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15.02.10 『아내의 빈방』 - 당신은 우리와 함께 있는 거요
  2. 2014.11.05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生》
  3. 2014.10.23 《안녕 하루》 - 마음을 읽다
  4. 2014.09.12 《면도날》 - 여보게, 젊음이여
  5. 2014.09.02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윤영호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6. 2014.08.29 《유럽의 교육》 - 여전히 아름다운지
  7. 2014.08.07 《행복의 신화》 - Are you happy?
  8. 2014.01.14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 삶의 가장 절박한 질문
  9. 2014.01.09 《스윙》- 담백한 슬픔
  10. 2010.05.19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아내의 빈방』 - 당신은 우리와 함께 있는 거요

 

 


버거, 이브 버거 | 『아내의 빈방』 | 열화당 | 2014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오직 나다. 나는 당신이 될 수 없고 당신도 내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도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는 무기력해진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누군가 사라지면 그 자리는 영원히 빈 공간이 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곳을 떠날 수 없다. 그곳에서라도 그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말하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이는 그런 시간을 오래도록 지속한다. 누구도 그 시간을 방해할 수 없다. 충분한 애도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당신은 사 주 전에 죽었지. 어젯밤 처음으로 당신이 돌아왔다오. 혹은,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이 없어진 자리에 당신의 존재감이 돌아왔다고나 할까. 베토벤의 「피아노를 위한 론도」 2번(작품번호 51)을 듣고 있던 중이었소. 구 분 남짓한 동안 당신은 그 ‘론도’였고, 그 ‘론도’가 당신이었지. 거기에는 당신의 밝음, 당신의 고집, 당신의 치켜 올라간 눈썹, 당신의 부드러움이 들어 있었다오. (10쪽)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존 버거의 글은 부드러운 햇살처럼 쏟아진다. 마치 그 햇살로 아내를 안아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사십 년을 같이 산 아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분명 아내는 죽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곁에 존재한다.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을 때,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장소에 도착했을 때 함께 있다. 만질 수 없는 형체로, 볼 수 없는 형상으로, 대답이 없는 메아리로.

당신을 유심히 보면, 길을 찾는 일에 익숙한 사람에게 볼 수 있는 섬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오. 모자를 쓰거나 코트를 입은 모습, 머리를 만지는 모습, 문을 여는 모습, 돌아서서 나가는 모습. 당신은 길을 찾는 사람이오. (13쪽)

우리는 종종 잊는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대해 잊는다. 사랑이 시작되었을 때 생생했던 세포는 긴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져 꺼내지 않는 옛 이불처럼 변해버리고 만다.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당신을 기억하는 일이 새삼 힘들다. 무엇을 좋아했으며 무엇을 꿈꾸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예정된 이별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존 버거는 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로 사랑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뒤돌아보고 있소. 그리고 당신이 그런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당신은 시간을 벗어난 곳에, 되돌아보거나 내다보는 일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있으니 말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당신은 우리와 함께 있는 거요. (31쪽)

존 버거와 그의 아내 베벌리 버거가 서로를 얼마나 존중하며 사랑했는지 알 것 같다. 아내의 물건에 담긴 아내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자 노력했을 존 버거. 점점 사라지는 아내를 향한 눈빛은 얼마나 애틋했을까. 화수분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잊힐 수 없다. 아들 이브 버거에게 전해졌을 사랑은 감히 그 크기를 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지속된다. 어쩌면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가 나밖에 없다는 말은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당신이 살고 있다면 말이다.

엄마가 어디 계신지 모르기 때문에, 엄마의 몸이 누워 있는 곳으로 가요. 잠시 후면 저희가 고른 돌멩이가 엄마 무덤 위에 놓이겠죠. 흙과 풀 사이에 놓은 텐데, 그러면 아름다울 거라고 믿고, 또 그러기를 바라요. (35쪽)

애도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사랑하는 방법이 그렇듯이. 아내의 빈방은 존 버거의 사랑으로 채워진다. 이 얇은 책에는 사랑이 전부 담기지 않는다. 부재 속에 존재하는 ‘당신’이라는 사랑을 살 뿐이다.


좋은 책과 서평을 나누고자 반디앤루니스 '오늘의 책'을 펜벗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펜벗이란 서평을 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매주 월요일, 성실한 서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2월의 펜벗 서평 주제는 '그 남자, 그 여자'입니다.


| 펜벗 일문일답

● 『아내의 빈방』은 어떻게 읽게 되셨어요?

