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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03 저문 가을에 삽을 씻고
  2. 2011.05.25 <세상을 바꾼 자본> - 자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자본의 역사

저문 가을에 삽을 씻고

 

사진: 고규홍 (출처: http://www.solsup.com)

 

저문 가을에 삽을 씻고

 

나뭇잎이 붉어지는 것은 한 해 노동의 결과다. 나무가 스스로 자랄 수 있는 양분을 만들기 위해 다른 어느 부분보다 잎사귀들은 애를 썼을 것이다. 그의 노동으로 나무는 한해살이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 서서히 겨울나기 채비를 해야 한다. (…) 단풍나무나 화살나무와 같이 안토시아닌 성분이 더 많은 나뭇잎에는 빨간 물이 올라온다. 나뭇잎은 한 해 동안의 모든 노동의 수고를 접고 서서히 숨어 있던 색깔 요소들을 불러내 빛의 잔치를 벌인다. 그런 뒤에는 서서히 나무와 이별하는 낙엽제를 치른다. (고규홍,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휴머니스트, 2014)

 

나무들이 알아서 붉어지거나 노랗게 변할 때면 괜스레 숙연한 기분이 듭니다. 세상사 모두 지켜보는 것도 벅찼을 텐데, 어느 겨를에 기약이라도 한 듯 작년 이맘때의 제 색으로 돌아오는지. 위에서는 잎사귀가 애를 쓰고 아래에서는 기둥이 그 애씀을 기억하여 서로 의존하고 소통하는 나무의 노동이 다부져 보입니다.

 

똑같이 ‘노동’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나, 인간의 노동이란 왜 이렇게 모질어야 할까요?

 

일을 하여 얻는 만족이 아니라 생산을 지휘하는 사회관계에서 얻는 직장과 배경, 직책과 승진 등의 지위가 되었다. (…) 노동이 생산성을 내고 존경할 만한 가치를 획득하려면 전문가가 노동과정을 계획하고,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그런 노동이라야 표준 방식을 따라 전문가가 공인한 필요를 제대로 만족시킨 노동이라고 입증할 수 있다. (이반 일리치,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느린 걸음, 2014)

 

공존하려 애쓰는 자연계와 달리, 인간 사회는 서로 밀치기 바쁜 것 같습니다. 아니, ‘사회(社會)’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낱낱의 사람들은 스스로 울타리를 두른 채 그 안에서 계급을 가립니다. 53세의 경비원을 분신자살로까지 몰아간 주범은 동 아파트 주민의 몹쓸 언행이었습니다. 자살은 다행히 기도에 그쳤지만, 그가 직면치 않아도 됐을 부당한 대우와 처사는 한 인간에게 상처로 박혔습니다.

 

자본이 자신의 삶을 사막화하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하는, 노동자들의 자기회복을 위한 광범한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 일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또한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노동자들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병훈 외, 《사장님도 아니야 노동자도 아니야》, 창비, 2013)

 

신분과 자본에 근거를 둔 관계만이 거듭되는 것 같아 쌀쌀해진 날씨가 더욱 매섭게 느껴집니다. 메마른 땅에서도 꿋꿋이 절정에 달한 단풍을 바라보며. 노동의 기쁨은 자연계에서만 순수하게 허락되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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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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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자본> - 자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자본의 역사


 

박홍규 | <세상을 바꾼 자본> | 다른 | 2011

 

 

어떤 것이든 단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싶어요, 영원히 살고 싶어요, 죽은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세상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고 싶어요, 나보다 예쁜 여자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 말도 안되는 상상이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복권 당첨, 부자되기, 부동산 재벌 등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에 기초한 삶의 방식에서 모든 것은 화폐가치로 환산된다. 우리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을 살아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돈 혹은 자본이란 말을 잘 알아야 한다. 도대체 돈은 무엇이며 자본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우리는 조금 더 자본을 제대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로 나온 <세상을 바꾼 자본>은 색다른 경제사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의 하나로 ‘자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상한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 아닌 비밀들이 많다. 사회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도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교과서에는 노동자의 권리나 노사관계에 대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경제의 주체와 관점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직접적인 생활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기업가의 입장이나 수박 겉핥기식의 원론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삶을 위한 사회, 경제 교과서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경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선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자본의 시대는 16세기 서양이 비서양을 침략하고부터 시작되었다. 황금과 화폐로 축적된 자본은 무한한 탐욕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본이 가난을 극복하게 해 준다는 이유에서 환영했다. 그러나 자본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대부분 초래했다. 단적으로, 자본의 시대에 사는 한국인은 돈과 행복이 무관하지 않고 충분한 돈이 없어서 대부분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인간을 자본인이라 부른다. 이 책은 그런 자본인, 탐횡인으로부터 해방되자는 취지로 쓴다." (74쪽)

 

이 책의 목적이 뚜렷하다.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인간이 아니라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이 되자는 말이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 험난하다. 얄팍한 경제에 관련된 지식만 가지고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치면 이야기가 달라지더라도 자본인, 탐횡인으로부터 해방되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을 거부하자는 말이 아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말도 아니다.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한발 더 나아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 말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사랑하지 못한다. 아는 것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한다는 말은 안다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인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가 한 쪽에 치우진 자본주의에 관한 역사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이 책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책은 항상 빛과 어둠을 함께 드리운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을 읽어내는 독자라면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말랑말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자세가 독서의 기본이다.

 

이 책의 저자 박홍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서적을 읽고 쓰고 번역하는 법학자이다. 게다가 추천사를 쓴 강수돌 교수보다 더 지독한 반자본주의자이다. 이반 일리히의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의 번역자 답게 자전거를 타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괴짜 법학 교수이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도 없다. 우리 모두 박홍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의 삶의 조건이 어떠한지는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고 우리들의 삶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모든 걸 돈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경제 개념이 필요하다. 과연 자본은 무엇이며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문장들이 여과없이 사용되어 조금 더 쉽고 친절한 안내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독자의 눈높이를 생각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신경 쓴다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성찰적 지식인으로 존경받는 저자의 책이 논쟁의 중심에서 또 다른 책을 재생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의 책을 기다린다.

 

성남시 분당구 수내고등학교 국어교사 류대성

 

오늘의 책을 리뷰한 ‘인식의 힘’님은?
우리말과 우리글로 희망을 가르치고 싶은 국어교사.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읽고 생각하며 책 속에서 헤매고 있음.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국어 원리 교과서>, <나비를 잡는 아버지(공저)>, <창비 문학교과서(공저)>를 쓰고, <국어교과서 작품읽기 : 중1소설>, <문학시간에 시읽기1~3>를 엮음. 제2회 네이버후드어워드 책리뷰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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