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이야기 채집자'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15.02.23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2. 2015.02.13 보인다 미래사회
  3. 2015.02.06 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4. 2015.01.30 제가 한번 색칠해 보겠습니다
  5. 2015.01.28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6. 2015.01.19 겨울에 어디서 책을 읽고 있나요
  7. 2015.01.09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8. 2015.01.06 취미 한번 만들어 볼까요?
  9. 2014.12.15 2014 미결산 도서
  10. 2014.12.05 다시, 소설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가족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귀성길 정체된 도로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라디오입니다. 1999년 10월부터 2001년 7월까지 미국의 공영라디오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에서는 소설가 폴 오스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폴 오스터는 프로그램 《주말에 바라본 세상만사(Weekend All Things Considered)》의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코너였던 ‘전국 이야기 프로젝트(National Story Project)’에 출연해 청취자들이 보낸 편지를 읽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 두시탈출 컬투쇼 >와 비슷한 성격이죠. 그가 읽은 원고의 대부분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 설에도 라디오에서는 가족을 부르는 말이 어느 때보다 자주 들릴 것입니다. 다만 연휴 동안 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모습은 어딘지 쓸쓸해 보입니다. 오늘따라 외롭고 세상의 일부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면 데이비드 밴의 소설 『자살의 전설』을 읽어보시길 과감히 권합니다. 가족과 공유될 수 없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욱 읽어보시길.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들은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아버지를 재현합니다. 끝내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내가 왜 혼란스러운지 냉정하게 고백합니다. 홀로 고독하다고 당장 위로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무거운 소설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나와 보세요. 설날에 멀리 떠나지 않은 대신 이참에 ‘나’와 지내보는 것도 좋을 테니까요.

『빅 브러더』는 가족을 위해 나는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케빈에 대하여』와 『내 아내에 대하여』의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신작 소설입니다. 가족들이 떠나고 이제야 나 혼자만의 주말을 맞았다면,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명절 연휴 동안 비록 혼자라도 연인과 나 사이, 가족 속의 나를 돌아보고 이윽고 올해 설은 잘 보냈다고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슬픈 이야기든 기쁜 이야기든 그 이야기들을 거듭 읽을수록 나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끈을 얼마나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끈을 얼마나 강렬하게 붙잡으려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폴 오스터 엮음,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열린책들, 2004) 책은 현재 절판되었지만, NPR 웹사이트에서 영어 원문과 녹음된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npr.org/programs/watc/features/1999/991002.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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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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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미래사회

 

 

 

보인다 미래사회

 

싱가포르의 한 식당에 기괴한 모습의 직원이 출현해 화제입니다. 한데, 음식을 내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만이 식당을 가로지를 뿐이죠. "윙-윙" 접시를 나를 때는 고약한 소리마저 냅니다. 식당 측은 이 수상한 직원의 정체를 무인항공기라 밝혔습니다. ‘웨이터 드론’이란 멋진 이름도 붙여줬죠. 식당 관리인은 인력 부족의 대안으로 웨이터 드론을 시험 작동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드론’(Drone)이라 불리는 무인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전파를 이용해 비행하는 이 물체는 본래 군사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나 근래 들어 쓰임이 다양해졌습니다. 사람 대신 탐사 보도를 위해 출동하거나, 카메라를 장착해 험한 지형에서의 영상 촬영을 돕고, 개인용 레저에 이용되거나 택배 서비스에 쓰이기도 하죠.

 

하여 각국의 기업에서는 이 ‘뜨거운’ 물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입니다. 특히 배송 분야에 무인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대단합니다. 실제 영국에서는 피자 배달을 목적으로 한 ‘도미콥터’의 시험 운행을 마쳤고, 독일 운송회사 DHL은 지난해 9월부터 ‘파셀콥터’를 이용한 소포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아마존 또한 드론을 활용한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운영. 시장 반응을 살피는 중이죠. 하물며 드론 조종사를 모집한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어린 시절, 미래를 상상할 때 어떤 모습을 그려보았나요. 얼핏 무인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장면을 최적화된 미래 모습으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추세라면 조그마한 비행 물체가 하늘을 점령하는 일이 먼저겠네요. “윙-윙” 각 기업 상표를 보란 듯이 달고 하늘을 휘젓고 다닐 ‘비행 군단’ 혹은 ‘배송 군단’의 모습! 소음도 문제일 테지만 기계의 쓰임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진 않을까 편의의 이면도 생각해 봅니다. 독자 여러분은 10년 후, 어떤 모습의 미래사회를 그려보나요.

