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공식》 - 제가 좀 웃겨요

 

 

요네하라 마리 | 《유머의 공식》 | 마음산책 | 2013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자꾸만 마음이 잡히지 않고 머릿속이 산란했다. 혼자 괴로워하다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씻은 듯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추천받은 기억이 있는 책, 《유머의 공식》이 떠올랐다. 도서관에 가서 책 뒤표지를 보니 평소 좋아하는 소설가 김중혁의 한마디가 적혀있었다. 그 이름이 반가움과 동시에 이 책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깨달은 유머의 공식은 간단하다. 유머 = 관찰×상상+여유÷실패에 대한 걱정. 웃기는 데 실패해봤자 고작 이런 얘기를 들을 것이다. "별 웃기는 사람 다 보겠네." 우리에겐 어떤 의미로든 '웃기는 사람'이 부족하다. 막연히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는 이는 많겠지만, 유머에도 공식이 있음을 알고 연구한 이는 얼마나 될까? 작가는 짧은 우스갯소리에도 분명히 공식이 존재함을 언급하면서 여러 장에 걸쳐 유머의 공식과 논리를 샅샅이 파헤쳐준다.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온 고전 유머부터 미국식 블랙 코미디까지. 국경과 시대를 뛰어넘는 유머의 힘이 느껴졌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소양의 문제겠지만, 이해가 안 가는 유머도 꽤 많았다. '읽고 5분 후에 이해됨' 이와 같은 부류의 유머는 읽다 보면 이해가 가겠지 싶었지만, 끝내 웃지 못하고 넘겨버린 것이 다수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니의 경우, 무의식중에 '유머란 즐거운 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테러의 위기나 독재 정치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소소하게 만들어진 그들의 유머를 보았을 때에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보아도 도저히 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야말로 진정 유머가 필요한 때라는 것.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역시 다를 것이 있겠나 싶다.

 

책장을 덮을 즈음 이 책이 난소암으로 투병하던 요네하라 마리의 유작임을 알게 되었다. 고통스러운 병상 앞에서도 '웃음'에 관한 원고를 마주하고 있었던 저자. 앞서 느꼈던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야말로 웃음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는 말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평소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이 웃음이며, 웃게 해주는 작가야말로 그녀에게 있어 최고의 작가라고 말할 만큼 삶에서 늘 유머를 추구해온 사람이었다. 삶의 끝에서도 웃음을 놓지 않았던 저자의 의식과 정신력이야말로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진정한 '유머의 공식'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질병이나 뜻하지 않은 사고, 사람을 잃거나 배신당한 슬픔, 분함, 불합리한 차별, 불공정함, 화가 나는 악한 정치, 단순한 타이밍의 차이 등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시야가 좁아져 자신을 한층 몰아붙이게 된다. 괴로울 때야말로 자신과 불행의 원인을 떼어놓고서 웃어넘기고 싶은 법이다. 그리고 그럴 때 유머라는 문학 장르(라고 해버리자!)의 방법론은 크게 도움이 될 터이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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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기록하기와 10월, 녹차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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