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또 읽고 - 릴라강림 님

 

날씨가 참 쌀쌀합니다. 월요일이었던 거 같은데요. 아무 생각 없이 여름옷을 입고 나왔다가 지하철에서 괜히 주눅들었던 아침이 생각납니다. 여러분께서는 옷 단단히 입으시고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세요! 자, 그럼. 지금부터 출퇴근 길 독서삼매경에 빠져 계실 이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릴라강림 님이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각하길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10년차 직딩 릴라강림입니다. 살아온 나날이 30년을 꽤 넘어갔는데도 아직까지 “삶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나이에 맞지 않는다는 불안감도 있었는데 요즘은 내 삶을 너무 가볍게 하지 않는, 평생 같이 가야 할 친구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디 서재와의 인연을 말씀해주세요.

 

회사가 삼성동에 있어서 코엑스에 있는 반디를 자주 가는 편입니다. (요즘은 서점 안에 있는 까페로 점심 먹으며 책을 읽으러도 자주 갑니다. 샌드위치 세트가 꽤 실속 있죠.^^) 오프라인에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같이 책을 읽는 후배가 반디 오픈 이벤트 관련 내용을 전해주면서 하나하나 글을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죠. 요즘은 책을 잘 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반디 서재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가 다른 생각과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순간”이라는 단어와는 안 맞는 것도 같지만 리뷰를 통해 독서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확인했던 그 순간이 가장 의미있었습니다.

 

‘책 읽는 설렘’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남은 항상 설렘을 동반하죠.^^ 하지만 단순히 만남의 상대가 누군지 몰라서 두근거리는 설렘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이 사람과 말이 정말 잘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와 비슷합니다. 저랑 생각이 같은지 다른지는 관계없이 말이죠. (생각이 다를 때 배울 것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대단히 일방적인 매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한 책이라면 단순한 발화 그 이상의 대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구요.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당연히 책은 일단 양장본이 아닌 책으로 고릅니다...썰렁한 농담 죄송 (_ _);;; (하지만 제발 한국에서도 페이퍼북을 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겁고 들고 다니기 불편해요;;; 전자책은 아직 좀 모자란 느낌이구요.)

 

책은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읽고 있는 책과 관계되는 책을 고릅니다.^^ 관계라는 게 그 저자의 책, 그 책에 영향을 준 책, 그 책에서 레퍼런스로 제시한 책, 그 책과 반대 혹은 보완되는 책 등등 입니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한 책을 읽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한나 아렌트를 설명한 책을 읽고 이런 방식으로 확장해 나갑니다.

 

 

 

다만 이렇게만 책을 고르면 새로운 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보완책으로 저와 좋아하는 분야가 살짝 다르면서도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있다고 생각되는 블로거들의 리뷰를 보기도 하고 가끔 점심 먹고 산책 겸 직접 서점에 가서 코너 별로 신간들을 훑어 보기도 합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한 번에 2~3권 정도를 보는 편이입니다. 요즘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철학 vs 철학>을 보고 있습니다. <철학 vs 철학>처럼 두껍고 하드커버인 책들은 주로 집에서 보고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정도의 사이즈는 주로 출퇴근 전철에서 읽습니다.

 

요즘 눈독(?) 들이고 있는 책에는 어떤 게 있나요?

 

  

 

사려고 눈독을 들이기보다는 이미 사놓고 읽으려고 눈독을 들이고 있는 책은 한 권 있죠. <철학 vs 철학>을 다 읽으면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춤추는 죽음>이라는 책을 보면서 필립 아리에스의 해석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었거든요. 그게 고등학교 때니까... 10년도 더 지나서야 그의 책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죠 ^^;;;

 

평소 즐겨 있는 분야와 ‘이 책만은 반드시!’라고 추천할 만한 도서도 소개해주세요.

