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조현,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조현 |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 민음사 | 2011

 

저는 요즘 지난주 에디터의 북카트에서 소개해드렸던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를 읽고 있습니다. 카트에 담은 뒤 허겁지겁 사들인 이 책을 펼치자 그런 저를 기다렸다는 듯 표제작이 가장 먼저 실려 있었습니다. (아, 그보다 먼저 차례와 각 단편들의 제목 페이지는 영수증 모양으로 디자인 되어 있는데요. 평소 영수증을 모으고 영수증 일기를 종종 쓰곤 하는 터라 점점 더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는 한 권의 페이퍼백에 얽힌 우연 내지 시적 상상력의 역사이다. 우연이나 시의 작용에 관심이 없다면 단순히 햄버거의 역사에 대한 기록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요악된 두 문장을 길게 펼쳐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햄버거'라는 시인의 시집 'Brownjohn, Hamburger, Tomlinson'이 어떠한 우연의 여정을 따라 정크푸드의 역사, 햄버거의 역사에 기여하게 되는지가 유쾌한 필치로 그려져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실제로 마이클 햄버거라는 시인과, 펭귄 출판사에서 출판된 동명의 시집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구글에서 검색하면 '실제로' 그들이 나옵니다!) 물론 그 뒤의 이야기는 허구이겠지만요. 그러고보니 저 첫문장이 의미심장하게 읽힙니다. 저는 이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를 읽어가다 반가운 이름을 발견하고 웃음 지었는데요. 그 이름은 작품 속 펭귄 출판사의 편집자로 나오는 '이본 마멜'이었습니다.

 

 

'이본 마멜'은 제가 몇 개월 전 읽었던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이란 소설 속의 편집자로 등장하는 인물이거든요. 꽤 두툼한 책이었던 <소설>을 읽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지라 그 이름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게 되었던 거죠. 게다가 비록 출판사는 다르지만(<소설> 속 이본 마멜이 일하는 출판사는 키네틱 출판사), 편집자라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등장하는 '이본 마멜'을 만나게 되니 마치 고등학교 동창생이라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번째로 실려 있는 단편은 작가의 등단작인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입니다. 이 작품에는 '냅킨 혹은 T.S. 엘리엇의「황무지」중 "Ⅳ. Death by Water"에 대한 한 해석'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밝히기 부끄럽지만) 어렴풋하게 영문학 전공자였던 듯도 한 저는 T.S. 엘리엇의「황무지」라는 단어를 보자 난해함에 그를 증오하기까지 했던 학부시절이 문득 떠올랐더랬습니다. 더불어 도대체 종이 냅킨과 T.S. 엘리엇, 황무지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었죠. 자, 그들의 자세한 관계파악을 위해 전 이만 총총!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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