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읽니?] 필립 베송, 10월의 아이


 

 

필립 베송 | <10월의 아이> | 문학동네 | 2008

 

 세상에서 일어나는 범죄 중 가장 나쁜 범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전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폭행, 유괴에서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저항할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뉴스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그때마다 가장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에게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필립 베송의 <10월의 아이>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1984년 10월의 어느 날 아침, 사람들은 신문 1면에서 네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사내아이의 얼굴을 발견한다. 갈색 곱슬머리에 눈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고 통통한 얼굴은 웃음을 짓고 있다. 분명히,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 위에 실린 표제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추악한 범죄' '참상' '극적 사건'. 버거운 의미를 담고 있는 이런 종류의 단어들은 불행을 예고한다. 아이의 명랑함과 단어의 가혹함의 참을 수 없는 격차, 이 대조에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 1984년 10월의 어느 날 아침, 프랑스는 한 아이의 죽음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다. 보주 지방의 얼음같이 찬 강가에서 시체가 묶인 채로 발견되었다. 살인범은 필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침착하고 냉정하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의 이름은 단번에 집단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그레고리.

이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묶인 채로 강가에 버려진 고작 네 살 짜리 남자아이를 떠올리자 살인범에 대한 화가 울컥 치미는 동시에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싶어 침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역자의 말을 살펴보니 <10월의 아이>는 실제로 프랑스에서 미결로 남은 '그레고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작가인 필립 베송은 이런 말을 했는데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차마 상상할 수 없고 상상했더라도 감히 글로 쓸 수 없는 실제 사건이야말로 소설가에겐 가장 큰 좌절이다." 그의 말대로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사건이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더구나 1984년 11월생인지라, 저 명확한 숫자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지금쯤 그레고리가 살아있다면 30대 초반의 청년이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럼 전 그레고리가 막 태어난 뒤의 이야기를 이어 읽으러 가보겠습니다!

 

- 컨텐츠팀 에디터 료(fololy@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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