 

 

|Editor_김민경

mins@bn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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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우리는 동물원을 사지 않았다

자신의 블로그에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학생 최혁준은 올해 2015 대학입시를 치렀으나, 지원했던 수의예과, 생물학과, 동물자원과학과 등에서 전부 탈락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그를 진짜 전문가라고 공인해 주지 않았지만, 최혁준은 자신의 전문을 신중히 기술하여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세상에 올렸습니다. 그는 애호하는 대상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심사숙고한 끝에 어리숙한 말이나 감상적인 태도는 애써 제외합니다. ‘직무유기 동물원’과 ‘우매한 관람객’에게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중히 제시하죠.

나는 동물원에 갈 때 동행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알려준다. 혼자 방사장에서 몸을 흔들고 있는 코끼리를 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열에 아홉은 재미있어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코끼리의 행동이 어떤 요소가 결여된 사육 상태에서 보이는 정형 행동이고, 더하여 코끼리가 홀로 사육되고 있는 것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점을 알려준다. 그러면 좀 전까지는 재미있어하던 그 사람들은 대부분 표정도 눈빛도 달라진다. (…) 애써 재미있게 보려고 해도 반드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이 느껴질 것이다. 그런 불편함이 결국에는 피드백을 형성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혁준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책공장더불어, 2014)

얼마 전, 외신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있는 칸 유니스 동물원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악의 동물원이라 불리는 이곳 상황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합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동물원에서 인간은 탈출했고, 동물들은 머무릅니다. 동물들의 처참한 몰골에선 비통한 분노마저 느껴졌습니다.

‘독일어의 교황’이라 불리는 독일의 대표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는 『인간 이력서』에서 망가진 지구를 만들어 놓은 인류를 가리켜 ‘우리가 문제’라고 과감하게 고백합니다. 덧붙여 ‘우리가 해법일 수도 있을까?’라고 고민합니다.

우리에게는 인류를 해치지 않는 동물과 식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 다른 생물들이 인간에 의해 위협받고 멸종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한 생태계의 연관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볼프 슈나이더, 『인간 이력서』, 2013, 을유문화사)

‘보호’라는 말을 매일 보는 신호처럼 무심코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인류는 해법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혁준은 ‘문제’가 왜 문제가 됐는지 제시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학생의 분석을 해법의 실마리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볼프 슈나이더는 ‘자연 보호’가 인간 자신에게도 유익한 일이 될 거라 말하지만, 적어도 누굴 위해서든 보호는 필요합니다. 온갖 물질적 혜택을 누리면서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인 인간이 ‘동물에 대해’, ‘식물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가치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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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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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색칠해 보겠습니다

 

 

 

 

제가 한번 색칠해 보겠습니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뒤적뒤적 어슬렁어슬렁.

 

서점에 들어서면 제법 큰 규모로 마련해 놓은 ‘컬러링북’ 매대에 눈이 갑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컬러링북은 지금 그 인기에 힘입어 ‘자기진화’ 하는 모습입니다. 원조 격인 『비밀의 정원』을 필두로 『컬러링 cafe』 『파리시크릿』 『아트테라피』 등 종류만 해도 수십 종. 여행, 자연, 명화, 인형 등 주제 또한 다양합니다. 어엿한 하나의 장르를 이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앞서 살까 말까 구매를 고민하던 이유는 이렇습니다. 『비밀의 정원』을 한 장씩 넘기다 보니 난이도가 상당했기 때문이죠. 첫 장을 넘길 때 ‘이걸?’ 다음 장에서 ‘맙소사!’ 책을 닫으며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차례로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색칠의 세계에 입문하기 전 이야기입니다. 이미 '색칠 공부' 세계에 푹 빠진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칠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좋아요."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손목은 조금 아프지만요."

"사림을 완성한 후 뿌듯함이 느껴져요!”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행복해요."

"신비로운 패턴을 칠하다 보면 집중이 잘돼요.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고민과 걱정도 잊히는 것 같아요."

 

지인의 추천으로, 혹은 색칠해본 사람의 입소문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컬러링북. 지나가는 유행일 것이란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현재 베스트셀러 20위 중 8권의 책이 컬러링북입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물론 판매 추이, 출간 종수를 보더라도 쉽게 꺼지지 않을 열풍에 가깝습니다.

