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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 아모스 오즈의 세계



아모스 오즈 | 《친구사이》 | 문학동네 | 2013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일행에게, 서점에 들를 수 있다면 아모스 오즈 책을 구입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저자의 이름을 스펠링으로 써주고 당부하면서 한 권이라도 나에게 오길 바랐다. 그러나 단체로 떠난 일정인지라 서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해 책을 사지 못했다는 대답만이 들려왔다. 내심 아쉬웠지만 언젠가 원서를 살 수 있는 날이 있겠지 싶어 열심히 번역서를 기다리게 되었다.

아모스 오즈는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출간 소식 문자가 오면 바로 구매할 정도다.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똑 부러지게 설명을 할 순 없어도 잔잔한 삶의 흐름을 드러내는 섬세한 문장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 하나하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완성도에서 오는 호감을 뛰어넘은 익숙함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정도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이스라엘 집단농장의 한 형태인 '키부츠'를 배경으로 한 8편의 단편 《친구 사이》를 읽는 동안, 온통 저자 생각뿐이었다. 30여 년간 키부츠에서 생활한 아모스 오즈이기에 무엇보다 그곳 생활을 잘 알 터. 작가가 작품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구석구석 허투루 읽히지가 않았다.

한데, 모든 것이 공동체로 이뤄지는 집단농장에서의 사람들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썩 행복하지 않았다. 공동체 생활이다 보니 개인의 자유와 소유욕을 드러낼 수는 없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점점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간다. 사람들이 스스로 그곳에 머무르면서도 왜 스스로 욕망을 거세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끝내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남편이 이별을 통보하고 다른 여자의 숙소로 들어간 후 그 어떤 분노도 드러내지 않은 여자 오스낫. 키부츠란 공간을 답답해하면서도 삼촌이 모든 학비를 대주겠다며 이탈리아로 오라는 요청에도 머뭇거리는 요탐. 이들은 마치 자신의 색채를 잃어버린, 무채색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키부츠의 바깥 세상에서도 또렷한 의지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다. 그럼에도 이런 사람들을 지켜보자니, 규칙과 평등을 가장한 그곳에서의 불평등이 마냥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키부츠라는 거대한 공간에 담긴 8편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절묘히 이어진다.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에서 배경 인물로 등장할 때에는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래서일까. 그들의 등장만으로 반가움이 일었고 어떤 소식이 들려오는지 예의 주시하게 되었다.

한편, 병든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소년 모시의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뭉클함을 남긴다. 후에 에스페란토 어를 배우러 오는 모습만 봐도 그냥 듬직했다. 하지만 하나 남은 열 일곱살 딸이 자신의 친구와 동거하는 이야기며, 공동체 육아 규칙에 따라 부모와 함께 잠들지 못하는 아들이 탁아소에서 왕따를 당하자 가해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키부츠라는 공간을 더욱 음습하게 한다.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에게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배분하는 곳. 기회가 주어지는 그곳이 낙원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늘 불평등에 시달리며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는 내게는 그곳이 갑갑하기만 하다. 무엇을 또렷이 잘할 필요 없이,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노동에 충실 하는 것만이 성실한 모습으로 인식되는 것 같기에 단일화되기 딱 좋은 곳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키부츠를 다른 세상 보듯 무관심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나 또한 사회에서 이미 알게 모르게 경험한 것들이 그곳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단체생활의 불편함, 차별, 불평등, 분출할 줄 모르는 열등감과 불합리 등을 이미 겪었다.

하지만 오직 공동체라는 공간에만 얽매야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그려낸 다양한 '인간 군상'을 놓치기 쉽다. 어느 곳이나 사회가 아닌 곳이 없듯 그곳에 모인 사람들,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현재'를 비추고 대변한다.

삶의 잔혹함을 못 본 척한다는 것은 어리석고도 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최소한 알고라도 있어야죠. (15~16쪽)

리가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문학을 통해 우리가 이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소중한 일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안녕반짝'님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기뻐하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깊은 밤에만 독서할 수 있지만, 그 고요한 시간이 오로지 나만의 것인 듯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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