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less River》 - 아름답게 사라지는 전설의 밴드

 

 

 

 

Pink Floyd | 《The Endless River》 | Columbia | 2014

 

기우였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로저 워터스(Roger Waters)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뭐라 하든, 《인디펜던트(Independent- 영국의 일간 신문)》가 이 앨범에 별 한 개를 던지고 그 어떤 논리를 펼치든, 나는 이 앨범에 만족한다. 단 한 곡을 뺀 모든 곡이 연주곡이라는 것도 내가 이 앨범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 앨범은 6년 전 가을, 세상을 등진 릭 라이트(Richard Wright)에게 바치는 추모 앨범이라는 사실이 공공연하다. 조금 어색하다. 릭 라이트는 이 앨범에서 추모 되는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추모하는 주체로서 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나는 많은 이들로부터 욕먹었던 앨범인 《The Division Bell》을 좋아한다. 오르간과 키보드를 넘나들고, 앨범 표지의 구름 위 청년처럼 엠비언스의 끝장을 들려주는 릭의 플레이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죽어서도 싸웠다는 신해철처럼 그는 죽어서도 연주하고 있다.

 

 ‘Side 4’라는 과감한 대분류, 그 안에서 또 나누는 섬세한 소분류. 마치 로저 워터스가 주도했던 《The Wall》의 강박감이 떠오른다. 하지만, 'Things Left Unsaid’‘It’s What We Do’로 시작하는 앨범이 《Meddle》과 《Wish You Were Here》에서 우리를 사로잡은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깊은 음악적 사유, 바로 그것이다. 다른 멤버에 비해 평가가 덜 되어 온 닉 메이슨(Nick Mason)은 ‘Skins’에서 존재가 새삼 드러나 'Time’ 이후 가장 드라마틱한 타악을 들려준다. 핑크 플로이드를 잘 모르는 사람도 반길 ‘Anisina’의 감성과 ‘Run Like Hell’이 떠오르는 ‘Allons-Y (1)’, ‘Autumn ’68’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마니아와 대중에게 고루 인정받는 이 밴드가 세상에 다시 한 번 일으킬 또 하나의 반향처럼 느껴진다.

 

셔플 트랙 ‘Surfacing’에서 릭과 데이빗이 주고받는 서사와 ‘Louder Than Words’의 기타 솔로를 모른 척할 수 있는 팬이 과연 있을까. 그럼에도 이 앨범에 등을 돌리겠다면, 나는 딜럭스 에디션에 수록된 보너스 트랙인 ‘Nervana’의 하드한 그루브를 건네고 싶다. 《On An Island》의 연장이었을지도 모를 데이빗 길모어의 음악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갈지에 대해 작은 힌트가 될 곡이다.

 

 오늘의 책을 리뷰한 '돗포'님은?

버트란드 러셀을 좋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빠져 있으며, 록앤롤/ 재즈/ 블루스를 닥치는대로 섭취중인 30대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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