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에 해당되는 글 67건

  1. 2012/07/31 [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2. 2012/07/31 [반달토끼의 책방앗간] 김현성, 《그린보이》
  3. 2012/07/31 《안철수의 생각》 - 그의 생각, 다음은 우리 차례!
  4. 2012/07/30 [그리는 일기] 엄마와의 여행
  5. 2012/07/30 [사이언스 북 카페] 옌스 죈트겐·크누트 ?츠케 엮음, 《먼지 보고서》
  6. 2012/07/30 [반디 행사 수첩] 올림픽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7. 2012/07/30 《나체의 역사》 - 옷 밖으로 나오기까지
  8. 2012/07/27 [그리는 일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9. 2012/07/27 《눈뜨면 없어라》 - 서툰 희망을 경계하며 절망을 직시한다
  10. 2012/07/26 [들리는 블로그] 하림 * 여기보다 어딘가에

[요즘 뭐 읽니?]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문학동네 | 2012

 

나른한 오후, 의식은 자꾸 아래로 아래로만 가라앉습니다. 그 끝은 당연히, 꾸벅거리며 졸고 있는 직무태만 상태. 표면적으로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긴장의 끈을 놓고 늘어진 육체를 의자에 겨우 걸치고 있는 상태. 감은 두 눈을 뜨려고 애써 보지만 어느새 정신 차리고 나면 또 다시 같은 상태. 의식이 깨어난 찰나, 잽싸게 그 틈을 치고 들어온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이라봤자, 에어컨 팡팡 터지는 쿨~한 방구석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사지를 제멋대로 뻗은 채 낮잠이나 실컷 자는 헛된 꿈꾸는 그런 상태. 써진 것과 써야 할 것 사이를 오고가며, 이처럼 단순하고 저질스러운 말장난으로밖에 하루키를 불러내지 못하는 그.그..런 상태.

 

“제 꿈은 쌍둥이 여자친구를 갖는 것입니다. 쌍둥이 자매 둘 다 제 여자친구인 것―이것은 십년 동안 품어온 제 꿈입니다. 

 쌍둥이 여자가 이런 글을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난 잘 모르겠다. 어쩌면 불쾌해할지도 모른다. 말이 되는 소리야, 하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이건 그저 제 꿈일 뿐이에요. 꿈이란 대개 불합리하며 일상의 규제를 넘어선 것이죠. 그러니 ‘이건 그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꿈이야’ 하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주십시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중 서두입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하루키의 백일몽을 읽으며 제 머릿속은 자꾸만 ‘불합리하며 일상의 규제를 넘어선 것’으로 채워지고 있네요. 그러나 저는 하루키가 아니고, 여기는 사무실이며, 지금은 근무시간이므로, 어서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사장님 이하 ~장님들께서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어주진 않으시겠지요.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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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토끼의 책방앗간] 김현성, 《그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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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그의 생각, 다음은 우리 차례!

 

안철수 | 《안철수의 생각》 | 김영사 | 2012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좌절, 새로운 사회로의 갈망이 한 데로 모여들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한 사람이 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철수 교수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호출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출마를 양보했고,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 시장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런 후에도 안철수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지금껏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지만 정치 이력에 있어서는 전무한 그이다. 스스로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거나 권력 의지를 표한 바도 없다. 하지만 그런 그를 국민들이 자꾸 부르고 있는 것이다.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정치 참여 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의 결정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 삶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었지, 이 문제는 국가 사회에 대해 엄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가 가진 생각이 그분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내가 그럴 만한 최소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6쪽)

 

그러니까 이 책, 《안철수의 생각》은 그 부름에 대한 대답인 동시에 질문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교수가 국민들을 대신해 묻는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이 대답을 통해 다시금 국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1부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과 더불어 정치 참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2부에서 전 세대가 광범위한 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사회의 현재를 분석해 그로부터 미래를 위한 과제로 복지국가에 대한 견해를 밝힌 후 3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긴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현안들을 다루며 ‘나, 안철수의 생각은 이런데, 이런 내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묻고 있다.