존 버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는데 때마침 『아내의 빈방』을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제게도 2014년은 죽음과 상실을 벗어날 수 없는 해였기에 더욱 마음이 닿았습니다.

● 오랫동안 서평을 써 온 선인장님에게 ‘서평’은 특정한 활동이 아니라 이미 일상의 일부 같아 보입니다. 서평은 처음에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어요?

그저 독후감으로 시작된 메모였습니다. 분명 읽었지만 모든 책을 소장할 수 없기에 나중에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책에 대한 애정의 작은 표현이랄까요. 정작 지금은 좋은 책에 대해 쓰지 못하고 있네요.

● 평소 한국문학을 즐겨 읽으시죠. 『아내의 빈방』과 함께 읽으면 좋을 한국문학 작품도 추천해주시겠어요?

같은 주제라 할 수 없지만 이런 책들이 떠오릅니다. 김선우의 『물의 연인들』, 한강의 『검은 사슴』, 윤대녕의 『누가 걸어간다』, 서영은의 『꽃들은 어디로 갔나』, 박범신의 『외등』이요.

● 요즘은 무슨 책을 읽고 계세요?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잡았는데 감기 때문에 쉽지 않네요.

오늘의 책을 리뷰한 '선인장'님은?

그저 폭넓은 책읽기를 꿈꾸며 책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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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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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루》 - 마음을 읽다

 

 

하재욱 | 《안녕 하루》 | 헤르츠나인 | 2014

 

지하철에 앉아있는 시커먼 아저씨. 그의 일상, 빡빡한 하루를 들여다보는 것이 뭐가 흥미롭고 재미있겠느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에 찌들어 지독하리만큼 쓰디쓴 술에 하루를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한편으론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 야밤에 식구들 모두 자는데 혼자서 눈물을 질질 흘리다 피식 웃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림과 글입니다. 


이 책은 지각할까 봐 방금 떠난 전철을 원망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월급봉투 앞에서 무릎을 꿇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저씨이자 아이 셋을 둔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아저씨는 감정이 참 메말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에게 표현도 잘 안 하고 야근을 핑계로 거나하게 취해 술 냄새 풍기며 귀가하는 모습 등 이상하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머릿속을 꽉 채웠지요.

 

한데  책을 보니 마음이 짠한걸 넘어섭니다. 아저씨도 아빠임을,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가끔 눈을 떴을 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베고 잠든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난다는 사람. 가장으로서의 삶은 물론 표현은 서툴지만 뜨끈한 아버지의 사랑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꼭 남편의 일기를 몰래 보는 느낌입니다.

 

남자도 여자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듯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보는 동안 남편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 옆 지기도 우리 아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겠구나. 나는 아이들과 집에서 지지고 볶고 힘들게 산다고, 육아 스트레스라며 투덜대곤 했지만 이 사람은 투정조차 못 했겠구나. 이런 마음 들여다봐 주질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가끔 무뚝뚝한 남편이 못마땅해질 때, 아이들 일로 머리가 폭발하려 할 때, 신데렐라도 아니면서 12시 딱 맞춰 들어오려는 남편을 기다릴 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어질 때. 이 책을 살포시 꺼내 들면 절로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온전히 하루를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이자 아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이의 시선으로는 ‘우리 아빠는 잠든 나를 보며, 학교 가는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아내의 경우, ‘내 남편은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구나.’ 새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예전처럼 살갑지 못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남편은 서운함이 저보다 더할 텐데 아내인 저마저 그러니  허전함이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왠지 또 마음이 짠해집니다.

 

주인공이 회사에서 잠시 짬을 내 담배를 태우는 그림에서, 옆 지기가 떠오릅니다. 힘들게 땅만 보고 연기를 뿜을지, 하늘 한번 보고 기지개라도 켤지. 오늘따라 남편 어깨의 짐이 참 무거워 보입니다. 저거 내가 들어줘야 하는데. 내 짐만 보고 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 문득 오늘이 떠오른다면 참 질투 나는 하루일 거야." 질투 나는 하루! 저도 그런 하루 좀 살아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마음이 뜨끈뜨끈해지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꿀꿀페파'님은?

