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5.01.30 《왜 고전을 읽는가》 - 왜 읽냐건 웃지요
  2. 2014.01.24 [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3. 2011.01.28 <반성> - 나를 찾는 길 위에서
  4. 2010.05.19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5. 2010.04.07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 노래에 실려 오는 낮은 세상의 숨소리 (4)

《왜 고전을 읽는가》 - 왜 읽냐건 웃지요

 


 

이탈로 칼비노 | 《왜 고전을 읽는가》 | 민음사 | 2008

나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다. 그러나 나는 소위 말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시를 써 당선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나의 시는 언제나 허공을 맴돌 뿐 다른 이들의 마음을 울리지 못했다. 전라북도 무주 산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아이들과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읍내에 하나밖에 없는 편의점을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우리와 함께 마치고 내려온 담임 선생님과 그의 오랜 친구였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에게 나를 소개했다. 우리 학교 대표로 지난번 글짓기 대회에 나갔던 아이라고, 자네도 읽어보지 않았느냐며 말이다. 그는 나의 이름을 듣고는 "아~, 너 수필 썼었지?" 하며 아는 체를 해 주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그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작가 ‘안도현’이라고.

나는 그날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편의점을 떠나 학교 기숙사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가 나의 담임선생님처럼 어느 산골의 교사일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나는 대학에 진학했고, 그의 이름을 좇아 그의 시들을 읽었다.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했다. 오래도록 나의 꿈은 글의 언저리를 따라 있었다. 하지만 수능 점수와 장학금을 따라 진학한 대학은 나에게 오랜 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선물했다. 초, 중, 고를 지나면서 한 번도 꿈꾸어보지 않았던 '교사'라는 삶을. 나는 교사로 살면서 오래도록 꿈을 잊고 살았다.

꿈을 잊고 책을 읽지 않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하루를 보내는 데만 집중하면 됐었다. 나는 스스로에게조차 잊히고 있었다. 이제 서른 중반을 찍으며 나는 다시 꿈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제는 꿈이라기보다 바람에 해당하는 일들을 생각했다.

오랜 질문의 답을 찾기라도 할 듯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를 펼쳤다. 하지만 서문을 제외하곤, 이탈리아의 작기인 칼비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칼비노의 렌즈를 통과한 생소한 '고전'들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역자도 밝히고 있듯, 그가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 중 몇몇은 아예 우리나라에는 번역조차 되어 있지 않을 만큼 생소하다. 그러나 칼비노의 렌즈는 그 생소함에 다소 활력을 불어 넣는다. 가끔은 시선을 멈추고 밑줄을 긋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돈키호테의 전신 격에 해당할 만한 ‘티랑 로 블랑’에서,

중요한 것은 이제 기사에 관한 신화가 아니라 책이 하나의 텍스트로서 갖는 가치이다. 이것은 책과 삶을 구분하지 않고 책 바깥에서도 신화를 찾고자 하는 돈 키호테의 가치관과는 반대되는 가치관이라 할 수 있다. (91쪽)
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그 순간 삶 자체는 책 안에서 서술되고 있는 형식으로 변모하게 된다. (97쪽)

라고 평하는 부분이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티랑 로 블랑’에서 그가 발견한 돈 키호테의 가치관, 삶과 책의 일치를 푼 문장을 보며,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은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때로는 고민을 또 때로는 위안을 준다. 그러나 책은 책 밖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혹 순진한 독자가 책 속의 말들을 따라하고 책이 권하는 일들을 그대로 행해도 책에서 말하는 기적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책은 청춘의 아픔을 논하고 따스한 말을 해 줄 수 있지만 청춘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여전히 돈 키호테와 같이 책 속의 일들과 책 밖의 삶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면 왜 책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고전이 어렵다면, 그 말을 ‘책’으로 바꿔볼 수 있다.