 

그의 생각은 보육, 주거, 의료, 조세와 관련된 복지에서부터 경제 민주화와 재벌, 통일 그리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의 노동 문제, 에너지, 언론 파업과 표현의 자유, 다문화까지 사회의 전 영역에 고루 걸쳐 있다. 게다가 그 생각들은 제법 구체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가 과연 이번 대선에 출마할지의 여부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가 이 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할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일말의 기대라도 갖고 있는 이라면 재차 질문하길 반복하기 전에 그가 밝힌 사회·정치적인 사안들에 대한 생각에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정리하고 그에 따라 생겨나는 질문을 다시 던져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는《안철수의 생각》이, 한때의 베스트셀러라는 초라한 이력으로 남지 않을 방법이다. 우리가 그에게 그가 또 우리에게 기대한,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는 안철수라는 한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으므로.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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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엄마와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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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북 카페] 옌스 죈트겐·크누트 ?츠케 엮음, 《먼지 보고서》

 

 

옌스 죈트겐·크누트 ?츠케 엮음 | 《먼지 보고서》 | 자연과생태 | 2012

 

■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우주먼지에서 집먼지까지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물질, 먼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먼지 보고서》입니다.

 

 

■ 요즘 알레르기, 아토피, 호흡기질환 등 먼지를 원인으로 하는 질병이 늘어나면서 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책은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주나요?    

 

오늘날에는 주사터널현미경처럼 아주 작은 입자까지 정밀하게 측정하고 관찰할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이 생기면서 먼지에 관한 연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먼지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뿐만 아니라 기후체계와 생태계 안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먼지가 인간을 성가시게 하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환경 상태, 생태적 연관 관계, 우주의 사건, 그리고 과거 환경에 대한 역사를 말해주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거죠. 

 

이러한 맥락에서 《먼지 보고서》는 늘 우리 곁을 떠돌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먼지에 대해, 그 본질과 실체는 물론, 발생 기원과 영향, 활용 방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입니다.

 

■ 그렇다면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본 먼지입자들의 세계에선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먼지는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매년 지구로 들어오는 1만에서 4만 톤에 이르는 물질의 대부분은 행성 간의 먼지가 차지하는데, 이 먼지입자들은 모체인 물체, 즉 그것이 유래하는 태양계의 물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말하자면 먼지입자는 먼지의 모체와 전체로서의 태양계의 탄생에 대한 지식을 통해 결국에는 우리의 근원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또한 꽃가루가 지속적으로 퇴적되어 보존된 지층에서는 그 꽃가루를 분석해 당시의 기후변화와 경관, 지역적인 토양 이용 등 지나간 시기의 중요한 환경 정보도 알아낼 수 있고요. 

 

■ 먼지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투쟁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데요.

 

먼지와의 투쟁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청소일 텐데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된 심리분석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어떤 청소 스타일을 지녔는지 알아보고,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청소하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의식과 습관을 발견하는 것이죠.

 

청소의 동기에 따라 ‘아침 9시이기 때문에’는 ‘체계형’, ‘오늘 내가 한번 청소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에’는 ‘동요형’, ‘내가 방금 신경이 거슬렸기 때문에’는 ‘분노형’, ‘내가 원래 항상 청소했기 때문에’는 ‘무질서형’로 분류되는데, 여러분도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또 그 안에 작동하고 있는 심리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YTN 사이언스 북 카페 《먼지 보고서》 방송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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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행사 수첩] 올림픽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2012 런던 올림픽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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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의 역사》 - 옷 밖으로 나오기까지

 

필립 카곰 | 《나체의 역사》 | 학고재 | 2012

 

“저는 배우로 30년 동안 일했으며 이제 직접 연극 기획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누드모델을 시작했습니다. (…) 옷을 벗은 것은 나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의 옷 속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42쪽)

 