책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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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 여보게, 젊음이여

 

서머싯 몸 | 《면도날》 | 민음사 | 2009   

 

‘구원’은 날카로운 면도칼을 넘어서는 것만큼 힘든 난제다. 인류가 가장 풍요로운 시기로 접어드는 20세기나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에나 마찬가지다. 1944년 서머싯 몸은 《면도날》을 출간했다. 이 시기 젊은이들은 전쟁과 공황이라는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 명예, 부, 내적 평화 등 다양한 삶의 가치를 추구했다. 그들이 선택한 가치는 곧 그들의 삶을 대변했다.

 

래리가 ‘정말’ 너를 사랑했을까? (…)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 너희 둘 사이엔 열정이 개입되지 않았어. (278-280쪽)

 

노년의 소설가 몸은 《면도날》에서 삶의 어떤 가치가 옳다, 그르다 평하지 않는다. 여러 인간상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뿐이다. 사랑을 버리고 다이아몬드와 모피코트를 택한 이사벨,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유랑하는 래리, 미국인이지만 유럽 상류사회를 갈망하는 앨리엇,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상대를 잃고 방황하는 소피. 몸은 소설에서 여럿의 이야기를 엮어 나가며 그들 각자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자칭’ 지식인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트집을 잡겠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대중은 모두 성공담을 좋아한다. 그러니 나의 결말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끝을 맺은 이 소설의 함의는 제목만큼이나 날카롭다.

 

《면도날》은 삶과 구원이라는 문제에 해답을 얻으려 했던 사람들에게 다시 문제를 제기한다. “인식을 통해 본질인 실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래리와 “자기 확신이 얼마나 강력한 열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서머싯 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세계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구원’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구원으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어떻게 가는 것인가.

 

난 단지 자기 확신이 얼마나 강력한 열정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정욕도, 굶주림도 그 옆에서는 아주 하찮은 것이 되어 버리지. 자기 확신에 사로잡히면 그것으로 자신의 성격을 완전히 단정짓게 되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어. (…) (347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송기'님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좋은 원두를 찾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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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윤영호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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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 여전히 아름다운지

 

 

로맹 가리 | 《유럽의 교육》 | 책세상 | 2013

 

삶은 대부분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 우리는 흔히 운명에 이끌렸다고 표현한다. 삶을 되돌아볼 때, 과거의 특정 행동이 나를 지금의 위치로 이끈 출발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로맹가리는 2차 세계대전에 비행장교로 참전하며, 같은 시기에 《유럽의 교육》을 썼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유럽의 교육》이 로맹가리의 출발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절대성에 반항을 꿈꿨던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것처럼 로맹가리는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한 권의 책으로 표현해냄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로맹가리는 《유럽의 교육》을 시작으로 그가 공언한 마지막 작품 《솔로몬 왕의 고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써낸 수십 권의 작품을 통해 인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유럽의 교육》에서 도블란스키의 모습은 '인생의 장미를 꺾으라’고 말하는 《솔로몬 왕의 고뇌》의 솔로몬과 닮았다. 첫 작품 속 인물인 도블란스키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현실 속 로맹가리라는 인물을 빌어 작품활동을 계속 해온 것처럼 로맹가리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해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나는 도전에 응하겠어. 자유, 존엄성, 인간으로서의 명예, 그 모두가 결국은 사람들로 하여금 목숨을 내놓게 하는 한 편의 동화일 뿐이라고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 (…) 그런 때에는 인간이 절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모든 것, 인간에게 믿음을 갖게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모든 것이 은신처를, 피난처를 필요로 하지. (…) 나는 내 책이 그런 피난처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 (88쪽)

 

도블란스키는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나치 치하의 절망적 현실 속에서도 희망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삶은 여전히 존엄을 존중받지 못하는 강제성의 세계(운명, 죽음, 제도 등)에 귀속되었다. 로맹가리는 전쟁이 끝나면(원인) 인간이 그 각각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받을 수 있으리란 희망 속에서 《유럽의 교육》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만 바뀌었을 뿐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내일을 결정짓지 못하는 엉덩이나 발에 머물러 있다. 아마도 로맹가리는 이런 이유로 《하늘의 뿌리》의 모렐을 통해 옳은 일을 알리고 또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을 그려냈는지도 모른다.

 

로맹가리는 자신의 작품에 온 생애를 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에 대한 존엄’을 회복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켰다. 결국, 그의 작품들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써낸 원곡의 변주곡들이며, 원형의 고리를 이룬 작품들의 화음이다.