 

블로그에도 써 놓은 것처럼 과학, 사회, 경제 부분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약한 부분은 소설 쪽인데... 이쪽은 관심을 가지기 힘드네요. 소설이야 말로 진득하게 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좀 더 나이가 들면 소설도 좋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추천할 만큼 많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좋았던 책을 추천하라면 조금 제목이 긴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러미스/녹색 평론사)와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 (존 롤랜즈/갈라파고스), 두 권은 읽어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자주 가는 인터넷 논객의 사이트에서 알게 된 책입니다. 책이 일단 얇고 글씨체나 번역된 문체가 좀 맘에 들지 않지만 그 관점은 한 번 되새겨 볼만 합니다. (개정판이 나왔군요. 나아졌을지 궁금하네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경제 성장 혹은 발전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무조건적으로 긍정되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제목만으로는 그럼 성장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단순히 양적인 성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책입니다.

 

<캐시 호숫가 숲속의 생활>은 <행복의 유혹>(존 슈메이커/베리타스북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책입니다. 캐시 호숫가는 지도에는 그저 작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을 수도 있는, 이름 없는 호수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장소를 발견하고 실제 거기에서 생활을 하죠.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나뉘어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 1년을 살고 쓴 책이라기 보다는 각 계절의 느낌을 중심으로 숲에서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만들어 쓰고 집 앞에 새들을 맞이하기 위해 새집을 달고 그 새소리를 듣고 계절을 아는 소박한 생활이죠. 하지만 이 책은 문명을 벗어나 숲으로 도망간 반문명주의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문명이란 무엇인가를 그 삶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삶에서 얼마나 쓸데없는 것이 많은가’ 그리고 ‘삶에서 얼마나 못 보고 있는 것이 많은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꺼라 생각합니다.

 

최근 3개월 동안 인상 깊게 읽으신 책은 어떤 게 있나요?

 
3개월은 아니지만 최근 읽은 책 중에 <빅 퀘스천>(줄리언 바지니/필로소픽)이란 책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내용만큼이나 저자의 탐구 태도가 인상 깊었어요.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빅 퀘스천에 답을 구하는 것은 너무 거대한 질문이기에 무의미할 수도 있으나 내가 언제라도 틀렸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귀를 열고 지금의 탐색 범위에 매진하겠다는 그 방법이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전 인식론이나 언어철학도 좋아하지만 철학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추구하는 과정과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활 철학자인 저자의 태도는 많은 자극이 되더군요.

 

책을 읽지 않을 땐, 보통 무엇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당연히 직장인이니 일을 하지만 ^^;;;; 아마 여가 시간을 의미하는 거겠죠. 주로 데이트를 하고 혼자 있을 땐 게임을 합니다. 취미가 독서와 게임이죠. 특히 '삼국지'나 악마의 게임이라는 '문명 '등 좀 느릿한 시뮬레이션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악마의 게임이긴 한데 어차피 독서도 악마의 독서가 있으니 비슷하죠.

 

독서하면서 생긴 특별한 습관이 있으신가요?

 

독서 때문에 가장 바뀐 건 자투리 시간 활용에 대한 의지랄까요.^^

 

<퇴근 후 3시간>이라는 책을 읽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두리뭉실하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자기계발서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렇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은 좋아하는 편이고 바로 삶에 적용하는 편입니다.
 

앞으로의 독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독서 계획은 장황하게 많지만 ^^;;; 가장 가까운 계획은 <철학 vs 철학>을 읽은 후 깊게 알고 싶은 학자의 책을 다시 읽을 계획입니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라 어떤 학자의 책을 읽을 지는 미지수네요. 물론 그 사이에 <죽음 앞의 인간>을 먼저 읽고 가겠지만 말이죠. 길게 볼 때 독서를 관통하는 테마는 '공부하는 마음''균형'일 것 같습니다. 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읽겠다는 의미에서 공부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책들의 종류에 대한 균형을 맞춰서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작게는 한 책을 읽으면 반대되는 의견도 검토해보는 것을 포함하고 넓게는 진리에 대한 책, 사회에 대한 책, 일상에 대한 책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퇴근 후 3시간'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서 확 꽂히네요. 일주일에 3~4일은 먹고 마시는 데 시간을 써버렸던 수많은 날들이 떠오르면서요. 그 시간들이 저한테 남긴 건 술살? 물론 앞으론 달라질 겁니다. 서서히...^^;; 

 

★ 릴라강림 님의 '퇴근 후 3시간'의 흔적이 궁금하신 분들, 지금 바로 [여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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