"왜 책을 읽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효율로 또 어떤 이에게는 공감, 또 어떤 이에게는 행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칼비노가 서문의 마지막에 인용하고 있는 시오랑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떤 목적이나 유용성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냥" 혹은 "그래서"에서 해당될 만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 곧 죽음을 선사할 독약이 만들어지는 그 앞에서도 악기를 배우는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이다.

"그래도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겠는가?"

그저 배우고 싶고, 알고 싶다는 욕망만큼이나 강력한 것은 없다. 나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이 한때 놓아버렸던 꿈의 언저리로 돌아가려는 이유도 그저 그냥 그러고 싶어서다. 그렇게 해 보고 싶은 열망과 정열 때문일 것이다. 칼비노의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는 인내심을 가지고 읽었다. 정확히 나는 읽었다. 글자를 말이다. 어려운 내용이었고, 그가 소개한 책들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 어디선가 본 듯한 세르반테스, 톨스토이, 디킨스, 헤밍웨이를 만나면 반가울 따름이었다. 그러니 기억에 남은 것도 많지 않다. 다만, 그가 고전을 읽으며 다가서려 했을 삶의 근원을 다시 생각해 본다.

이 책을 덮고 나는 올 한 해 여러 엄마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리딩살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는다. 나는 엄마들이 왜 그토록 열심히 책을 읽고 고민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들 또한 한때 놓아버린 꿈과 읽고 싶다는 열정에 이끌렸을 것이다. 여전히 책을 읽는 이유,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고민의 대상이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치고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 고민의 결과가 한 편의 글로 태어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apranihita'님은?

읽고 보고 듣고 느끼고 쓰는 일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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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만난 사람] 함께 살고싶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집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출간 기념 간담회

 

편집·정리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혜원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같은 책이라도 전집(全集) 안에 들어가면, 새로워 보입니다. 책의 새로운 터전 같다고나 할까요? 위대한 문학전집이 세상에 나오면, 이 땅에 훌륭한 집 한 채가 지어진 것 마냥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자꾸 보면 살고 싶어지는 것이 집입니다. 책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전집일수록 전부 다 모으고 싶죠. 그래서 전집은 ‘샀다’는 말보다 ‘장만했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고전문학전집을 출판한 문학동네에도 새집이 들어섰습니다. 하얗고 튼튼한 스무 권의 책들입니다. 김승옥의 단편 10편이 수록된 1권부터 2009년에 나온 박민규의 <카스테라>까지. 스무 권을 아우르고 있는 시대는 사실 모호합니다. 문학동네의 신형철 편집위원은 한국문학전집의 발간을 기념하며, 선정 기준을 밝혔습니다.

 

 

 

 “’문학성’입니다. 문학동네가 소설을 출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신뢰하는 기준은 ‘서사의 힘’입니다.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이야기가 밝혀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작품이 어느 정도 독자들과 소통했는지, 한 시대의 사회적 징후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는지 하는 ‘문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박완서를 읽고 자랐고, 모두가 박완서를 읽으며 세월을 났다.” (400쪽)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세 번째 책, 박완서의 대표 중단편선 <대범한 밥상>에 쓰인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해설입니다. 세월을 함께한 책을 전집으로 다시 보는 기분은 어떨까요?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2014년에 나온 ‘새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전집을 계기로 누군가는 한국문학 입문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통해 ‘한국문학이 이런 거구나.’라고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 한국문학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속에 정착되도록 하는 게 문학 출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종연 편집위원의 바람이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중요한 목적이기도 합니다.

