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장강명, <표백>

 

 

장강명 | <표백> | 한겨레출판 | 2011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지난주 ‘에디터의 북카트’에 담았던 정강명의 <표백>입니다. 잽싸게 사서 잽싸게 읽기 시작했는데요. 일단 책 표지를 보니 모호한 혹은 건조한 표정의 얼굴들이 여럿 눈에 보입니다. 그중 몇몇에게는 빨간색 엑스표가 처져 있고요.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느낌입니다.

 

책을 펴고 차례를 보니 1부는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2부는 ‘코마 화이트’라고 되어 있습니다. 표백이라는 책 제목과 상응하지만 아직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요. 1부 첫머리는 ‘진호그룹 회장 장남의 죽음’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고,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이 소설의 화자인 ‘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그의 후배인 ‘세연’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고요. 

 

그에 따르면 정세연이라는 인물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도시의 멸망과 지옥 불에 대해 떠들어대는, 살짝 맛이 간 사람들. 그러나 묘하게도 개인 자체는 강한 매력을 지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캐릭터. 가만히 있어도 눈길이 가고, 정신 나간 주장을 해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 그녀와 비슷한 예로 든 게, 사교 집단을 이끌며 기괴한 논리로 세상이 썩었다고 외치고 숭배자들에게 살인 또는 자살을 지시했던 찰스 맨슨이고요.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추측해볼 때, 아마도 세연은 찰스 맨슨처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선을 넘으며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하나의 메시지를 외치”고자 했으며, 이런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순교자를 골라 죽음에 이르게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까지 읽은 부분에선, 그녀의 추종자가 아닌 그녀 자신의 죽음이 먼저 등장했지만요.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건 화자인 ‘나’와 같은 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그리고 세연의 몇몇 일화들로,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의 세계관, 현실 인식이 드러날 수 있는 대화일 뿐, 주요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전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이 내용 중,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배경이 될 법한 젊은 세대에 이야기는 주목해 보아야 할 듯합니다.

 

 ‘큰 꿈 없는 세대’를 만드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가면서 사회체제가 안정되고 1970년대나 80년대처럼 파이가 많이 남지 않았다. 각 조직의 관료화가 완료돼 조직 내 세대교체가 쉽지 않아졌고, 새로운 일자리는 대개 서비스업에서 만들어지는 단순 노동거리다. 대단치도 않은 눈앞의 과실을 따기 위해 온 힘을 쏟다 보면 그만큼 생각의 폭이나 인물의 그릇이 잘아지게 된다. […] 과거 한국 기준으로는 큼 꿈이었던 것이 이제는 그렇지 않으니까.
  게다가 과거 세대들은 민주주의라든가 자본주의 정착, 근대 체제로의 편입과 같은 중요한 역사적 과업도 이미 달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양성 평등이나 환경문제와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소주제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그다음에 나오게 될 이슈들은 한 세대의 과업이나 종교의 대용품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사소한 것이리라. 성적 소수자 보호, 동물 보호, 장애인 인권 문제, 소비자 운동, 저개발국 원조 프로그램 등등.
  그래서 이 세대는 큰 꿈을 가질 수 없게 됐다. (29-30쪽)

 

‘큰 꿈 없는 세대’와 세연의 죽음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녀가 죽음을 통해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인지, 결국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얼른 나머지 부분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Trackback 1 Comment 0
prev 1 ··· 77 78 79 80 81 82 83 84 85 ··· 94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