 

각설하고, 컬러링북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집중하는 즐거움 아닐까요. 색칠하는 동안 맛본 몰입의 기쁨은 생각보다 꽤 컸습니다. 자율의지로 색을 선택해 온전히 내 뜻대로 결과물을 완성하는 재미! 마감이 없으니 조바심낼 필요도 없고요. 단지 ‘내 앞에는 컬러링북이 있고, 나는 색칠한다.’와 같이 조금은 단순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에 사로잡힌 현대인이기에, 종종 우리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단순화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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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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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사진 출처: 《박완서》 - 예술사 구술 총서

박완서는 아직도 여전히

수전 손택은 “작가란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세상에 바짝 붙어서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 박완서의 4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는 수전 손택이 말한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풀어낸 글은 세상의 한 시대라고 봐도 좋습니다. 해마다 1월 22일 즈음이면, 박완서를 추모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작가의 삶을 기리기 위한 책이 여럿 출간됩니다.

2015년의 신간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는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이 쓴 산문집입니다. 그녀는 엄마로서의 박완서를 글에 담았고, 친구처럼 대해줬던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딸이 엄마를 썼다면, 다분히 이 책은 개인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을 넘어 한국문학을 다시 비추기도 합니다. ‘글 쓰는 엄마’의 딸 호원숙은 엄마를 작가 박완서로 고쳐 보고, 그의 문학 앞에서 정중히 머리를 숙입니다.

나는 글쓰는 엄마를 외면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는 엄마만의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엄마에게 가족의 일은 그렇지 않았다. 노망이 든 할머니와 늘 해왔던 아버지 수발과 해마다 돌아오는 아이들의 입시로부터 어머니는 놓여날 수가 없었다. 그 가족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결국에는 다 문학으로 풀어내셨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고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호원숙,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달, 2015)

1977년부터 40여 년간 출간된 박완서의 산문집이 최근 재편집되어 총 7권의 산문집으로 나왔습니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비틀어진 부분을 말할 때 더욱 냉철했습니다. 자신의 굴곡진 인생은 소설에 담아 작가가 스스로 움켜잡았다면, 산문에서 작가 박완서는 자신이 걱정하는 세상을 붙들고 놓지 않았습니다.

발전이란 게 계속 이런 속도로 질주만 하다간 이 아이가 주역이 될 21세기의 세상의 모습은 어떨는지,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이 없어졌을지, 그때도 사람에게 꿈이란 게 있을지, 그때 세상에도 사랑이란 말이 살아 있을지 그것조차 예측할 수 없다니 현재의 삶은 또 얼마나 황당한가. 그 황당함 때문에 더욱 큰 소리로 “사랑해”를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문학동네, 2015)

2012년 1월 20일, 돌아가시기 이틀 전 작가 박완서가 남긴 일기에는 “살아나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오늘, 작가 박완서의 4주기를 맞아 한국문학으로 살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가정이나 나라가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의 어머니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얼마나 아름답게 처신했던가는 상기해볼 만하다.’라고 한 산문에서 직접 말씀하셨듯 오늘은 당신을 절실히 상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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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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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어디서 책을 읽고 있나요

 

 


겨울에 어디서 책을 읽고 있나요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떡국 먹은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벌써 새해가 보름이나 지났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강추위를 경고하기도 하고 '평년보다 조금 포근'이라는 귀가 솔깃한 정보를 반복해서 보내줍니다. 기상학에서는 12월~2월을 겨울이라고 합니다. 1월이니 이제 겨울도 중반에 다다른 셈입니다.

 

휴일이면 밖에 나가 추위와 싸우느니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온종일을 보내는 것도 이 계절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기쁨 중 하나일 테죠. 옴짝달싹하지 않고 바닥에 찰싹 붙어 소설이니 만화책이니 들춰보는 재미. 제아무리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 할지라도 겨울이 주는 독서의 묘미도 만만찮아 보입니다.

 

어느 날 휴일에는 책 한 권을 챙겨 들고 '책이 잘 읽힐 만한' 카페를 찾아 나서는 건 어떨까요. 추천할 만한 곳으로는 남산 북쪽 기슭에 자리 잡은 문학의 집입니다. 좁은 골목 사이 들어선 건축물이 꽤 멋스러운 곳이죠. 문학관을 둘러본 뒤 입구에 자리한 카페도 들러볼만 하고요.

 

한적한 주중이라면 삼청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숲속도서관도 책 읽기에 제격입니다. 사방의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죠. 어린이 도서뿐 아니라 인문, 예술, 과학도서도 풍족히 갖췄습니다. 한겨울 어디서 책을 읽고 계신가요. 어떤 장소든 책과 함께 남은 겨울을 풍족하게 보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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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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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정초에 김훈 작가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새해를 맞기 전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의 슬픔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김훈 작가는 지난 한 해를 보내며 세상이 그동안 저지른 일을 크게 통한했습니다.