 

우선으로 발표된 스무 권 외에 앞으로 전집에 입주 예정인 이웃도 궁금해집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문학동네 편집위원들은 자신감 있게 입을 모았습니다. “전집을 만든다는 것이 기존에는 정서를 확정 짓는 대단히 권위적인 작업이었습니다. 문학동네는 좀 더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할 여지를 많이 남기고자 합니다. 조금 더 유연하게. 어떤 작품은 전집으로 묶기엔 조금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동시대의 작품 중 앞으로 어떤 것이 한국문학전집에 포함될 것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맨 처음 기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문학동네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전집을 장식하는 표지에는 한강 사진이 있습니다. 낯선 풍경의 한강을 아름답게 찍는 이대원의 사진입니다. 문학동네가 기록할 한국문학전집의 역사가 한강의 물결을 따라 굳세게 흘러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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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나를 찾는 길 위에서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등저 | <반성> | 더숲 | 2010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보고, 원래 자신이 품었던 생각, 처음 가졌던 자세, 출발점에서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는 일”

지금의 나와 앞으로 되고 싶은 나 사이에 반성이 있습니다. 작게는 오늘과 내일, 크게는 현재와 미래의 나 사이가 될 텐데요.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오늘도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머릿속이 바쁩니다. 그런데 바쁜 건 생각뿐이지 행동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느 땐가는 지난날에 이미 했던 반성들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성을 멈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반성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내가 찾고 있는 ‘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테니까요.   

이 책, <반성>은 우리 시대 대표작가 20명의 반성을 들려줍니다. 서석화, 이순원, 박완서, 이재무, 김용택, 이승우, 구효서, 장석주, 안도현, 서하진, 은미희, 고운기, 차현숙, 김이은, 우광훈, 김규나, 공애란, 김종광, 고형렬, 권태현.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보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과 자연, 세상을 아우르는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길어 올리는 삶에 대한 성찰은 그 공감의 깊이를 더하며 전해져 옵니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놓치고 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람,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해 돌이켜 보게 됩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그러나 어느 땐 가장 먼 사람이기도 한 어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의 문안 전화’(서석화)는 매일 아침 10시, 뇌졸중으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걸려오는 안부 전화로 시작하며, 전날과 똑같은 물음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엄마와 딸의 대화에서 그 관계의 지난함에 대해, 그러나 결국 애뜻함과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알고 있는 만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문안 전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제 자신도 뜨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언제 한번 봐’(이승우)를 통해서는, 피상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 혹은 그런 태도로 상처받았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문자와 메일 등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도 사람을 만나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입니다. 오히려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에 거부감과 불편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고요. 그렇게 제 자신을 미루어 생각해보니, 제 곁에서 상처받았을 누군가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 한번 봐’처럼, 습관처럼 내뱉는 그 말들이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를 외롭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오늘의 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내일의 나는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 나를 찾는 길 위에서 생각합니다. <반성>이라는 책의 마지막 장은 결국 나에게 남겨져 있다는 것을.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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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33 -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중략)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보면 걸어가다보면 걸어가다보면 

* Album form 강산에, 『Vol. 3 - 연어』「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중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들춰봤다. 마음에 꼭꼭 담아두려고 몇 번이나 이 책을 읽던 시절에는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스스로 ‘먼 곳을 여행하다가 이제 막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사춘기가 훌쩍 지났다. 어른이 되어 달라진 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희망을 잃었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잃은 건 단지 어렸을 때 꿈꿨던 혹은 꿈꿨다고 믿는 희망들이다. 어릴 적 꿈이 순수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지금의 꿈이 현실적이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다는 건, 기억의 미화다.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천회귀(母川回歸)성 존재가 아닌 인간은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믿는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연어> 이야기 이후 15년 만에 <연어 이야기>가 나왔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책의 속편이라면 그 부담감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된다. <연어 이야기>는 3인칭과 1인칭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학교를 통해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끈’이나 ‘스며듦’으로 치환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연어>에 비해 직접적이다.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는 태어난 강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생이 시작된다. ‘나’는 알이었다. 그것도 다른 연어들보다 한 달이나 늦은 알이다. ‘나’는 말한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건, 결국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 ‘나’가 ‘너’를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언제부터 연결되어 있었는지 모를 끈으로 연결되어 사랑을 통해 서로에게 스며든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81쪽) 그리하여 ‘나’는 “너를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아야 했지만, 그러나 끝내 붙잡지 않”고 울지도 않는 연어가 되었다. 그리고 예견된 죽음을 향해가는 ‘너’에게 “너는 자유야!”라고 외쳐줄 수 있는 주체적 자아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삶을 배우고 성장한다. 

