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 내 방엔 책이 너무도 많아

 

오카자키 다케시 | 《장서의 괴로움》 | 정은문고 | 2014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를 보고, 언젠가 나 역시 저런 큰 서재를 가지고 싶었다. 서재가 있는 방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예전에 살던 방엔 책을 둘 공간이 없어 항상 이불 옆에 책이 몇 권씩이나 쌓여있었다. 서점에 들어가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책 냄새가 잔뜩 나는 곳. 내가 읽을 책이 많은 곳. 《장서의 괴로움》을 읽으면서 그 괴로움이 너무나 부러웠다. 삶을 위협할 정도로 많은 책을 가지고 인생을 꾸리고 있다니 놀랍고도 신기했다.

 

새 책은 계속 나오는데, 만약 책을 더 놓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도서관이 가득 차면 어떡하지? 이러다 도서관이 무너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가끔 도서관에 올라갈 때면 그런 생각을 했다. 《장서의 괴로움》에는 실제로 그만큼 책을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집이 흔들리고, 집의 모양이 기울만큼 건물 가득 책을 가지고 있다.

 

나는 절대 《장서의 괴로움》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주로 빌려보는데, 이상하게 내가 가진 책보다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책에 더 흥미가 생긴다. 분명 같은 책이 집에 있더라도 어쩐지 안 읽고 있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 읽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지만 읽기 위해서는 기한이 필요하다. 반드시 며칠 내에 읽어야 한다는 그 기한이 책에 더 집중하게 해 준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과의 연이라는 것이 좋다. 내가 찾아 헤맨 것이 아니라 책이 나에게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늘 어디에 살더라도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헌책방에 책을 꽤 많이 팔아 보고, 중고책도 많이 사봤는데, 《장서의 괴로움》에 나오는 일화처럼 엄청나게 많은 양의 책을 판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책을 팔 땐 역시 마음이 쓰리다. 방이 좁아서 어쩔 수 없이 가진 책 중에서 더 읽지 않는 책을 모아 팔았다. 책들은 헐값에 팔려 나갔다. 한번은 1권과 2권을 같이 팔려고 헌책방에 갔다. 책의 상태 때문에 2권은 팔지 못하고, 1권만 팔았다. 남은 2권을 가지고 돌아오는데, 순간적으로 1권이 없어진 2권이라니, 안타까웠다. 헌책방에서 아주 낡은 책을 산 기억도 있다. 누군가 책에 낙서한 것을 발견하면 기분이 묘하다. 마치 같은 책을 읽고 있던 어떤 사람의 순간을 엿본 듯하다. 어떤 책에는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가 적혀 있었는데, 그것이 꽤 낭만적이라 책 자체에 대한 운치가 풍겼던 기억이 난다. 내가 판 책들도 어딘가를 헤매고 있겠지.

 

책만큼 시대가 지나도 그 가치가 여전히 고마운 것이 있을까. 책을 좋아하고, 자랑하면서도, 한편 고통스러운 저자의 모습이 재미있다. 비슷한 구성이 반복되는 바람에 굉장히 색다른 재미를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한 번쯤 나도 이런 괴로움을 알아보고 싶다. 언젠가 산더미 같은 책들에 쌓여.

 


오늘의 책을 리뷰한 '라미'님은?

책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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