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백년의 고독> | 민음사 | 2000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굳이 이 엄청나고 화려한 수식을 불러들이지 않아도 <백년의 고독>은 여러 의미로 '유명'한 책이다. 198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위치가 그렇고, (내 주변에서만 그런지는 몰라도) 읽다 포기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그렇다. 대학 시절 한 선배는 어느 과목의 소논문 과제로 <백년의 고독>을 택하고는 "내가 왜 이런 고행을 자처했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터넷에서 이러저러한 경로로 '읽다 포기한 책 베스트'에 손꼽힌다는 글도 보았다. 어느샌가 나와 <백년의 고독>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자리잡았다. 언젠가는 읽겠지만 지금 당장은 인연이 닿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주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간신히 시집을 들고 읽고 있었다. 바로 왼편에 선 청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분주히 살피는 사람들이 대다수여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재미 눈이 되어 책의 제목을 흘끔 살폈다. '오, 이럴수가.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그것도 2권을 읽고 있다니!' 책의 표지에서 조금 위로 시선을 옮겼다. 아, 그 청년은 외양도 훈훈하였다. 마르케스 청년은 몇 정거장 뒤 속절없이 환승해버렸고, 내 눈엔 <백년의 고독> 2권 표지 그림의 잔상이 남았다. 사무실에 들어와 서둘러 책을 주문하고, 택배가 오는 그 사이를 못 참고 퇴근길 동네도서관에 들러 <백년의 고독> 1권을 대출했다.

 

책의 첫 장을 펼치자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가 펼쳐져 있다. 그 가계도를 보니 소문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약 5대에 걸친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의 이름은 이렇다.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우르술라, 호세 아르까디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아마란따, 아르까디오, 아우렐리아노 호세,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 아우렐리아노 세군도, 호세 아르까디오(앞에 나온 호세 아르까디오와는 다른 인물로, 그의 증손주 뻘이다), 아마란따 우르술라, 아우렐리아노(이 역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나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와 다른 인물이다) 등. 가뜩이나 낯선 남미식 이름에도 적응하기 힘든데 비슷하다 못해 똑같은 이름까지 등장하고, 또 등장인물은 왜이리 많은지.

 

그런데 일단 이 이름에 적응이 되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힌다. 마르케스를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고 칭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제 1권의 1/3 정도 지점을 넘었는데 슬슬 속도가 붙는다. 한 집안의 100년에 가까운 비극의 역사를 함께 겪어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백년의 고독>에 조금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한 약간의 팁을 말하자면, 책을 읽어나가며 스스로가 부엔디아 가문의 가계도를 그려보는 것이다. 물론 이름 옆에 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나 주석에 나와 있는, 인물의 이름이 상징하는 그의 특징 등을 적어두면 몇 배로 도움이 될 것이다. 

 

<백년의 고독>이라니, 어쩐지 갑자기 깊숙이 다가온 이 계절과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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