 

자신을 글로써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로맹가리의 유서는 그가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고리로 완성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작품들의 합창 속에서 불멸의 ‘나데이다’가 된 것이다. 작중에서 빨치산들이 ‘나데이다’의 실존 여부와 상관없이 그 이름만으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처럼 로맹가리는 작품을 통해 인간을 노래함으로써 그 음악에 귀 기울이는 독자에게 인간이 어떠한 존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액션가면’님은?

책을 통해 삶을 배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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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신화》 - Are you happy?

 

 

소냐  류보머스키 | 《행복의 신화》 | 지식노마드 | 2013

 

이 책은 어른이 되면서 경험하는 열 가지 위기의 순간을 다룬다.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남녀 문제(결혼, 파경, 자녀)로 시작해 일과 돈에 관련된 문제(직업, 금전적 성공이나 몰락), 중년 이후에 겪게 되는 문제(건강, 노화, 회한)로 이어진다. 순서에 상관없이 지금 본인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 혹은 가장 궁금한 것부터 펼쳐도 된다는 작가의 말에 나는 가장 먼저 ‘일과 돈에 관련된 문제’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현재 하는 일이 더는 만족스럽지 않거나 견딜 수 없는가?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 또한 오랜 시간을 고민해왔고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한 가지 더하자면 이 모든 고민의 해결책은 어딘가에 있을 나에게 '딱 맞는' 혹은 완벽한 일을 찾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것은 ‘행복한 신화’에 불과하며 자칫하면 스스로의 판단과 능력, 성실성, 동기까지 의심하게 될 수 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행복의 신화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병의 원인을 짚어주며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법들을 제시한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것은 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 처음에는 새롭게 느껴지던 일들과 황홀감이 점차 줄어들며 기쁨이 줄어드는 동안 한편에선 기대가 상승한다. 10년 전과 똑같은 기쁨을 주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기대가 상승하면 행복은 줄어들기 마련. 결국 현재 가지고 있는 행복은 당연한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사표를 던지고 싶은 열망이 강렬해질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은 우리의 욕망을 조금씩 끌어내려 기대가 증가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는 현재 일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아닌, 그저 이것저것을 더 많이 얻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수준까지 욕망이 계속 상승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뜻한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총 5가지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①구체적으로 재경험하라 ②구체적으로 관찰하라 ③진정으로 감사하라 ④판단의 기준을 바꿔라 ⑤오늘이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 이 방법들 중 다수가 현재의 직업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 감사는 기대의 고삐를 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사실  책 속에는 의외로 많은 내용이 담겨 읽는 데 조금 힘이 들었다. 물론 현재 내가 안고 있는 고민과 많은 부분 일치했다는 점. 알 수 없는 미로에 갇힌 것 같았던 답답함이 책 속의 일부 해결 방법을 통해 해소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완독이 가능했다. 사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왔다. 나이가 한 살 더해질수록 내 생각들은 복잡해져만 갔고, 선택은 더뎌졌으며 그 결과 행동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져 버렸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행복의 신화’는 이제 깨졌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나는 행복한 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꿈은 실현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 아니라, 그 꿈을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비결임을 세기면서.《행복의 신화》를 통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우리는 충만한 삶을 향한 길을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고, 누구나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행복능력을 깨울 수 있으며 그것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행복의 신화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고 그것을 대체할 건강한 대안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들길 바란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열정종열'님은?

이제 갓 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청년(?)입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그 얻은 지식으로 삶에서 지혜를 얻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 가정의 가장(家長)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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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 삶의 가장 절박한 질문

 

최진영 |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 실천문학사 | 2013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있으며,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시소의 중간에 위태롭게 서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최근 것이고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은 오래전 것이지만, 최근 것이라고 해서 더 가볍지도, 오래된 것이라고 더 묵직하지도 않다. (41쪽)

 

“검은 봉지에 담겨 으슥한 곳에 버려진 불법 쓰레기 같은 원도.”이것은 원도의 기억이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지난 삶을 샅샅이 뒤져 “인생의 뒤틀려버린 단 한 순간”의 장면을 복원하려는 의식의 몸부림이다. 온갖 실패가 켜켜이 쌓여, 병든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고독한 생(生)의 절박한 되새김질이다. 그 안에, 원도의 눈앞에서 물을 먹고 죽은 아버지가 있다.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만족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산 아버지가 있고, 너를 이해한다, 원하는 대로 살아도 좋다, 그러나 네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의 말이 있다. 원도의 앞에선 늘 눈물을 보이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원도가 아닌 다른 아이들을 돌보던 어머니가 있다. 그 어머니가 원도 대신 정성으로 돌보던 장민석이란 남자가 있다.

