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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9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2. 2015.01.09 《포기의 순간》 - 먼저 이 추위에 맞서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당신과 나와 그들로서


정초에 김훈 작가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새해를 맞기 전 잊지 말아야 할 세월호의 슬픔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김훈 작가는 지난 한 해를 보내며 세상이 그동안 저지른 일을 크게 통한했습니다.

1월 6일,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의 내용을 알렸습니다. 참사 265일만입니다. 법안을 받아들인 유가족의 대부분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에 비해 특별법은 구체적이지 않았고, 이미 나왔던 얘기를 한 번 더 해석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265일 동안 너무나 많은 관점이 이 사안으로 발을 붙였습니다. 슬픔은 정치적으로 번져가는 과정에서 싸움으로 변하였고, 세상의 바람은 이미 기울어진 배처럼 허물어졌습니다. 물 밑으로 꺼진 세월호는 한 편의 슬픔을 아우르는 물체가 아니라 이편과 저편이 가늠해 보는 중심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면서도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중대한 법안을 만들 때만큼이나 이야기를 만들 때도 관점을 고르기 쉽지 않다는 것은 《소설가의 일》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인생을 사는 게 쉽지 않듯이. 나만의 시야만으로, 일인칭 시점만으로 바라보기에 이 인생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관점이 얽혀 있다. 문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다. 그것마저도 무시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의 일들은 어떤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리는 일이 없이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재해석된다. 전체 이야기로 보자면 해피엔딩이지만, 관계 이야기로 보자면 불행한 결말이 실제 삶에서는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일인칭 시점에 이인칭 시점이 포함돼 있어야만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김연수,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2014)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든 특별법 사항을 들고 여야가 일인칭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길 바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이 뜻밖의 사건을 훗날 이인칭 시점과 삼인칭 시점이 어떻게 기억할지 알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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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_ 정혜원

hyewonjung@bn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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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의 순간》 - 먼저 이 추위에 맞서

 

 

 

필립 베송 | 《포기의 순간》 | 문학동네 | 2011

 

포기의 순간이 구원의 순간이 될 수 있을까. 필립 베송의 소설 《포기의 순간》은 가장 비극적인 사고에서부터 오히려 구원의 빛을 얻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국 해안의 작은 마을 팰머스에 그가 돌아온다. 토머스 셰퍼드, 아들을 죽인 살인자. 그가 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5년 전 토머스 때문에 마을의 이미지를 훼손당하고 상처를 입었던 팰머스 사람들은 그의 귀향을 반기지 않는다. 대놓고 그를 무시하고 따돌린다. 하지만 토머스는 고향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는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한편 마을에서 유일하게 토머스를 사람답게 대해주는 건 그와 마찬가지로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파키스탄인 가게 주인과 어느 미혼모이다. 토머스는 그들을 신뢰하기로 하고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그리하여 5년 전에 일어났던 비극적 사건의 전말과 현재 토머스가 기다리고 있는 게 누구인지가 드러난다.

 

《포기의 순간》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출발한다. 5년 전 토머스가 사람들에게 잡혀가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온 후의 상황이 어둡고 서늘한 해안 마을의 풍경과 맞물려 비장하면서도 비관적으로 그려진다. 독자들은 토머스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다시 사회에 녹아들 수 있을지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소설은 독자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끌고 간다. 사건의 전말과 함께 드러나는 건, 토머스가 이미 오래전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팰머스는 웅덩이에 고여 있는 물 같은 곳이다. 칙칙하고 냄새나며 어딘지 썩어 있는 모양이다. 팰머스의 남자들은 과묵하고 거칠다. 여자들 역시 매섭고 쌀쌀맞다. 팰머스는 한 번 태어나면 벗어날 수 없는 곳이다. 그곳 주민들은 거기서 평생 뱃사람으로, 평생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아간다. 그것이 팰머스라는 마을을 이루는 중심이자 핵심이다. 하지만 토머스는 달랐다. 그는 늘 중심과 명확한 것을 경계했다. 토머스의 평생 연인이었다가 그와 결혼까지 한 메리앤은 사실 토머스 몰래 바람을 피웠다. 토머스는 자신의 아이인 줄 알았던 아들이 사실 메리앤이 바람을 피워 임신한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기울기 시작했던 결혼 생활은 그 이후 최악의 상황을 달리기 시작한다. 토머스는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메리앤에게 밝히지 않는다. 그들의 가정은 거짓말과 위선에 잠식당한다. 하지만 팰머스 사람들은 이혼하지 않는다. 아이가 있다면 더더욱. 어느 날 토머스는 이 모든 게 누군가 죽는다면 끝이 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토머스는 절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다만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러나 아이를 보는 순간 토머스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아이가 죽은 건 순전히 사고였다. 토머스는 과실치사로 5년형을 선고받았던 거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토머스는 그저 아들을 죽인 살인자일 뿐이고, 토머스에게도 그 자신은 어찌되었든 마음의 죄를 지은 사람이다. 유죄이지만 사실은 유죄가 아니고, 무죄이지만 진짜 무죄는 아닌 것이다.

 

작가인 필립 베송은 다음처럼 말했다. "나는 비극적 사건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다루고 싶었다. 그리고 죽음이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 소설 중 가장 낙관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토머스는 항상 아이를 마음에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갈수록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건, 토머스가 얼마나 불행하고 음울한 사람인가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희망과 기대에 차 있는 사람인가, 이다. 필립 베송은 또한 이런 말도 했다.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마음속으로만 경계를 좋아하던 토머스는 불의의 사건을 겪고 강제로 경계 밖에 내쳐진다. 하지만 그 경계 밖에 처하고서야 토머스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중심 속에서 중심 밖에 있는 그를 욕하지만 그는 그 욕에 맞서 당당히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감옥에서 만났던 루크라는 남자다. 토머스는 팰머스에 그가 찾아오리라는 확신 찬 기대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기다린다.

 

국내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필립 베송은 프랑스에서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있는 스타작가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면서 밀도는 높고 단단하다. "간결한 단어, 요동치는 문장, 그리고 폭풍주의보." (베르지옹 페미나)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필립 베송의 가장 낙관적인 이 작품은 실로 사람들이 가장 비극적일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하는 상황 속에서 낙관을 얘기하며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긴다. 소설 속 토머스가 무죄이면서 무죄가 아니듯이, 그에게 어떤 동정을 표하기란 조금 어렵다. 하지만 그 낙관, 중심을 벗어나 경계로 당당히 걸어가겠다는 그 의지에는 마음을 뺏긴다. 《포기의 순간》은 구원과 낙관이라는 것이 단지 환상이나 상상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감옥에서는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얼얼한 추위가 살을 에건, 그 모든 요소로부터 보호를 받았다. 그곳에서는 한쪽만 문이고 나머지는 벽이다. 나는 바깥세상에, 이 바깥세상의 공격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시련에 맞서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걸 새로운 교훈처럼 깨닫는다. 그래, 먼저 이 추위에 맞서자. (50쪽)                               

 

오늘의 책을 리뷰한 '파수꾼'님은?

호밀밭을 뛰놀고픈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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