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3.02 『우스운 사랑들』 -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2. 2014.11.1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친애하는 밀란 쿤데라님께

『우스운 사랑들』 -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밀란 쿤데라 | 『우스운 사랑들』 | 민음사 | 2013


우리가 위대한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는데,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또는 쇼팽과 조르주 상드 이들의 사랑에 왜 감동하는 것일까? 거세된 아벨라르 곁에서 충실하게 곁을 지켰던 엘로이즈와 정신적 관계를 추구했던 쇼팽과 조르주 상드의 특별한 그 무엇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일까? 처음엔 달콤한 꿈처럼 느껴지던 감정들이 점점 더 건조한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푸석한 감정으로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세상에는 사랑에 관한 문구, 문장, 해석이 무수히 존재한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떠올릴 때면 파스칼 키냐르의 문장이 먼저 떠오른다. 파스칼 키냐르는 "사랑할 때 연인들은 모두 자신들의 그림자를 향해 몸을 돌리지만 서로 껴안으면서 그림자를 뭉개버린다."고 했다. 사랑에 대한 환상이나 그 감정의 토대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인 것 같다. 사랑하는 이의 감정을 더 충실하게 알기 위해 상대방을 껴안고 감정이 포개어지는 순간, 그들 각자의 그림자는 형체가 없어져 누가 누구의 그림자인 줄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랑의 아이러니'다.

밀란 쿤데라의 『우스운 사랑들』은 일곱 개의 단편집이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고 사랑의 감정에 진실하지 못하기에 우스운 사랑이고, 굴욕적인 모습으로 삶이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도 웃지 않으리」에서는 스리보비체라는 교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자투레츠키라는 사람이 쓴 논문의 비평을 써주기로 약속하고 점차 미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연인 클라라를 끌어들인다.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자 그는 클라라를 이용해 자신의 복잡한 현실을 피하려 한다. 자신에게 놓인 불리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클라라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스리보비체는 클라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클라라는 오히려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생각으로 스리보비체를 떠나려 한다. 스리보비체의 모습은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가느라 정작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대변한다. 제목처럼 그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씁쓸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예측 불가능한 사랑의 이야기는 「에드바르트와 하느님」에서도 볼 수 있는데, 자신이 욕망하는 감정을 겪고 난 후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이 식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에드바르트는 여자 친구인 알리체의 육체를 욕망하지만 그녀는 크리스천으로 독실한 신자다. 알리체는 믿음이 없는 에드바르트를 위해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쳐주겠다고 선언하면서 에드바르트는 거짓으로 하나님을 믿는 척해야 한다. 에드바르트는 교장과의 면담 이후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자신의 불온한 정신을 들키고, 교사 직책에 불안을 느끼게 되자 하나님을 믿는 척하는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몰입한다. 결국 에드바르트는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한 교장과의 갈등, 거짓으로 둘러싸여 불안의 요소를 만들어낸 모든 인간관계가 단조롭고 의미 없는 기호들이라고 생각한다. 알리체를 사랑했던 감정까지 혼란스러워지자 그는 진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에드바르트를 보면서 현대인들의 낯익은 모습을 보는 듯했다.

「영원한 욕망의 황금 사과」는 믿음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과도한 믿음에 대한 욕망이 우리의 인생에서 함정이 될 수 있고, 배교자나 이교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히치 하이킹 게임」은 단순한 게임에서 시작되었던 서투른 사랑놀이가 죽음의 계약서와 같이 서로를 파멸시켜 간다는 내용이다. 순수했던 두 남녀의 단순한 게임은 '언어'라는 도구를 이용해 쌓여지지만, 동시에 모방된 언어는 폭력이 될 수 있다.

밀란 쿤데라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읽고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랑의 감정이 사람을 가장 나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랑의 폭력은 우리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특별하다. 세상에는 사랑만큼 위대한 것이 없고 또 사랑만큼 힘든 일도 없는 것 같다. 위대한 사랑에는 존재하고, 우리들의 사랑에는 없는 것이 상대방을 향한 진실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들의 사랑에 진실한 마음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표현은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감정과 연결돼 있다. 인간관계의 무대 위에 서다 보면, 때때로 눈이 가려진 채 연기를 하거나, 누군가가 무대의 배경과 장치를 바꿨는데도 모르고 계속 연기를 하다가 실수와 오해를 사기도 한다. 모든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러한 실수와 오해를 허용하지 않는다. 실수와 오해가 없었다 해도 시간적인 차이가 있을 뿐 이기적인 감정은 늘 이타적인 마음을 이긴다. 상대방 본연의 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또는 나와 상대방의 그림자가 뭉개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어렵다.

사람은 자신이 사랑이라고 믿는 순간, 자신의 언어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오색 무지개 색깔 같았던 사랑의 감정이 단일한 회색 그림자가 되는 것을 목격하고 만다. 그러한 상황들은 "우리는 모든 색깔을 다 보여줄 수 있지만 아무리 변화무쌍한 카멜레온도 흰색을 보여 줄 수는 없는 일이다."라는 도르비이의 말처럼, 수많은 색 중에서 정작 흰색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방이 가진 본연의 색깔을 가끔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뭉갠다. 자신의 색은 '언어'라는 화려함으로 치장하기 바쁘다. 마치 무수히 찍힌 점들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었단 '쇠라'의 그림처럼 가까이 가서야 어떤 색이었는지 알 수 있다. 사랑의 실체는 이와 비슷하다. 이론적인 현실 속에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사랑의 거리'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완전한 사랑은 적절한 거리의 침묵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오늘의 책을 리뷰한 'muo'님은?