 

확연한 기시감 속에서도 거부할 수 없었던 맹목적인 실패들, 기억도 학습도 젬병인 원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것이다.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 원도를 꿰뚫어버린 것.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내버린 그런 것. (…) 메워지지 않고 계속 썩어 들어가 더 깊은 구멍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그러므로, 상처라기보다 통로다. 상처는 몸의 일부지만 통로는 몸을 뚫고 지나가는, 몸의 바깥이다. 나와 닿아있지만 오직 나만의 것은 아닌 것. 내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것. 나를 뚫고 지나가기에 나를 소외시키는, 나는 절대 볼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길. (64쪽)

 

이것은 메워지지 않는 구멍을 쫓는 이야기다. 그와 닿았던 타인, 그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흔적을 되짚는 일이다. 알 수 없었으므로 모르는 그대로, 그를 뚫고 지나가며 상처를 내고 방향을 바꿔놓은 그들을 불러들이는 기억이다. 오해와 몰이해에 분노하며 자기만의 이해로 또 다른 오해를 구축해온 고립된 내면의 설명이다. 변명이다. 당신은 그런 그를 보고 “검은 봉지를 채운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해갈지 모른다. 알게 된 후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왜 죽지 않았는가” 그것을 끝내 원도에게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라고 묻는 원도를 만나기 전까지.

 

덮지 말고 끝까지 보라. 이것은 숱한 구멍 중 가장 광활한 구멍, 당신에 대한 기억이다. (168쪽)

 

퍼즐을 맞춘 후, 전체 그림을 보기도 전에 다시 판을 뒤엎고, 새로운 그림을 맞춰갈 수 있다. 조각은 많다. 그것들 모두, 반드시 필요한 조각이다. 모든 순간이 결정적이다. 살아야 할 이유라면 무수히 많다. 살아내는 일 분 일 초, 모든 행위와 생각이 결국 다 사는 이유다. 어떤 것은 이유고 어떤 것은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은, 그런 식으로, 드문드문 살 수 없다. (240쪽)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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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담백한 슬픔

 

여태천 | 《스윙》| 민음사 | 2008

 

종종 삶이라는 게 선명해질 때가 있다.

 

아무리 발버둥 하며 자맥질을 해봐도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서 맴돌았을 뿐. 백석이 그랬듯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구르기도 하며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으로 얼룩진 삶을 소처럼 연신 새김질할 때 내 삶의 궤적은 나와는 무관하게 이미 정해진 것이고 나보다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로선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결국 나는 앙금이 되어 가라앉지 못하고 부유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떠다니도록 그려진 삶의 궤적을 좇아가는 게 아닌가, 승패와 관계 없는 몇 게임을 그저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듯이 삶은 선명한 것이 아닌가.

 

머리 위로 우기(雨期)의 바람이 불었다.
물은 오랫동안 컵 안에 무겁게 담겨 있었고
승패와 관계없는 몇 개의 게임이
남아 있었다.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처럼
불펜에서 노닥거리거나
구경 나온 다른 그녀를 위해
우리는 희생번트를 댔다.

 

스파이크, 스타킹, 발목

비어 있는 스탠드를 보며
우리는 전력 질주하지 않았고
홈으로 돌아오는 걸 잊었다. ('더블헤더' 중에서)

 

여태천이 포착한 삶도 다르지 않다.

 

그에게 매일은 "쓰레기봉투처럼 자꾸만 쌓이는 요일들"이며, 그래서 이 아침은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패배가 선명한 "고전적인 아침"이다. 어느덧 나는 서른 후반의 중년이 되었으나 그 중년이란 과연 시인의 말대로 "나아질 게 없는 우리의 중년/ 우리는 조금씩 정상인을 닮아 가"는 거겠지.

 

반복되는 일상의 스냅 사진, 이 지루하도록 뻔한 삶의 관성에서 잠깐의 유예된 시간을 나는, 그리고 그대는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생명을 다해 꽃을 피우려 했으나, 내가 피운 꽃은 본질적으로 꽃인가, 하는 물음표를 대했을 때 자신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저무는 강변을 보듯 그렇게 무심히 응시하는 것 뿐이리라.

