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난 사람] 여행을 이해하는 방식 - 다카하시 아유무

 

 

 

정처 없이 떠나길 주저하지 않는 남자가 있다. 이상과 현실? 굳이 구분하지 않는단다. <러브 앤 프리>로 청년들의 마음을 불 쏘시던 그가 이번엔 좀 더 짜릿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다. 가족 모두가 함께한 세계 일주 여행기를 들려준단다. 2008년, 캠핑카 몰고 무작정 떠났던 그 여행은 2013년이 돼서야 종지부를 찍었다. 새 책 <패밀리집시>에는 종횡무진이던 그 여행의 소소한 기억들이 녹아들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유로운 남자' 다카하시 아유무. 그가 조금 부럽다. 궁금해진다.

 

"안녕하세요 다카하시 아유무씨. 이렇게나마 인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몇 가지 응답으로 인해 <패밀리집시> 책에 담지 못한, 다카하시 아유무의 안부와 궁극적인 메시지를 한국의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메일을 드립니다."

 

라는 메시지를 그에게 건넨 지 어언 3개월. 당시 금방이라도 답변을 전해 받을 줄 알았건만 일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고…. 급기야 인터뷰를 요청했던 사실도 회신을 기다리는 일도 까맣게 잊힐 즈음. 어느날 아침 출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다카하시 아유무씨가 한국에 오기로 했답니다.” 기다리다 돌부처가 되기 직전,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해 듣고는 나는 그길로 폴더 깊숙이 숨겨 놓은 질문지를 출력해 그에게로 달려갔다. 마치 꼭 만나야 할 사람을, 원래부터 오늘 만나기로 한 것처럼.

 

“반갑습니다, 아유무상!”

 

Editor_김민경 |Photo_다카하시 아유무

 

 

프로필_다카하시 아유무

작가이자 자유인. 197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26세에 결혼을 했고, 결혼식 3일 후 아내와 둘이서 세계일주에 나섰다. 2년여 동안 남극에서북극까지 세계 수십 개국을 방랑한 끝에 귀국한 그는 2000년 12월오키나와로 이주. 동료들과 함께 카페 바&해변의 여관 '비치록하스'를 열었으며, 출판 펙토리 'A-Works', 전 세계에 음식점을 개장하자는 'Play Earth'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8년에는 결혼 10주년을 기념하여 가족 세계일주 여행을 떠났으며 여행을 마친 후 현재 하와이로 이주해 살고 있다. 저서로는 <러브 앤 프리><패밀리집시><인생의 지도> <어드벤처 라이프> 등이 있다. 작가의 공식 웹사이트 www.ayumu.ch

 

 

Q. 여행을 마치고 현재 하와이에 머물고 계시잖아요. 잠깐 거치는 ‘여행지’로서가 아닌, 실제 그곳에 집을 마련하고 거주하며 느끼는 하와이는 어떤가요. 애써 ‘여행자’로서의 마음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혹은 그곳 ‘주민’으로서 하와이를 바라보게 되는지.

 

원래 한 군데 오래 머물며 생활하는 듯한 느낌으로 하는 여행을 좋아해요. 특히 ‘패밀리 집시’는 가족 전체가 함께했던 여행이었는데, 여행한다라고 의식하기보다 가족 전체가 좋아하는 곳에서 한 번쯤 살아본다는 마음으로 임했죠. 여행자일 때는 현지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고 끝나는 관계인데 반해, 생활하게 되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사이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해요. 크게 변화는 없지만 주변 관계에 대한 부분이 ‘여행’과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흔히 사람들은 하와이에 ‘알로하 마인드’가 존재한다고 말해요. 실제로도 공감하는 부분인가요?

 

이전에 오키나와에서 8년 정도 산 적이 있어요. 재미있는 건, 하와이와 오키나와가 많이 닮아있다는 거예요. 알로하 마인드처럼, 그곳 사람들 모두 ‘작은 일에 서로 신경 쓰지 말고 웃으면서 잘 해나가 보자.’라는 마음가짐이 짙게 깔렸죠. 하와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재해가 실제 빈번했던 곳이라, 큰일이 있을 때에도 나만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하자라는 생각이 강해요. 물론 사람마다 각자 정의하는 ‘알로하 마인드’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 알로하 마인드란? 웃으면서 함께 잘 해나가는 것이죠.


 

 

photo by_ayumu

 

 

Q. 요즘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매일이 다르겠지만, 문득 그곳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시간 쓰임이 궁금합니다.

