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NATICO> - 누에보 탱고의 혁명

 

고탄 프로젝트, <LUNATICO>, YA BASTA, 2006



누에보(nuevo)는 스페인어로 '새롭다'는 뜻이다. 대개 일렉트로니카 탱고와 전통 탱고의 원리를 변형시킨 춤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탱고 음악도 전세계적인 대중음악 혁명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었다. 누에보 탱고의 흐름이 형성될 때까지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박물관 한 켠으로 밀려나 그 때를 기다려야 했다.

지금도 아르헨티나 탱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누에보 탱고에 대한 논쟁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에보 탱고도 탱고인가? 누가 누에보 탱고를 만들었는가? 아니 누에보 탱고란 게 실제로 무엇인가 등. 짜장면과 짬뽕 논쟁을 연상케 하는 논쟁이지만 누에보 탱고의 존재가 아직도 논란거리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왜곡 가능성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누에보 탱고는 생성 중인 장르이며 아직 완결되지 않은 음악과 춤의 세계다. 1980년대 말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일렉트로니카의 영향 아래 새로운 아르헨티나의 젊은 댄서들은 기존 탱고의 원리를 응용하여 새로운 원리의 탱고를 개발했다. 새로운 음악에 맞춰 나타난 누에보 탱고는 우아하고 현대적이며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고탄 프로젝트’는 밀라노 공연을 통해 자신들이 피아졸라와 누에보 탱고의 적자라는 사실을 과시한 바 있다. (1984년 피아졸라의 밀라노 공연은 라이브 음반으로 출시되었으며 뉴욕 센트럴 파크 공연과 함께 그의 가장 유명한 라이브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바호폰도 탱고 클럽’도 유명세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2집의 대성공으로 고탄 프로젝트 못지 않은 주목할 만한 밴드로 자리매김하였으며,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던 ‘아스띠셰로’는 현대음악의 요소를 받아들인 탱고를 들려주기도 한다.

오래 전부터 아르헨티나의 젊은 댄서들은 고전 탱고 음악만 듣지 않았다. 로큰롤과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 다양한 대중음악을 듣고 자라난 이들은 그들만의 리듬감을 탱고 스텝 안에 섞어 넣는다. 그에 비해 탱고 음악의 진화는 비교적 느린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탱고 밴드의 성공, 그  중에서도 고탄 프로젝트는 탱고 장르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다 주었다.

누에보 탱고는 고전 탱고보다 가볍고 쿨하다. 탱고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진지함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분노를 유머감각으로 넘기는 게 미덕인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나이든 '밀롱게로'들은 누에보 탱고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탱고의 황금시대를 모욕하는 가볍고 경박하기 그지없는 춤이라고. 하지만 모든 것이 가볍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시대에 누에보 탱고는 한 가닥 묵직한 스텝을 간직하고 있다. 반도네온이 신디사이저로 뒤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3분의 4박자와 2분의 4박자 사이에 흔들리는 심장의 발걸음을.

 


<Gotan Project, [Diferente]  from album Lunatico>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오필리어' 님은?
주변인도 본인도 실명보다 ‘오필리어’라는 닉네임이 편하다. 서울 변두리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중이며,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마한 지 만 4년이 넘었다. 마실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뒤 추출해 마시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몸은 편하게 마음은 무겁게'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근대 문인의 지식축적 과정으로 학위논문에 몰두하려 애쓰고 있으나 트위터에 엄청난 방해를 받고 있다. 주소는 http://twitter.com/ophellia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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