삶의 모든 흔적 때로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간직하고 있지 않는 듯한 책들을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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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친애하는 밀란 쿤데라님께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민음사 | 2009

 

당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보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게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4명의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결국 쿤데라 당신이 끝내 감추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마주한 순간, 당신이 느꼈던 처절한 아픔이 제 마음에 닿았습니다. 또 사비나와 프란츠 두 사람이 간직했던 열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해한 당신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4인 4색 이야기

저는 당신의 표현처럼 '존재적 가벼움'과 '무거움'을 지닌 각각의 인물들을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이혼한 의사인 토마시는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녀들의 삶의 무게가 두려워 '에로틱한 우정'이란 규제 아래 선을 긋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상대방의 인생과 자유에 대한 독점권을 내세우지 않고, 감상이 배제된 관계만이 행복을 줄 수 있다 믿으며 자유로운 연애를 통해 자신의 가벼움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13쪽) 당신의 표현처럼 토마시는 그러한 ‘짐의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생생하고 진실해질 삶과 대면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테레자는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합니다. 벗어나고 싶던 삶의 무게로 대표되는 엄마. 그녀는 엄마와 닮은 자신의 얼굴을 볼 때면 참을 수가 없었고 지워버리고 싶은, 열망에 빠진 여자였습니다. 우연처럼 찾아온 토마시는 그런 그녀를 가벼운 삶으로 이끌어줄 빛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그가 곧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며, 자신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토마시와 테레자 두 사람의 만남은 자석의 극성처럼 서로 맞을 수 없는 만남 이였습니다. “짐이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그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13쪽) 당신의 표현처럼 공기보다 가벼운 삶을 추구하는 토마시의 ‘성도착증’은 테레자 에게 감당할 수 없는 무의미한 몸짓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토마시에게 테레자 역시 회피하고 싶던 인생의 무거움을 떠올리게 하는, 거울과 같았습니다.

 

테레자를 사랑하는 토마시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의 무게였기에 방황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끝내 토마시는 테레자가 이끄는 공간으로 인도되며 점차 무거운 삶의 무게(즉 외면하고 살았던 아들 시몽과의 만남, 경찰의 추적과 감시)를 느끼는 순간, 오히려 자신의 삶이 한층 더 가벼워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의사에서 유리창 청소부로 또 기계수리공으로 전락했지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영혼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 없어서 삶이 아무리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 조차도 무의미하다. (9쪽)

 

당신의 표현에 공감합니다. 깃털처럼 가벼움을 추구했던 토마시의 삶도 짓누르는 무거움을 감당하며 방황했던 테레자의 삶도 결국 죽음을 통해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무의미한 것'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토마시가 추구했던 ‘존재론적 가벼움’ 역시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비난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문득 파트릭 모디아노가 '무(無)로 부터 번쩍 나타났다가 빛을 발한 다음 무(無)로 돌아가버린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문학동네, 10쪽) 라고 기술한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어떠한 삶이든 정답은 없으며 아무도 규정지을 수 없음을 알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지거나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빠질지언정 아파하지 말고 살아가자.’ 스스로 다독여 봅니다. 그렇지만 존재론적 가벼움을 표현하고자 쿤데라 당신이 만들어놓은 토마시의 ‘성도착증’이라는 장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사비나와 프란츠를 얘기해 볼까요. 저는 이들 이야기가 '사랑'이 아닌 당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조국, 체코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그전에 제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짤막한 얘기를 더해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나라에서  '프라하의 봄'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제명되었고, 책이 프라하 광장에서 불타버리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모든 활동이 제재되어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변화를 꿈꿨던 나라에서 받았을 고통과 아픔, 열망과 그리움을 저는 사바나와 프란츠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비나 그녀는 체코라는 나라의 묵직함(바뀌지 않는 체제)이 가벼움(혁명)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상징’ 같은 존재라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 프란츠는 당신이 잡고 싶었던 변화의 열망이었습니다. 사비나가 무릎을 꿇고 가지 말라 애원하고 싶다던 장면에서, 그녀가 프란츠를 멀리 떠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당신이 변화시키지 못했던 조국 '체코'를 향한 마음을 헤아려보았습니다.

 

쿤데라 당신이 그려놓은 4인의 이야기를 ‘인생, 사랑, 조국에 대한 열망(변화) 내지 그리움’으로 읽어봤습니다. 더불어 조국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픔이 이리도 애절하고, 간절할까 생각해보니 나는 아직 한 번도 떠나지 못한 내 나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을까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습니다. 당신과 같은 열망으로, 당신과 같이 변화를 꿈꿀 수 있다면 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묵직함 혹은 가벼운 것에 대해 말입니다.

 

탁월했던 군중의 심리표현과 여성의 심리 등 글을 읽는 동안, 깊이 공감을 할 수 있었고 당신의 팬이 되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의 이야기 《농담》, 《불멸》, 《무의미의 축제》가 벌써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그때 다시 당신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글을 줄입니다.

 

한국의 독자가
밀란 쿤데라 당신께

 

오늘의 책을 리뷰한 ' 해피북7'님은?

매일 글 속을 떠돌며 활자증독증을 꿈꾸는, 꿈많은 서른 다섯의 해피북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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