 

 

 

photo by_ayumu

 

 

우선 아침 6시에 일어나요. 오전 중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에 나가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죠. 집 앞에 해변이 3개 정도 있는데, 거의 매일 아침 70%에 가까운 확률로 돌고래가 찾아옵니다. 해변 입구까지 오는 바람에 바로 앞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죠. 전 세계에서 이러한 생활이 가능한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전 중에 돌고래가 나오면 돌고래와 수영을 하고, 안 나오면 낚시를 하거나 서핑, 혹은 패들 보트를 탄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집으로 영어 선생님을 초대합니다. 가족 4명이 모두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어요. 남은 시간 동안에는 책을 쓰기도 하면서 저만의 일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제게는 소라와 우미 두 명의 아이가 있는데, 직접 그 아이들을 가르친답니다. 제가 잘 못 하는 수학이나 영어를 가르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려 해요. 경계하는 건 꼭 이런 인생을 살라고 이야기하진 않아요. 저 또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듣고 또 보면서 그중 하나를 제가 선택한 것이기에, “이런 인생도 있어.”하고 그 많은 인생을 들려주고 보여주려고 하죠. 그렇게 해가 지면 저녁을 먹고, 일하고 자는 ‘패턴’이에요.

 

 

Q. 책 얘기를 해 볼게요. <패밀리집시>를 먼저 읽고 <러브 앤 프리>를 읽었어요. 두 책을 통해 다카하시 아유무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패밀리집시>의 글을 통해 느낀 점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고 할까요? 글도 더 담백해졌고, 심리적으로도 그렇게 느껴져요. <러브 앤 프리>에서 자신의 감정에 집중했다면, <패밀리집시>에서는 중심이 ‘내 안’이라기보다 ‘자연’ 그 자체에 맞춰졌다는 느낌이었죠. 변화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읽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요. 방금 말씀해 주신 부분에 더 많이 공감한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중심은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제 책은 독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것 같아요. 어느 시기에 어떤 마음일 때 책을 읽었는지에 따라 공감하는 게 모두 다를 거예요. 예를 들면 <패밀리집시>의 경우 미혼인 독자가 읽었을 때와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독자가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이 좋다 아니라는 말은 아니고요.

 

 

Q. 책 뒷부분에 아내가 쓴 편지글이 눈에 띄어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글 말이에요. 사실 본문의 내용으로만 보아서는 물리적인 힘듦이 드러나진 않잖아요. 아내가 쓴 글을 보고야 알 수 있었죠. “이번 여행은 정말로 매일 힘들었을 거야.”라는 글귀도 와 닿았고요. 가장으로서 이번 여행을 하며 가장 주안을 둔 점은 무엇인가요. 또 여행 중, 개인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가족 여행뿐 아니라 늘 여행할 때마다 생각하는 게 있어요. 굳이 무엇인가 얻어야 한다고 생각 하지 않아요. 간혹 세계 일주를 하는 분 중에는, 엄청난 여행을 했으니까 주변에 대단한 걸 얘기해야 하고, 스스로 변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의 경우 근본적으로는 그 여행을 끝마치고 집에 왔을 때 ‘아 이번 여행이 즐거웠어.’ 하면 그걸로 끝이죠. 이번에도 출발 전부터, 여행이 끝났을 때 “즐거웠다.”라고 가족들과 얘기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어요.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이번 여행은 온종일 캠핑카로 이동하다 보니 운전이 가장 큰일이었죠. 제가 운전을 굉장히 못 한답니다. (웃음) 만약 친구와 함께 갔다면 번갈아가면서 운전했을텐데 가족들과의 여행이라 아무도 운전을 대신해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몇 만km를 혼자 운전해야 했죠. 나중에는 운전하면서 들을 새로운 노래가 없더라고요.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인데, 일본 밴드인 블루하트 음악과  로큰롤이 그 긴 운전길을 달래주었어요.

 

     

 

 

Q. 책을 쓸 때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집필하나요.

 

제목을 먼저 정하고 ‘이제부터 쓰자!’ 생각하진 않아요. 그때마다 느끼는 것을 수시로 적곤 하는데, 나중에 이것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요. 평소에 생각했던 걸 모은 뒤 ‘자, 이제 이것들의 제목을 뭐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편이죠. <러브 앤 프리>를 처음 펴냈을 때에는 사람들이 제 책을 많이 읽고 사랑해주던 시기가 아니었어요. <패밀리집시> 같은 경우 <러브 앤 프리>를 출간하고 10년 정도 지난 다음 쓴 책인데, 팬들이 생긴 후 쓴 책이라 어쩌면 멋을 부리면서 쓴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거예요. (웃음)