2008년 12월 프랑스 파리 문화부 건물 앞에서 나체 시위가 벌어졌다. 임금 인상, 정식 계약, 직업 존중을 요구하는 누드모델들이 그곳에 모였다. ‘가디언’은 이를 보도하며 52세 모델 크리스토프 르메의 말을 인용했다. 사람들도 알고 있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옷 속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하지만 그 옷을 벗어 던지지는 못한다. 나를 보는 사람들, 그 시선 때문이다. 또한 누구보다 스스로 나체이기를 꺼리는 나 자신의 시선 때문이다. 스무 살의 한 남자를 떠올려 보자. 그는 태어나자마자 강보에 싸인다. 팔다리가 길어질 때마다 옷을 바꿔 입는다. 팔다리가 거의 다 자란 스무 살이 되어도, 옷을 사 입는다. 옷을 사지 않고, 심지어 입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는 이미 그런 세계에 익숙하다. 불과 이십 몇 년의 역사가 이러한데 의복이 생긴 이래 인류사는 어떻겠는가. 나체는 오랫동안 금기였다.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현대에 들어 나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폭넓어졌기 때문. 《나체의 역사》는 그 변천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필립 카곰은 저 스무 살의 남자처럼 자랐으나 마흔아홉 살 때 나체주의자가 된 장본인이다. 그가 변모한 계기는 자연주의적인 맥락이었는데, 역사적으로 나체가 거론된 맥락은 이뿐만이 아니다. 드루이드교, 자이나교, 힌두교 등 많은 종교는 영적 수단으로서의 나체의 의식을 행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전도 존재론적 상징으로 나체를 언급해 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활용에서만 그쳤을 뿐이다. 편견과 억압은 여러 시대에서 건재했다. 나체를 표현의 도구로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자유를 실현하는 히피 문화의 상징으로, 폭력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의 일환으로, 대중문화 혹은 예술 분야의 주요한 재료로, 자본을 벌어들이는 상업적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그린피스 기후변화 운동에 동참하는 뜻으로 스위스 알레치 빙하에서 촬영한 스펜스 튜닉의 사진은 좋은 사례다. 이 작업에 참여한 600명 모두 자원자라는 점은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비교적 보수적인 동양 문화권뿐만 아니라 서양의 많은 나라에서도 법적으로 나체를 금지하고 있고, 사람들도 그것을 일탈이나 전복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이 작은 움직임은 중요하다. “오늘날 세계의 주된 문제는 위선과 불안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나체라는 사실을 혹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무언가를 직시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 만약 모두가 다른 누구인 척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다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다.”(194쪽)라는 존 레논의 말처럼 사람들은 나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곧 옷 안에 있는 자신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오노 요코와의 나체 사진을 통해 반전(反戰) 메시지를 몸소 전한 존 레논이 실로 평화의 상징이 되었듯이.

 

 

- 컨텐츠팀 에디터 희진 (hebong2000@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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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일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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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없어라》 - 서툰 희망을 경계하며 절망을 직시한다

 

김한길 | 《눈뜨면 없어라》 | 해냄 | 2011

 

비 오는 날이었다. 나는 분당수서간 고속화 도로의 어디쯤 차 안에서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비는 오고, 도로는 정체 중이었던 것이다. 아마 출근길이었을 테다. 아무 생각 없이 켜 놓은 라디오 소리가 무신경하게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뚝. 뚜둑. 뚝.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모스 부호를 닮은 빗소리에 섞여.

 

사실 그때 나는 출구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었다. 휴일 없이 계속 되는 일과 일 사이사이. 남루한 일상과 마이너스가 늘어가는 월급 통장. 안전지대는 없었다.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김한길의 산문집, 그 건조함과 치열한 문장에 대해 들은 건.

 

그로부터 수년이 지닌 후 나는 이 산문집, 《눈뜨면 없어라》를 읽는다.