1월 6일,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의 내용을 알렸습니다. 참사 265일만입니다. 법안을 받아들인 유가족의 대부분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에 비해 특별법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이미 나왔던 얘기를 한 번 더 해석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265일 동안 너무나 많은 관점이 이 사안으로 발을 붙였습니다. 슬픔은 정치적으로 번져가는 과정에서 싸움으로 변하였고, 세상의 바람은 이미 기울어진 배처럼 허물어졌습니다. 물 밑으로 꺼진 세월호는 한 편의 슬픔을 아우르는 물체가 아니라 이편과 저편이 가늠해 보는 중심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면서도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중대한 법안을 만들 때만큼이나 이야기를 만들 때도 관점을 고르기 쉽지 않다는 것은 《소설가의 일》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인생을 사는 게 쉽지 않듯이. 나만의 시야만으로, 일인칭 시점만으로 바라보기에 이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관점이 얽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전체 이야기로 보자면 해피엔딩이지만, 관계 이야기로 보자면 불행한 결말이 실제 삶에서는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일인칭 시점에 이인칭 시점이 포함돼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김연수,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2014)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든 특별법 사항을 들고 여야가 일인칭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길 바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이 뜻밖의 사건을 훗날 이인칭 시점과 삼인칭 시점이 어떻게 기억할지 알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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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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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한번 만들어 볼까요?

 

 

 

취미 한번 만들어 볼까요?

을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고 맞은 첫날인데요. 올 한 해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한 때는 다이어리 한가득 줄지어 계획을 나열하곤 했습니다. 한데 이것저것 계획을 위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정작 실행했던 건 한두 가지 뿐이었죠. 올해에 꼭 한 가지, 이것만큼은 제대로 해보고 싶다 정한 건 무엇인가요? 독자 여러분의 소소한 혹은 엄청난 계획이 궁금해집니다.


최근 이색적인 통계가 발표된 걸 알고 계신지요. 지난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보도한 '2014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용인즉슨 국민들이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2014년 우리나라 하루평균 평일 여가는 3.6시간, 휴일은 5.8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놀라운 점은 지난 1년간 대다수 사람이 가장 많이 한 개별 여가활동 1순위가 텔레비전 시청(51.4%)이라는 것이죠. 그다음이 인터넷/SNS(11.5%), 산책(4.5%), 게임(4.0%) 순이었습니다. 여가활동을 하는 이유로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요.

조사에 따르면, 문화 여가 활동이 많을수록 생활 전반의 만족도가 높게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취미가 무엇입니까?", "여가에 무엇을 하시나요?" 면접관에게서나 들을 수 있었던 질문인가요? 사실 여가의 활용이 개인의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론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도전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새해에 삶을 풍요롭게 살찌워 줄 취미를 찾는 것이죠. 막막하기 짝이 없는 취미 찾기에 길잡이가 되어줄 여 권의 책도 살펴보세요. 처음에는 취미를 글로 배울지 몰라도 또 어디 알겠습니까. 그 취미로 인해 나만의 글을 쓰게 될지, 인생 제2막을 열게 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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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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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미결산 도서


 

 

2014 미결산 도서

 

곳곳에서 시상식으로 분주한 걸 보니 역시 연말입니다. 다수의 매체가 올해 ‘최고의 책’을 가르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지금 잠깐 여기에 있는 네 권의 책을 되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올해 출간되었고, 최고로 잘 팔리진 않았지만, 오늘날 분명 필요했던 책입니다. 다시금 보시고, 내년을 헤아리는 건 어떨지요.

《그의 슬픔과 기쁨》은 올해의 온도를 어느 정도 높였습니다. CBS 라디오 PD 정혜윤은 ‘선도투’라 불리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6인의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그들의 삶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 곁으로 바짝 다가서서요. 해고된 노동자들은 슬픔을 기쁨으로 치환했습니다. 그들은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몸소 올라왔습니다. 나 외에 다른 인간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들을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킹》은 한 도시에서 부조화를 이룬 노숙인의 삶을 섬세히 그려낸 작품입니다.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에 있는 노숙인을 관찰한 후 1999년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킹’이라는 개는 노숙인의 삶을 지긋이 바라보고는 끊임없이 울부짖었습니다. 킹은 “파괴를 견디고 살아남은 자, 혹은 견디고 살아남은 물건만이 다음 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 말합니다. 무기력하고, 참을 수 없었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무참했던 한 해, 절실한 마음으로 거듭 펼쳐 읽을 책이었습니다.