 

 

Q. 새 책의 제목을 패밀리집시라 정했는데요. 다카하시 아유무에게 집시란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가고 싶은 곳에서 기한 없이 생활해 보는 게 아닐까요. 저는 갈 곳을 미리 정해놓고 계획을 세워 움직이지 않아요. “자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생각하는 게 당연한 삶이 되도록 생활해 왔죠. 아내도 결혼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4~5년 동안 전 세계를 캠핑카로 여행하다 보니 이렇게 집시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솔직히 얘기하면, 이 집시 생활의 끝이 하와이가 아니에요. 언제가 살아보고 싶은 곳이 생기면 또 다시 터를 옮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16살이 되면, 독립시킨 다음 다시 한 번 아내와 떠나고 싶어요. 신혼여행하며 쓴 책이 <러브 앤 프리>였고, 결혼 10주년을 기념해서 한 여행이 ‘패밀리 집시’였다면, 아이들의 양육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한 번 기억에 남을만한 여행을 하고 싶어요.

 

 

Q. 아이들이 아빠처럼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면요. 적극 지지할 건가요.

 

아이들에게 항상 말해요.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뭐든지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게 무엇이든지 상관없어요.

 

 

Q. 아주 본질적인 질문인데요. 다카하시 아유무씨가 궁극적으로 자유를 추구하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데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무엇이 다카하시 아유무씨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요.

 

뭔가 자유를 말하기에 이상할 정도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였죠. 부모님이 교사였기에 방학 때면 늘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늘 제게 하던 말이 있었어요. “뭐든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만들어 봐.” 어머니께선 “오늘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었니?”라고 물어보았고요. 그 시절의 저는 흥미로운 일을 꼭 만들어서 집에 가 그걸 들려드려야 할 것만 같았죠.

 

 

Q. 흔히 여행한 뒤에는 일종의 후유증 같은 게 남잖아요.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나요. 괴리감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저는 여행하는 중에 일본에 더 돌아가고 싶어져요. 평소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 즐겁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 여행도 즐거울 테지만 이상하게 도쿄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 잘 갔다 왔다.’ 하면서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돼요. 특별히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후유증은 없고요. 도착했을 때 여기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또 여행을 마친 뒤면 토크 콘서트 등 바쁜 일상이 기다리기에 후유증을 느낄 새가 없어요. 때때로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계속해서 여행 한다라고 느끼는 거죠.

 

 

Q.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체 계바라 책을 추천합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감독, 미아자키 하야오의 책도요. 미야자키 하야오는 영화와 영상이 명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작품들을 만들었는지 기술한 책도 출간되었어요.

 

               

 

 

Q. 지구 곳곳을 여행해 봤잖아요. 혹시 '지구' 이외에 다른 '행성'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지요. 이를테면 우주여행 같은 것 말이죠.

 

굉장히 흥미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의 한 음료 회사에서 자사의 제품 광고를 위한 우주 여행을 제안한 적도 있었어요. 우주선 안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그 안의 작은 창문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콘티였죠. 저는 '우주에 가보고 싶다.' 단지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조사를 한 적도 있어요. 구체적으로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 알아봤는데 1,500만 엔을 내면 여행이 가능하다고 했죠.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놀라운 경험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Q. 아뮤무씨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저는 굳이 '이게 인생이다.'라고 한 길을 정해놓지 않아요.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항상 '이 순간이 최고야.'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죠. 저는 인생이 여행과 같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계획을 세워놓고 달성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두리뭉실하게 큰 방향은 정해두되 자연스러운 흐름에 내맡기는 것이죠. 그럼 나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질 확률도 높아져요.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었구나.' 상상하며 사는 게 즐거워요.

 

 

Q. 현실과 이상의 간극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 저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아요. 사실 그러한 발상이 제겐 없어요. 굳이 나누고 있지도 않고요. 물론 빚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 이상은 높은데 이런 생활을 하고 있어.' 절망하기보다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 안에서 '이상'을 꿈꾸며 살면 돼요. 저 또한 지금도 그런 생활을 하고 있고요.

 

 

Q. 누군가 '떠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떤 조언을 하나요.

 

사실 그렇게 상담해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들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상담해 오면 반대로 똑같은 질문을 당사자에게 해요. 결국 본인에게 질문하면, 어떻게 하고 싶다 답을 얘기하죠.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하고 말해주죠. 한데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 설교가 시작되요. (웃음)

 

Q. 끝으로 반디앤루니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여행을! (愛する人と自由な人生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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