 

한 마디로 매우 좋은 산문집이다. '매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은 그의 필력을 증명한다. 눈에 잘 들어오는 문장들과 사색의 무거운 무게. 짧은 글이지만 기승전결의 안정 구조. 위트 있고 진솔한 표현은 읽을수록 맛이 난다. 책을 놓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과장하지 않아서 좋다. 그의 표현대로 자신의 절망을 딱 그만큼의 깊이만큼 보여 준다. 아니 여과해서 보여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까. 어둠의 습지의 삶, 그 한복판에서 나오는 위트는 그래서 슬프지만 아름답다. 어떤 이는 삶은 '웃픈' 것이라 했는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한길의 산문집은 분명 웃프(웃긴데 슬프)다. 우리 삶이 우스우며 슬픈 것처럼.

 

곱씹는다. 싫은 것에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듯, 좋은 것에도 적절한 근거가 역시 요구된다. 어떤 평론가는 좋은 글을 좋다고 말하는 게 참 힘들다 했다. 옳다. 읽으며 참 좋다, 참 좋다, 몇 번이나 말했는데(속으로가 아니라 입 밖으로)도 이 책이 왜 좋은 책인지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이유가 있기는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20대 즉 그 수치스러웄던 기억들이 위로받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일종의 공감이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 너도 그렇게 힘들었구나. 우린 모두 그 어둠의 터널을 지나 지금 여기 서 있다. 이 자리에 서면 그 시기가 통과점으로 분명히 보이지만, 늪처럼 막막하고 까마득했던, 그래서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나의 20대.

 

아직 너무나 서툴렀던, 과잉된 자의시만으로 똘똘 무장해 독기를 품고 지냈던. 그 지점을 통과한 자들의 충고를, 오만이라고 여겼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절망의 크기를 과장해서 값싼 술을 마시고 더러운 거리에서 술에 취해 토악질하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다.

 

… 20대를 보냈거나, 보내거나, 보낼 이땅의 수많은 영혼에게 위로와 자비를.

 

오늘의 책을 리뷰한 ‘가림토’님은?
가림토(加臨土) 또는 가림다(加臨多) : 상징적 장치. 음모설의 신봉자. 배후와 모략 있음과 없음.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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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블로그] 하림 * 여기보다 어딘가에

 

여기보다 어딘가에

 

아무 일도 없는 하루
또 하루가 나를 지치게 해
보잘 것 없는 일상
초라한 평화 속 숨 막혀 하면서
사는 동안 잃어버린 모든 것은
이곳에는 없으니 이제 나 떠난다

 

크게 숨 쉬며 돌아봄 없이
내가 가두었던 내 자유를 찾아
하늘과 호수 들판을 달려
파도가 흰 구름을 품는 곳으로

 

나 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이제 나 떠난다

 

크게 숨 쉬며 돌아봄 없
내가 가두었던 내 자유를 찾아
하늘과 호수 들판을 달려
파도가 흰 구름을 품는 곳으로

 

내가 가두었던 내 자유를 찾아

들판을 달려
파도가 흰 구름을 품는 곳으로

 

지금 여기보다 그 어디엔가로

 

이빨이 빠진 것처럼, 사무실 곳곳에 빈자리가 생기는 때입니다. 무더위, 무더위, 또 이런 무더위가 없을 것 같은 요즘이고요. 아침부터 땀 삐질거리며 출근하다 상상에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대로 “크게 숨 쉬며 돌아봄 없이” 딴 데로 새고 있는 제 모습을요. 보나 마나 “아무 일도 없는 하루, 또 하루가 나를 지치게” 할 게 뻔 하니까요. 그러니까 상상 속에서라도, 그곳에는 없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러 떠나보는 겁니다. 재미, 열정, 의욕 등 “초라한 평화” 안에서 망연히 사망선고서를 받아든 내 삶의 생(生)과 동(動)을 찾아. “내가 가두었던 내 자유를 찾아”

 

- 컨텐츠팀 에디터 현선 (anejsgkrp@bandinlun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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