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골든 제3집》 - 송창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

 

송창식 | 《송창식 골든 제3집》 | 이엔이미디어 | 2003

 

7월 25일부터 5주간 매주 금요일 박재현의 < 송창식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를 소개합니다. 이 글은 독립잡지 [월간 이리] 2014년 3월호부터 7월호에 연재된 글입니다.  이후 새롭게 이어지는 글은 월간 이리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신곡을 내지 않는 이유


불후의 히트곡 ‘담배가게 아가씨’가 담긴 앨범 《참새의 하루》를 마지막으로 송창식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 사이 2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이는 그가 공식적으로 음악 활동을 한 시간보다 훨씬 길다.

 

그렇다면 왜 이제는 새로운 곡을 쓰지 않는 걸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책상머리 앞에 앉아 곡을 쓰려고 하는데 하기가 싫더라고요. 90년대가 넘어서면서 어린 가수들의 앨범이 100만 장, 200만 장이 팔려 나갔는데, 전 10만 장 팔아야 잘 판 것이었으니, 화가 나서 못 하겠더라고요. 더 화가 나는 건 그때 유행하던 댄스 음악이라는 게 미국에서 가지고 온 건데, 제대로 된 음악을 가져온 게 아니었어요. 어설프게 가지고 와서 따라 한 거였죠. 저도 한때 댄스 음악을 할까 생각도 해 봤죠.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껏 낸 앨범 중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자꾸 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상태로 냈다는 것이었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주해 줄 반주자가 없다고 했다. 그것이 또 하나의 이유였다.

 

항간에는 그가 이제껏 써놓은 미발표 곡이 천 곡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완전한 곡이 아닌 부분적인 의미에서) 나는 그 곡을 전부 취입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에이, 옛날에도 써놓은 거 취입한 적은 없어요. 취입할 땐 새로 써서 취입을 한 거지. 먼저 쓴 건 무효라니까. 그리고 옛날에 써놓은 건 뒤져보면 너무 좀 유치하고 그렇다고. 나는 ‘한번쯤’도 요즘 것과 예전 것이 다르다고 했다. 그렇지. 옛날에 부른 건 옛날의 내 음악성이고, 지금 부른 건 지금의 내 음악성인 거지.

 

작년 언젠가 그는 새로운 앨범을 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작년 말쯤 이에 관해 물어봤었다. 그는 당시 목 상태가 안 좋다고 했었다. 이 목 상태로 되겠어요? 만약 앨범을 내면 기존 곡을 다시 부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 뭐 그런 건 안 정하고. 내 곡 중에도 하고, 남에 곡 갖고도 하고, 신곡으로 하기도 하고 어쨌든 함춘호가 있으니까. 쟤랑 같이 해봐야지. 왜냐하면, 옛날에 발표할 땐 쟤가 없었거든. 그럼 조만간 기대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기대야 뭐 늘 하는 거지. 좀 허무할 뿐이지.

 

이제 그의 곁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있다. 송창식을 보고 꿈을 품었다는 함춘호는 무대에서 그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한다. 그는 송창식처럼 클래식을 전공한 터라 원하는 음을 쉽게 짚어 낸다. 그는 송창식 곡에 세련미를 더한다. 더구나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도 없다. 송창식도 그를 소개할 때면, 늘 ‘대한민국의 기타’라고 할 정도니. 그렇기에 새로운 앨범을 기대할 수도 있을 터.

 

최근 무대에서 내려온 송창식에게 50대 소녀 팬들이 새로운 곡을 내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자 그는 신곡을 내면 문화적으로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히트하진 못할 거예요, 라며 담담히 자기 생각을 전했다.

 

한 프로그램에서 송창식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예전에 부른 노래지만, 부를 때마다 상황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각 전혀 다른 노래가 된다고.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곡이라고 말이다.

 

흔히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가장 큰 라이벌은 본인의 이전 작품이라고 말한다. 송창식도 자신의 곡을 넘어서는 데 부담이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성격으로 보나, 배짱으로 보나 그런 건 전혀 아닐 것이다.

 

종합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가 새로운 앨범을 낼 것 같긴 하다. 다만, 신곡이 포함되지 않고 그전에 만들었던 곡을 함춘호와 재해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무렴 어떠하랴. 그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뿐이다. 신곡이 없다 한들 언제든 그의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있기에 신곡 이상의 기쁨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목소리도 점차 변하니까 같은 곡이라도 다른 소리가 다가온다. 이명이 되어 한동안 귀에 머무르는 곡도, 시기에 따라 흥얼거리고 재발견하는 곡도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내 입은 근질거린다. “선생님, 그러지 말고 새로운 곡 좀 들려주면 안 될까요?”


 

오늘의 음반을 리뷰한 '박재현'님은?

87년생으로 단편 소설 '허전한 목을 채우고'로 데뷔했고 장편 소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출간했다. 현재, 할 말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잡지 「월간 이리」에서 송창식에 관한 글을 쓰고 있으며, 한 여행 잡지에 여행기도 연재할 예정이다. 여전히 엘피를 고집하며 클래식, 재즈, 오래된 가요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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