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그만두다》 - 왜 사는데


 

 


히라카와 가쓰미 | 《소비를 그만두다》 | 더숲 | 2015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는 참으로 많고 첨예하다. 2015년 1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갑과 을의 논쟁, 그리고 폭력이다. 어린이집 아이를 학대한 보육교사, 땅콩회항으로 불붙은 을을 향한 갑의 횡포. 물론 이 말고도 한둘이 아니지만 거의 모든 현안이 덮일 만큼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 문제들을 살펴보면 단순한 폭력의 문제는 아니다. 유아 학대를 보면 맞벌이 때문에 아이를 맞길 수밖에 없는 가정, 보육교사의 과도한 노동환경,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비리가 얽혀있고 갑, 을 문제 또한 노동과 돈에 대한 문제가 얽혀있다. 이는 비단 어린이집에 CCTV 하나 설치한다고, 가진 자들이 친절함을 장착한다고 해서 해결될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돌아가 보면 '돈', 자본으로 귀결된다. 그럼 돈 문제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돈이 신앙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살게 되었는가. 왜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자신들을 위한 법률을 만들고 해석하는 동안 그렇지 못한 자는 늘 박탈감에 시달리고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가. 많이 '소비'하는 것을 미덕이라 여기며, 더 많이 소비할 능력이 있는 자들을 칭송하고 동경하며 떠받드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가. 저자는 이런 우리와 다르지 않은 금전 만능주의의 사회, 자국 일본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이러한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제 더는 생산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주체가 되어버린 '개인'의 모습을 돌아보며, 소비를 위해 살아가는 일본 사회에 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참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서구사회처럼 '개인'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었고, 기업들은 '시장창조'라는 이름으로 지역과 가정을 잘게 쪼개 개인을 만들고 개인의 욕망을 환기해 '소비자'를 만들었다. (89쪽)


 

이를 미개 시장으로 확대한 것이 바로 '세계화'다. 우리는 '소비'의 주체가 되어 기업들이 환기한 욕망을 따라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형 상점이 들어서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이를 따라 형성된 시민들의 긴밀한 관계 역시 파괴된다. 우리는 철저하게 노동과 생산이 분리되어 그들을 위해 일하고, 또 소비한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저자는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자고 말한다. 창업이 아닌 '소 상업', 돈벌이가 아닌 '살아가기'가 중심이 된 '탈소비자'를 생각하자고 한다. 싸게 사는 것이 아닌 비싸도 가치 있는 소비를 하는 것, 적게 벌되 잘 순환시키는 것, 상품 경제 속에 '증여'와 '교환'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하지 않는 사회'로 재설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말한다.

이 책은 오로지 소비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있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욕망만을 좇아 사는 우리 모습에 좋은 충고를 들려준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이 모든 것들을 조금 두루 뭉실하게 제시한다는 것이다. 책의 3분의 1 정도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에서 보이는 경험담이 대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수필이나 새로운 대안을 제안한 입문서 정도로 본다면 꽤 괜찮을 책이고, 만일 그전에 이와 관련된 책을 읽었거나 자주 접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락아프리카'님은?

밴드 아프리카의 보컬리스트입니다. 역사(고대사)와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소설 분야의 책을 좋아합니다. 우리 부부를 선택하여 함께 살게 된 사연 많은 길고양이 4마리와 정도사라 불리는 드러머 남편과 유유자적, 대책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0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 3094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