 고함소리’, ‘과일 값을 흥정하는 악의 없는 실랑이’가 있다. 그네들 얼굴의 주름마저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사진 제공 유별남)

지치고 위로받고, 다시 길에 서다

작가는 부지런하고 용감한 여행자다. 그는 여행할 때 한국 음식이나 두터운 옷가지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현지의 것을 입고 먹고 마시며, 자신을 요르단으로 것으로 만든다. 또 낯선 곳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붉은 사막 와디 럼에 갔을 때 그는 바위산을 오르는데 그때 그는 매우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오른다. 내려오는 길에 90도로 곧추선 절벽에서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그 고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화려한 수사나 유려한 문장을 뽐내지도 않는다. 대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진솔한 말들로 여행길을 편하게 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진이다. 그는 가는 곳마다 자신이 느낀 감정들을 사진을 통해 표현한다. 아이들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으로 표현하고, 위대한 자연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경외감은 겸손한 자세로 찍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의 요르단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다. 그는 마주하는 모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인다. 사람의 마음은 전해지기 마련이라 그런지 그는 여정에서 수많은 좋은 인연을 만난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따뜻하며, 그들이 나눈 대화는 유쾌하다. 언젠가 요르단을 찾는다면 ‘그들’을 꼭 만나보고 싶다.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490 491 492 493 494 495 496 497 498 ··· 50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