《나를 고백한다》에서 피에르 바야르는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모질게 몰고 갑니다. 충격적인 상황, 전쟁, 대학살, 삶의 갈림길에서 확연히 변할 ‘나’, 잘 모르고 있던 자신의 일부를 자세히 살피고 고백합니다. “나에게는 자기의 핵심에 있다는 그 비밀스러운 씨앗이 없는 걸까? 분노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탈바꿈시켜줄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선택 받은 소수만이 가진 그 씨앗이?” 올 한 해, 다른 존재도 아닌 하필 인간이어서 무력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고통만이 유난히 가여워 보였습니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비정상화된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살길 바라며, 다시 꺼내 볼 책입니다.

《노인으로 산다는 것》에서 노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가 말합니다. “노인은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주니까요. 부당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불평은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2014년은 어른이 그르쳤기에 더없이 불쾌했고, 어른의 잘못을 감내해야 할 아이들이 처량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어른다운 어른, 사회가 받아들여야 마땅한 노인을 그리며 읽을 책입니다.

2014년,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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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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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설

 

 


 

다시, 소설 

 

지난 2일이었습니다. 서울 동숭동에서 특별한 기획을 알린 행사가 있었습니다. 내용인 즉 이렇습니다. 한국 문학 100년을 재조명하고자 시대를 대표하는 100인의 배우가 소설을 낭독한다는 것이죠. 소설은 근대문학의 태동기인 1910년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발표한 것 중 문학적 가치를 엄선하여 100편을 선정한답니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입니다. ‘우리 문학’을 재조명하기 위한 이런 소소한 시도가 얼마 만인지요. 금번 반디앤루니스에서도 우리 문학, 그중에서도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서평을 나누며 책 이야기 하는 친구, 펜벗’과 함께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을 곱씹어 보았죠. 잠자고 있던 어느 소설이 이번 기회에 한 번 더 들추어지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펜벗과 함께 며칠 동안 모아본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소리 내 읽어 보고 싶어집니다. 첫 문장만 추리니 단어가 더 도드라져 보임은 물론이고요. 문장의 힘이 느껴집니다. 한자씩 읊조리며 문장을 씹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왕들의 상여는 능선 위로 올라가다. 김훈,『현의 노래』
초록빛으로 가득한 들녘끝은 아슴하게 멀었다. 조정래,『아리랑』
열차는 눈먼 물고기처럼 인천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달려갔다. 김애란,「자오선을 지나갈 때」(『침이 고인다』)

 

이참에 다 같이 소설 얘기하며 ‘소설이 왜 좋은지.’ 저마다의 이유도 되짚어보았는데요. 각자의 이유가 소설의 존재, 소설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줍니다.

 

“제가 살아보지 못하고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합니다.” -한량의 독서 님

“소설을 덮은 직후 잠깐 동안 내가 익숙하게 알던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순간을 좋아합니다.” -syongg 님
"소설은 픽션이지만 현실을 압축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철학적인 질문도 갖추고 있습니다. 작가가 글로 만든 장치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행간을 저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읽는 행위 자체에도 흥미를 느낍니다.” -북찬희 님

“이해라는 말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우리들에게 소설이란 것이 희망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Rootbeer 님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우리네 삶과 가장 많이 닮은 분야가 아닐까 싶어요. 소설을 통해 함께 아파하고, 위로받을 수 있어 좋아합니다.” -선인장 님

 

다시, 소설. 어쩌면 지금 이때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매체’는 소설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같은 현실 말고 진짜 소설 말이죠. 걸출한 작가들이 날을 세웁니다. 한국 문학이 들려줄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소소한 행사를 빌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소설(小雪)에 분다는 ‘손돌바람’만큼 무지막지한 위력은 아니어도 잔잔한 바람이 되어, 지금. 계속. 소설을 쓰고 있을 누군가에게 ‘애정’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첫 문장을 읽으며 생각해봅니다.

 

“느리게 쓴다는 것은 문장을 공들여 쓰고 플롯을 좀더 흥미진진하게 구성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거기에는 소설이란 인간이 겪는 고통의 의미와 구원의 본질에 대해서 오랫동안 숙고하는 서사예술이라는 인식이 숨어 있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2014)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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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_김민경

mins@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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