 

노란 약물을 척추에 꽂고
빨간 꽃을 피웠는데
동백이라고 부를 수 없다.
꾹꾹 눌러쓰고 싶었던 말은
흔적이 없다.

 

()

 

길고 오래 지속되는 밤과 낮들은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중독' 중에서)

 

삶은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스윙은 "역전 홈런"이 아니라 "마이볼"에 의해 아웃 카운트로 기록될 "플라이 아웃", "국자 들고 우아하게 스윙"해 봤자, 우리의 스윙은 예고된 패배의 수순을 영리하게 밟는다.

 

그러나

 

이 시집의 마지막은 "이미 끝난 게임/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터지는 장외 홈런."으로 끝나는데, 시인은 과연 희망의 단서를 포착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장외 홈런이 터져도, 우리가 전력을 다해서 베이스를 돌고 또 돌아도, 그것은 이미 끝난 게임. 삶은 완벽한 구도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다해 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룰이고 규칙이라면 어쩌란 말인가. 그러므로 삶은 더욱 슬픈 것이다. 지는 태양을 잡을 수 없듯, 새벽빛이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을 고이 담아 둘 수 없듯. 다만 조용히 응시하고 바라볼 뿐이다.

 

마감 뉴스

 

오늘 밤 내가 사는 이곳은 조용하다.

 

막 피어난 꽃, 향기가 날 듯 말 듯

 

바람은 불어

 

그 바람에 가는 비 조금 오고.

 

내가 사는 작은 동네에

 

아주 조금 비가 와서

 

버스는 제때 오지 않아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고

 

굳게 마음먹는 그런 밤이다.

 

사실은 저 혼자 떨어져 내린 명자꽃 때문이다.

 

먼저 간 마음 같은 이름 때문이다.

 

사실은 아무 일도 없다는

 

오늘의 마감 뉴스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먼 타지에 마음을 부려 버린 남자처럼

 

오늘 밤은 조용하다.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어

 

저물지 말았으면 하는 밤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가림토’님은?
가림토(加臨土) 또는 가림다(加臨多) : 상징적 장치. 음모설의 신봉자. 배후와 모략 있음과 없음.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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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의 책과 음악 이야기 No. 33 -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중략)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보면 걸어가다보면 걸어가다보면 

* Album form 강산에, 『Vol. 3 - 연어』「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중
 

너는 삶의 이유를 찾아냈니?
 

“그래, 나는 희망을 찾지 못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을 거야. 한 오라기의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고 사는 연어들에 비하면 나는 행복한 연어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연어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들춰봤다. 마음에 꼭꼭 담아두려고 몇 번이나 이 책을 읽던 시절에는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었고, 그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스스로 ‘먼 곳을 여행하다가 이제 막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사춘기가 훌쩍 지났다. 어른이 되어 달라진 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희망을 잃었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잃은 건 단지 어렸을 때 꿈꿨던 혹은 꿈꿨다고 믿는 희망들이다. 어릴 적 꿈이 순수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지금의 꿈이 현실적이기 때문에 아름답지 않다는 건, 기억의 미화다.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천회귀(母川回歸)성 존재가 아닌 인간은 지금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믿는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연어> 이야기 이후 15년 만에 <연어 이야기>가 나왔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책의 속편이라면 그 부담감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된다. <연어 이야기>는 3인칭과 1인칭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며 학교를 통해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끈’이나 ‘스며듦’으로 치환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연어>에 비해 직접적이다.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는 태어난 강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생이 시작된다. ‘나’는 알이었다. 그것도 다른 연어들보다 한 달이나 늦은 알이다. ‘나’는 말한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건, 결국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 ‘나’가 ‘너’를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언제부터 연결되어 있었는지 모를 끈으로 연결되어 사랑을 통해 서로에게 스며든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이 되어 있단다.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81쪽) 그리하여 ‘나’는 “너를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아야 했지만, 그러나 끝내 붙잡지 않”고 울지도 않는 연어가 되었다. 그리고 예견된 죽음을 향해가는 ‘너’에게 “너는 자유야!”라고 외쳐줄 수 있는 주체적 자아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삶을 배우고 성장한다. 

희망을 찾는 것도, 희망을 간직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많은 벽에 부딪히고 많은 것들을 잃지만 살아나가는 삶이 곧 희망이다. 신문이나 주변에서 삶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지금 이 삶을 살아가는 당신이, 바다로 나아가려는 당신이 아름답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재즈피플> 안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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