희망을 찾는 것도, 희망을 간직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많은 벽에 부딪히고 많은 것들을 잃지만 살아나가는 삶이 곧 희망이다. 신문이나 주변에서 삶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지금 이 삶을 살아가는 당신이, 바다로 나아가려는 당신이 아름답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2010/05/19 - [블로거, 책을 말하다] - <시간의 혼> - 찰나에게 영원까지, 시간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다!
2010/05/18 - [블로거, 책을 말하다] -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 영혼을 깨우는 저항의 교육학
2010/05/17 - [반디 음악 광장]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 31, 21번> - 지상에서 부르는 마지막 노래
2010/05/14 - [책, check, 책] - <거꾸로 생각해 봐> - 거꾸로를 다시 거꾸로, 그래야 '바로'
2010/05/13 - [민용 in 재즈피플] - 우리는 이미 ‘빈대떡 신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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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 노래에 실려 오는 낮은 세상의 숨소리

이지상,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삼인, 2010  

「우리가 눈발이라면」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2002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과거 이 시가 담아서 소리 내고자 했던 세상은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시 앞에 서 있는 우리는 여전히 시의 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조금도 나아진 것 없는 세상에 절망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여전히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에는 쉽사리 “잠 못 든 이”들이 “새벽을 이고 아침으로 떠”나고, 그 고단한 시간 속에서 “흩어져 있는 지난밤의 흔적을 가지런히 정리하듯 청소부가 남기고 간 빈 박스와 폐지를 담고 있는 노인”이 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가 들려주는, 그가 만들고 그가 좋아했던 노래들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순간부터 그것을 기다려온, 이 땅에 발 딛고 희망하며 사는 모든 사람들, “독재에 민주를 뺏기고 자본의 억압에 삶의 터전을 뺏기고 학자와 언론의 놀음에 사상과 역사를 빼앗긴” 이들의 인생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그가 “희망하는 세상을 꿈꾸는 기다림의 방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6-7쪽)

이를 통해 그는 낮은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삶을 그의 노래에 실어 세상을 ‘울리고’자 합니다. 돈과 권력에 의해 상처 입은 그네들의 속살은 그의 노랫말에 담기고, 그들의 삶이 쏟아내는 고단한 숨소리는 리듬과 가락에 실려 무감한 세상에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이 땅에 새겨진 아픈 역사의 흔적과 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현대사의 기억을 따라 전해져 오는 서러운 이들의 시간이, 그것의 울림에서 그치지 않고 끝내 울음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모든 예술의 감동의 최고치는 눈물이다.”라는 고 조태일 시인의 말을 되뇌며 자신이 받은 감동을 말하는 그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그와 같은 감동을 되돌려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발.”이라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을 견주어 보며, “나는 많이 사랑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해야 할 대상은 많았지만 그냥 머릿속에만 두었습니다. 가슴으로 안지 못했고 더더욱 내 더딘 발걸음을 사랑을 향해 움직이지 못했습니다.”(88쪽)라고 반성하는 그의 고백은 오히려 제 자신을 더 부끄럽게 합니다. 그동안 내 자신이 움켜줘야 할 것들만 치밀하게 계산하는 머리와 내 상처가 가장 아픈 것인 양 엄살 부리며 다른 이의 삶을 품을 줄 몰랐던 가슴으로 살아온 것을 반성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는 나의 발은 그들이 서 있는 이 땅을 똑같이 딛고서, 새로운 세상으로 내딛을 염치없는 희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저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그 기다림의 끝이 결코 오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됩니다.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춥고 어두운 세상에 온기를 더하고, 위로의 편지로 고달픈 삶을 달래며, 깊고 붉은 상처에서 새로이 돋아나는 새살이 되어 이제껏 기다려왔던 희망을 현실로 불러와야 함을 생각해봅니다.  

-현선(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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