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누면 됩니다


 

  

서영남 |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 | 휴 | 2010

 

 퇴근시간 즈음에 수도권 전철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리면 대부분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떤 사람은 비디오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듯이 오랜시간 가만히 동상처럼 앉아 있거나 서있다. 이렇게 군중속에서 티나게 눈에 띄는 이들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그들은 도시속 '유령시민'인 노숙인이다.  

 

주위에는 많은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있고 위층에는 큰 백화점과 가까이에는 명동이 있다. 고개숙여 앉아있는 추레한 모습의 노숙인들과 주변의 이런 화려한 도시 풍경이 만들어내는 부조화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씁쓸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서울이나 인천같은 대도시 곳곳에서 이런 풍경은 어느 새 흔한 일이 되었다.

 

인천에 있는 민들레 국수집은 이렇게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밀려난 힘없고 배고픈 노숙인들을 도와주는 고마운 곳 중의 하나다. 이 책 <민들레 국수집의 홀씨 하나>의 저자 서영남 전직 수도사가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꿈꾸며 2003년에 꾸렸고 올해로 8년째 무료로 손님을 대접하고 있는 곳이다.

 

정부는 TV에 홍보까지 하며 우리나라가 세계경제규모 12위라고 자랑을 하지만, 저자는 우리나라에 배고픈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한다. 정말 이 나라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도 하고 발전하는 것 같은데 왜 우리 주변엔 노숙인들이 많아져만 가는 걸까?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이 이에 대한 대답과 함께 해답도 알려준다.

 

 

날 왜 도와주는 거예요?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데 이유는 없다, 봄이 되면 노랗게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 본문 중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같은 처지의 다른 사회적 약자와는 달리 사람들의 냉소적이고 무관심함의 대상일뿐이다. 겉으로 보기에 사지멀쩡하다는 이유로 게으른 사람에게 공짜밥을 주면 더 게을러진다는 편견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자본주의의 특성인 '나눌줄 모르는 금기'를 깨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속에서 유령 취급을 받으며 냄새나고 게으르며 삶의 의욕도 없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무시하는 시선에 익숙한 노숙인들은 저자가 손을 내밀자 "날 왜 도와주는 거예요?" 하며 오히려 의아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니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음식이 남아 썩어 넘쳐난다고 해도 나눌 줄 모르는 사회속에서 노숙인들을 살릴 수 있는 힘은 바로 개인의 자발적인 나눔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돈이 모자라서 밥집 문을 닫는 경우가 있더라도 오직 착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후원만 받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지원도 받지 않고,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회 조직도 하지 않고서 현재까지 8년째 밥을 퍼주고 있다.  

 

술과 절망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물심양면 도와준 민들레 국수집 식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떠났다가 돌아오길 반복하는 노숙인들. '사람은 서서히 변하기에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며 저자와 밥집 식구들은 노숙인들이 희망을 품고 홀로서기 할?까지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겠다고 한다. 예수님이 살아계셨다면 제자 삼자고 스카웃 했을 법하다. 

 

 

민들레 국수집엔 국수가 없다

 

한 그릇의 밥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대접'이다 - 본문 중

 

민들레 국수집에는 국수 메뉴가 없다고 한다. 알고보니 노숙인들은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별미로 먹는 사치스러운(?) 국수는 요기가 되지 않아 당장 허기진 배를 넉넉히 채울 밥이 주메뉴가 된 것이다. 밥이란게 뭔지, 별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끼니때가 되면 배가 고파오니 자연의 섭리가 원망스러울때가 나도 있었다. 저자는 손님들이 "이제 밥은 지겨우니 국수 좀 달라!"고 할 때까지 계속 밥을 대접할 생각이라고 한다.

 

국수가 없는 민들레 국수집에 또 없는 게 있는데 바로 '줄'이다. 25년간의 수도사 생활을 마치고 주위의 도움으로 인천에서 단칸방을 마련해 감옥에서 나온 출소자 형제들과 함께 지내던 중, 우연히 동인천역에서 배고픈 사람들이 밥 한 그릇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긴 시간 기다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줄 세우는 사람들의 인정머리 없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배고픈 사람들을 앞에 세워놓은 채 설교를 하고 기나긴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다 식어버린 밥을 먹는 노숙인들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밥을 먹은 후에 설교를 하면 전부 가버리니까 먹기 전에 해야 한다는 뜨거운 열정이 가슴 아팠고, 배고픈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한 그릇의 밥이 아니라 '사람대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한다.

 

민들레 국수집에서는 식사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는다. 손님이 많을 때는 무조건 가장 오래 굶어서 제일 배고픈 분이 먼저 식사를 한다. '노숙인이나 배고픈 사람들은 모두 세상의 줄서기 경쟁에서 밀려난 꼴찌들이다. 그런데 민들레 국수집에서 마저 줄을 서서 선착순으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한 일' 이라는 주인장의 신념 때문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누면 됩니다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참여'

 

이 책속에는 주인공이 따로 없다. 사람들의 편견과 냉대에 밀리고, 이 여름더위가 누구보다도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설겆이등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과 쌀 한포, 배추 한포기 등을 나누는 사람들이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빈 박스와 종이를 주워모아 하루에 몇 천원을 버는 할머니가 매달 만원씩을 기부하며 반찬 만드는데 쓰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그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고해 책을 보던 도서관에서 썬글라스를 끼게 되었다. 

 

동정과 사랑은 비슷한 말로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동정받는 사람은 시들게 되고, 사랑받는 사람은 생기가 돈다는 것이다. 민들레 국수집은 배고픈 사람에게 동정을 베푸는 곳이 아니라 사랑으로 섬기는 곳이다. 그래서 가끔 사람이 바뀌기도 하는데 바뀔 사람도 아주 천천히 바뀐다니 세상에 쉬운게 없다.

 

저자가 얘기하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인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을 다 지키진 못한데도 첫번째인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 만을 알고 내 가족만을 위해 사는 세상속에서 나도 나눌줄 모르는 자본주의의 금기를 깨뜨리고 싶다.     

 

사족)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꼭 복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저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버지를 존경하는 딸을 얻었다.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해서 많은 사람들이 나눔의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민들레 국수집에 홈피도 있네요. www.mindlele.com 

 

오늘의 책을 리뷰한 ‘김종성’님은?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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